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반도 주요 수종의 탄소 저장량 조사 결과를 살펴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한국의 국립산림과학원이 최근 한반도 주요 15개 수종의 탄소 저장량을 산정했는데요,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 탄소 저장량이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탄소 저장량이란 수목이 생장하면서 여러 해에 걸쳐 축적된 탄소의 양을 의미합니다.
양윤정: 국립산림과학원의 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시죠.
장명화: 네. 한반도 주요 수종 가운데, 탄소 저장량이 가장 높은 나무는 붉가시나무, 그리고 가장 많이 흡수하는 군락은 소나무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국립산림과학원이 개발한 온실가스 배출·흡수계수를 이용해 침엽수 9종류, 활엽수 6종류 등 한반도 주요 15개 수종에 대한 탄소 저장량을 산정한 결과입니다. 참고로, 활엽수는 넓은 잎이 달리는 나무, 침엽수는 잎이 바늘과 같이 좁고 길쭉한 나무를 말합니다.
양윤정: 이처럼 온실가스 배출·흡수계수를 이용해 탄소 저장량을 산정하는 이유가 뭡니까?
장명화: 먼저, 온실가스는 대기를 구성하는 여러 기체 중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기체를 말하는데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이 포함됩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사용한 주요 수종별 온실가스 배출·흡수계수는 산림 부문 온실가스 배출을 정량화하는 계수입니다. 국제적으로 기후변화협약의 온실가스 의무감축에 대비하고 국내적으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근거하여 온실가스통계 보고서 작성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양윤정: 탄소 저장량이 가장 높게 나타난 붉가시나무는 어떤 나무입니까?
장명화: 붉가시나무는 너도밤나무 과에 속하며 난대성 수종입니다. 큰 나무는 8m에 너비 5m나 되며, 열매는 도토리처럼 생겼습니다. 붉가시나무는 목재의 색이 붉은데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북한에서는 북가시나무라고 칭합니다. 붉가시나무는 잎이 두껍고 단단한데요, 명칭에 가시나무라 말이 붙어서 가시나무과로 잘못 아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한국 난대림 연구소의 강영제 박사가 과거 한국의 YTN 방송에 나와 전한 말, 잠시 들어보시죠.
(강영제) 붉가시나무는 난대활엽수로 탄소를 많이 흡수하고 경제성도 높아 기후변화에 맞춰 심을 수 있는 나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양윤정: 조사 결과 각 나무의 탄소 저장량은 어느 정도로 나왔습니까?
장명화: 활엽수인 붉가시나무의 1㎥당 탄소 저장량이 0.84 탄소 톤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같은 활엽수인 신갈나무와 졸참나무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또 침엽수 중에는 해송, 잣나무, 리기다소나무 순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양윤정: 나무의 탄소 저장량이 많으면 어떤 혜택을 볼 수 있습니까?
장명화: 붉가시나무의 예를 들면요, 헥타르당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으로 산출할 경우 7.89이산화탄소 톤에 해당합니다. 중형 자동차 3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상쇄하는 효과입니다.
양윤정: 탄소 톤과 이산화탄소 톤은 뭐가 다릅니까?
장명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나 흡수량을 표시하는 데에는 이산화탄소 톤과 탄소 톤을 구분해 사용하는데요, 두 가지 모두 톤 당 중량을 나타내며 양자의 관계는 1탄소 톤=1이산화탄소 톤×(12/44)의 식으로 표시합니다. 일반적으로 배출에 중점을 두는 경우에는 이산화탄소 톤을, 흡수에 주안점을 두는 경우에는 탄소 톤을 사용하곤 합니다.
양윤정: 붉가시나무는 난대성 수종이라고 설명하셨잖습니까? 그럼, 분포면적이 그리 넓지는 않겠네요?
장명화: 네. 맞습니다. 실제로 붉가시나무의 분포면적은 1만8000㏊로 크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탄소 저장량은 약 21만 이산화탄소 톤으로 집계됐습니다. 대신, 분포면적별 총 탄소 저장량에서는 222만㏊규모로 한국 산림의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소나무가 약 1억3045만 이산화탄소 톤으로 가장 많이 탄소를 저장하고 있었습니다.
양윤정: 소나무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어느 정도 됩니까?
장명화: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약 2540만 이산화탄소 톤입니다. 중형자동차 1058만여 대가 1년 동안 내뿜는 이산화탄소량을 상쇄하는 효과와 같습니다.
양윤정: 상당한 양이네요. 붉가시나무와 달리, 소나무는 남북한 전역에 고루 분포하고 있지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최신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경우, 소나무는 북부 높은 고산지대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퍼져 자라며, 주로 평안남북도와 함경남북도에 많이 분포돼 있습니다. 이 4개도에 소나무 숲 면적의 61%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특히 함경남도에 많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소나무 숲은 백두산지구의 소 연지봉에도 있습니다. 소 연지봉은 해발이 무려 2,110m 되는 곳입니다.
양윤정: 소나무는 북한에서 면적상 가장 많이 분포된 나무 가운데 하나로 알려졌는데요, 소나무가 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하는 군락이라는 이번 조사 결과는 북한에 희소식이겠네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세계 각국은 탄소배출권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는데요. 탄소배출권은 국가나 기업이 일정 기간 동안에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6대 온실가스의 일정량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런 탄소배출권의 자격을 북한도 몇 년간의 노력 끝에 지난 2012년에 얻었습니다.
양윤정: 결국 탄소배출량을 줄이면, 경제적인 이득이 있는 셈이죠?
장명화: 네. 탄소배출권은 쉽게 말하면, A국가, B국가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100을 부여받았다고 봅시다. 그러나 A국가의 연간 탄소배출양은 150, B국가의 연간 탄소배출양이 50이라면, A국가는 자신이 가진 탄소배출권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했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 형편에 놓이게 됩니다. 이 때 A국가가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탄소배출권이 남아있는 B국가에서 50의 양을 사올 수 있게 됩니다. 그 때 B국가는 남아있는 탄소배출권 50으로 경제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거죠. 북한은 시세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탄소 배출권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양윤정: 앞으로 소나무 외에도 탄소 저장과 흡수량이 높은 수종들이 한반도 전역에 걸쳐 심겨지면 좋겠네요.
장명화: 네. 아닌 게 아니라 국립산림과학원은 앞으로 기후변화에 따라 신갈나무, 굴참나무 등 참나무류와 붉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동백나무 등과 같은 난대상록수종의 분포면적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14'에 따르면,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1954년 이후 45년 동안 10년마다 0.23도씩 증가했습니다. 이 같은 기후변화는 생태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는데요,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아 그동안 재배가 어려웠던 강원도의 사과 재배면적이 10년 사이에 224%나 증가한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