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커가는 방사능 공포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 방사능 시민감시단이 판매 중인 수산물의 방사능 수치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 방사능 시민감시단이 판매 중인 수산물의 방사능 수치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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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반도에서 커가는 방사능 공포의 현실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방사능 공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횟집에는 파리가 날리고, 한국인 사이에 선호의 대상이던 일본산은 불신의 상징이 돼버린 듯합니다. 일각에서는 방사능 공포의 '실체 없음'을 지적하기도 하는데요, 청취자를 위해 방사능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방사능이란 라듐, 우라늄 등의 물질이 자발적으로 방사선을 내는 일이나 성질을 뜻합니다. 방사선은 방사능 원소가 붕괴될 때 방출되는 물질 입자선을 말하는데요, 우리는 매일 이런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선도 있고 지표면에서 올라오는 방사선도 있습니다. 다만 형태는 물론 냄새나 색도 없어 체감하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비행기를 타거나 엑스레이 촬영을 할 때면 더 많은 방사선에 노출됩니다. 비행기나 의료기기 이용이 지나치지 않다면 사람이 자연 방사능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습니다.

양윤정: 자연방사능은 그렇다 쳐도, 인공방사능은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요?

장명화: 네. 사실 원자력발전용 연료인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 핵분열하는 과정에서 1천7백여 종에 달하는 방사능이 나옵니다. 그 가운데 20종은 인체에 특히 위험합니다. 널리 알려진 세슘-137, 요오드-131 등입니다.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발생하면 이런 물질이 공기와 땅으로 흡수될 위험성이 증가합니다. 2011년에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유해 물질이 땅에 침투해 수질을 오염시키면 피해가 커집니다. 오염된 물을 인간이 정수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지극히 낮기 때문입니다.

양윤정: 인체 면역 체계가 방사능을 방어할 수 있지 않나요?

장명화: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아닙니다. 세균이 침투하면 인체 면역 체계가 작동돼 스스로 방어하지만 방사능은 예외라고 합니다. 병원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습니다. 의학계가 알고 있는 사실은 100mSv (밀리시버트) 이상 피폭됐을 경우 피폭된 양에 비례해 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것뿐입니다. 밀리시버트는 방사선량 측정 단위로 사람의 몸에 피폭되는 위험도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단위입니다. 그 이하의 방사능에 노출됐을 때 추가적인 암 발생 증가율이 있는지 혹은 치료약은 무엇인지 등에 관해 아직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방사능에 노출됐다며 병원에 가도 체내에 흡수된 세슘을 대변으로 배출시키는 약만 받을 뿐입니다.

양윤정: 이 같은 이유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3년 가까이 지났지만 방사능에 대한 걱정은 줄지 않습니다. 오염수가 통제되지 않고 있다는 뉴스도 계속 보도되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바다로 흘러간 오염수가 26만 톤입니다. 한반도가 바짝 긴장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데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오염 물질은 해류의 흐름을 타고 시계 방향으로 도는데요. 일본 홋카이도까지 올라가서 태평양을 건넙니다. 미국과 캐나다 쪽으로 닿았다가 적도를 타고 한반도 쪽으로 오게 됩니다. 일본의 오염수가 일본해뿐 아니라 태평양까지 오염시키고 있는 셈입니다. 관건은 오염수가 한 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해류와 그 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서울대학교의 조양기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오염된 바닷물이 한반도까지 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며, 그 와중에 오염수가 희석돼 농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일부 전문가는 오염수가 빠르면 앞으로 3년 후에는 한국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일본에서 해양오염지도를 작성한다면 어느 지역이 오염됐는지, 조업을 할 수 있는 지역은 어디인지 알 수 있지만 일본 정부는 지도를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양윤정: 한국인에게 미치는 방사능 영향은 얼마나 될까요?

장명화: 보통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가 일어나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외부 피폭과 내부 피폭으로 나뉩니다. 외부 피폭은 공기 중에 있는 방사선에 의해 인체가 영향을 받는 것을 말합니다. 내부 피폭은 방사성 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와 신체 내부에서 핵분열에 노출되는 현상입니다. 전문가들은 사고가 일어날 당시에는 외부 피폭을, 이후에는 내부 피폭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사고 이외의 지역에서는 내부 피폭을 주의해야 한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예로, 우크라이나 보건 당국의 조사 결과, 러시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선 내부 피폭 경로의 80∼95%는 음식 섭취였습니다. 한국인의 내부 피폭 위험성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선 영향에 대한 예비 평가 결과'를 통해 위험수위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유럽방사능위험위원회는 내부 피폭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내부 피폭 값을 설정하려면 인구별, 지역별, 기간별 감시가 필요하지만 자료가 불확실하다는 것입니다.

양윤정: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장명화: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세슘 허용 기준치는 선진국보다 엄격합니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일본산 수산물의 세슘 허용 기준치를 kg당 370Bq에서 100Bq 이하로 강화했는데, 이는 중국, 유럽연합, 미국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입니다. 또 한국은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과 근교 지역의 식품 수입을 전면 금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