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갱도 붕괴 시, 한중일 모두 방사능 영향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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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풍계리 지하갱도 붕괴에 따른 환경적 영향을 들여다봅니다.

(핵실험 폭발음)

외국 언론, 해외 기관들, 그리고 전문가들이 최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추가 붕괴와 인명 피해 등과 관련된 보도와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일본 아사히TV는 풍계리에서 지난달 31일 이미 지하 갱도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방송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6차 핵실험 일주일 뒤인 9월 10일 풍계리에서 지하 갱도를 만드는 공사 중에 붕괴 사고가 발생해 100여명이 갇혔고 구조 작업이 이뤄지는 사이에 추가 붕괴가 일어나 모두 200여명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의 국가정보원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풍계리 2번 갱도는 6차 핵실험이 끝나고 8분 후 지진이 있었으며, 후속 여진이 세 차례 발생해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백명수 부소장은 지금까지 나온 여러 자료를 종합해 볼 때 갱도의 붕괴 원인은 지반 약화로 보인다며, 이로 인한 환경적 영향을 우려했습니다.

(백명수) 지난 6차 핵실험으로 풍계리 주변 지반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핵실험은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0배에 달하는 폭발력을 가졌다고 평가됩니다. 한국 기상청은 위성사진 분석 결과, 여의도 면적의 3배에 이르는 풍계리 지역 땅이 최대 3m 이상 내려앉은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 노스’도 6차 핵실험 후 풍계리에서 광범위한 산사태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주변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판단되는데요, 물리적 환경과 지형의 변화로 야생동식물들의 서식지가 상당부분 훼손됐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미 방사능 유출을 시사하는 정황도 나오고 있습니다. 방사능이 누출됐을 경우에는 생태계에도 토양과 환경오염으로 인한 방사능 영향이 광범위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단기적으로 동식물들의 죽음이나 생식기능 상실 등이 예상됩니다. 장기적으로는 다양성의 변화, 혹은 세포유전학적 기형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변 생태계는 둘째치고, 복구 작업에 동원된 북한 군인과 주민들의 피폭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일간지인 아시아경제는 한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다음날 2번 갱도에 차량과 인부들의 움직임이 포착됐다"며 "갱도 복구작업과 핵실험에 대한 결과를 점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전했습니다. 백 부소장은 군인은 치료해도, 수많은 인부에 대한 치료 소식은 없다고 지적합니다.

(백명수) 북한 당국은 핵 기술을 빼내려는 간첩이나 적대분자들의 책동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길주군 주민들은 방사능 오염이 심각하기 때문에 통제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6차례에 걸친 핵실험에 따라 풍계리 갱도 작업에 동원된 군인이나 인부들을 중심으로 환청과 구토 등 피폭 의심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 핵실험에서 피폭된 북한 군인들은 평양 근교의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갱도 내 작업 인부들이 방사능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요, 그렇지만 인부들에 대한 치료는 고려되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말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방사선에 피폭된 북한군이 평양 인근 군 병원의 폐쇄구역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서울발로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평양과 가까운 황해북도 중화군 소재 군 병원에서 핵실험 당시 방사선에 피폭된 북한 군인들과 그 가족들이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문제는 북한 당국이 핵실험을 실시할 때 일반 주민들에게는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함경북도 길주군 일대 주민들은 핵실험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조선일보는 최근 북한 연구 단체인 ‘샌드연구소’를 인용해 길주군 출신 탈북자 21명을 심층 면담해 조사한 결과, 풍계리 인근 주민들이 6차례 핵실험으로 다양한 피해를 당했다고 최근 보도했습니다. 한 탈북자는 길주군의 산부인과 병원에서 항문과 성기가 없는 기형아가 출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고, 또 다른 탈북자는 “핵실험 전 주민들을 동원해 구덩이를 깊게 파고 폭발 실험을 하는데 강물에 팔다리가 다 잘려나간 시체가 둥둥 떠내려오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도 전했습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길주 지역 특산품인 산천어나 송이버섯이 사라지거나 길주 지역 산의 묘목이 80% 이상 고사하거나, 혹은 길주군 주민들이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핵 전문가들은 핵실험에 따른 지표면 분출이 없다고 해도 핵실험 방사능이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탈북자들은 핵 실험장이 있는 풍계리 만탄산 내 유역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한데 모이는 바가지 모양의 지형으로 이 물이 생활용수가 쓰이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핵 실험 후 만탄산 지하시설 붕괴에 대한 보도는 방사능 물질의 외부 유출 가능성을 더 크게 하고 있습니다. 중국 환경부는 북한의 핵실험 직후부터 북중 접경지역 일대에서 방사능 환경긴급대응계획을 가동하고 있고 방사능의 양을 매시간 측정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한국의 통일부가 사상 처음으로 북한 핵 실험장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피폭 검사를 진행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얼마 전 정례기자회견에서 “30명 대상으로 현재까지 3분의2 정도 진행된 걸로 알고 있다”면서,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2006년 이후 들어온 탈북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통일부는 길주군 출신 탈북자 114명 중 희망자 30명을 대상으로 연내 건강검진과 함께 방사량 노출 여부를 검사할 계획입니다. 검사 대상자는 가장 최근 한국에 들어온 순서로 검진 희망여부를 물어 선정됐으며, 이들 30명은 피폭검사 외에 암 검진과 갑상선 기능검사 등도 받게 됩니다.

만일 풍계리 실험장이 정말 붕괴됐을 경우, 방사능 피해를 가장 많이 입을 주변국이 어디냐는 질문에 백 부소장은 영향권 밖에 있는 주변국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백명수) 세 나라 모두 다 영향권에 있습니다. 방사능이 누출된다면 인접 정도와 바람의 방향이 가장 크게 미치게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방사능 피해는 거리가 제일 중요한데,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의 경우처럼 최대 200km 이내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역인 동북 3성에는 약 1억명의 중국인이 삽니다. 대부분 풍계리로부터 80km이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은 핵실험 직후부터 북경에서 방사성량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 풍계리에서 방사능이 누출되면 방사능이 북서풍을 타고 일본 열도로 유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됩니다. 미국의 기상전문업체인 애큐웨더가 핵 실험장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북서풍을 따라서 동해 넘어 일본 열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홋카이도나 혼슈 북단, 나아가 남쪽까지 방사성 물질이 닿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남한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6차 핵실험 뒤에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50여차례에 걸쳐 포집 활동을 벌였는데, 방사능 물질인 제논 133이 13차례에 걸쳐 검출됐습니다. 위원회는 포집 시기와 위치, 기류 등을 종합해서 풍계리 지역에서 유입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때문에 조금 거리가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남한도 결코 안전지대는 아닙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