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수도권까지 급속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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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반도 남쪽에서 확산되는 고병원성 조류독감을 들여다봅니다.

(오리 울음소리)

방금 오리가 우는 소리를 들으셨는데요, 한국에서 조류독감의 확산 속도가 심상치 않습니다. 조류독감은 오리, 닭, 야생조류에서 발생하며 드물게는 사람에게서도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을 말합니다.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작은 감염성 병원균을 말합니다.

21일에는 전라북도 김제시 금구면의 한 육용 오리 농가에서 오리 100마리가 폐사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당국이 고병원성 조류독감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역학조사에 나섰습니다. 전라북도는 가축방역관과 초동 방역팀을 현장에 투입해 가검물을 채취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정밀검사를 의뢰했습니다. 또 이 농가 오리 1만7000여 마리를 예방차원에서 살처분할 방침입니다.

이에 앞서 20일엔 수도권인 경기도 양주시 산란계, 즉 알을 낳는 닭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 의심신고가 접수돼 차단방역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 18일엔 전라남도 무안군 일로읍의 한 육용오리 농장에서도 조류독감 양성반응을 보여 해당 농장의 오리 2만1700여 마리를 살처분했습니다. 이 지역 오리 사육 농장주가 한국의 MBN 방송에 전한 말입니다.

(농장주) 또 오리를 키워야 하는데 어떻게 키워야 할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습니다.

이처럼 조류독감 바이러스 가운데 전염성이 높고 인체 감염과 사망 사례까지 보고된 ‘H5N6형’ 바이러스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발견돼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해안 철새 도래지를 중심으로 중부내륙의 오리와 닭 사육 농장에 확산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정진호 계장의 말입니다.

(정진호) 철새가 광범위하게 감염되었을 가능성은 있다.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경우로 보면 그 가능성이 있지 않나.

H5N6형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2014년 중국에서 발생한 후 지금까지 15명이 감염돼 9명이 숨지는 등 인체 감염 사례가 있어 방역 당국과 농가를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강승구 전라북도 농축산식품국장이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말입니다.

(강승구) 전남, 경기, 충북에서 H5N6가 나오고 있으므로 올해 H5N6가 대유행하지 않을까 그렇게 우려를 하고 있고....

조류독감이 한국에서 처음 발생한 건 지난달 28일 충청남도 천안시 풍세면 남관리 소재 봉관천에서입니다. 이곳에서 채취된 야생조류 분변에서 H5N6형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검출된 데 이어 지난 10일 전라북도 익산시 춘포면 만경강 수변에서 포획한 야생조류 시료에서도 같은 바이러스가 확인됐습니다. 이어 16일 충청북도 음성군 맹동면 용촌리의 한 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15일 닭 2000여 마리가 폐사한 전라남도 해남군 산이면의 한 산란계 농장 역시 고병원성 조류독감으로 확인됐습니다. 정밀검사 결과 모두 H5N6형이었습니다.

충북방역대책본부는 17일 음성 맹동면에 방역팀을 파견해 조류독감 발생 농가의 오리 2만6000여 마리를 살처분했습니다. 하지만 확산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약 20㎞ 떨어진 청주시 북이면의 한 농장에서도 20일 오리 80마리가 폐사해 8500마리를 살처분했습니다. 당국은 이들 농가의 오리는 물론 반경 3㎞ 이내 닭 15만 마리와 오리 16만2800마리를 21일까지 살처분했습니다.

수도권에도 이번 조류독감 확산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경기도와 양주시에 따르면, 지난 20일 백석읍 한 산란계 농장에서 사육 중이던 닭 1만 3400여 마리 중 240 마리가 19일과 20일 잇따라 집단 폐사해 사육 농민이 당국에 고병원성 조류독감 의심 신고를 했습니다. 당국은 이 농장에서 폐사한 닭을 검사한 결과 H5형 조류독감으로 판정됐다고 밝혔습니다.

방역당국은 해당 농장에 방역팀을 투입해 이동통제를 하는 등 방역 조치를 시행 중입니다. 또 해당 농장의 닭 전부를 예방적 살처분 조치했습니다. 이 농장의 인근에 사는 주민이 한국의 KBS 방송에 한 말입니다.

(주민) 포클레인이 와서 땅을 파고, 통제선 해놓고 들락거리지도 못하게 하고 그랬어요.

불행 중 다행으로 북한에서는 아직까지 조류독감과 관련한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예년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조류독감이 북한에서 발생한다고 해도 한 달이 넘어서야 알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14년에 북한 매체가 조류독감이 발생했음을 처음으로 보도한 것이 4월 9일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보도에서 평양시 형제산구역에 3월 21일에 조류독감이 발생해 “이미 수만 마리의 닭이 폐사, 도살되는 등 많은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3월 21일에 조류독감이 발병했는데 그때로부터 4월 14일까지 23일이 지나도록, 세계동물보건기구에 신고조차 하지 않은 셈입니다.

이에 앞서, 북한에서는 지난 2005년 2월 조류독감이 발생해 닭과 오리 등을 살처분했으며, 북한 당국은 조류독감 발생 3주 후 뒤늦게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고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우려할 사항은 북한에서는 개인이 집에서 돼지나 닭을 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일단 조류독감이 발생하면, 발생 농장의 감염 동물을 살처분 하는 등 신속히 오염원을 제거할 것을 조언합니다. 또 농장 출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출입자와 출입차량, 오염 대상 물건과 농장 등을 매일 소독해야 합니다.

다행히 닭이나 오리를 먹을 경우, 완전히 익혀 먹으면 안전합니다. 조류독감 병원균은 섭씨 70도 이상의 고온에서 파괴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닭이나 오리를 살코기의 경우 붉은색이 모두 없어질 때까지 익히고, 계란은 노른자가 다 익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충북대학교병원의 정혜원 감염내과 교수가 한국의 YTN 방송에 전한 말입니다.

(정혜원) 양계 농가가 아니고서는 가금류랑 사람이랑 같이 생활하는 문화가 아니고 일반인들은 주로 먹는 것을 걱정하는데 요리에 의해서는 감염되지 않습니다.

이밖에 북한주민들이 조류독감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들로는 우선적으로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휴지나 손, 팔 등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사용한 휴지는 잘 처리한 후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할 것을 주문합니다. 또 집에서 닭이나 오리를 기르는 사람들은 가금류의 분비물과 배설물이 몸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금류를 다룰 때는 장갑이나 장화를 착용하고, 가금류를 가까이 한 후에는 비누로 손과 발 등을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