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연근해 어획량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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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반도의 연근해 어획량 실정을 살펴봅니다.

(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 노래)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어머니 코고는 소리 조그맣게 들리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보다.... (중략)

한국의 가수 김창완 씨의 인기 가요 ‘어머니와 고등어’의 일부를 들으셨는데요, 이렇게 대중가요에 등장할 정도로 값싸고 흔했던 고등어가 한반도 연근해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고등어뿐이 아닙니다. 소위 '국민 생선' 자리를 차지했던 명태는 동해안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습니다. 한국인 밥상의 단골 반찬이었던 참조기, 가자미 등도 밥상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1980년 152만 톤이던 연근해 총 어획량은 1990년대 평균 137만 톤으로 떨어진 뒤 2000년대에는 115만 톤으로 급감했습니다. 1980년 어획량과 2014년 어획량을 비교하면 한반도 연근해 어획량은 지난 25년 사이에 30% 가량 줄었습니다. 부경대학교 자원생물학과의 김수암 교수가 부산과 경상남도를 중심으로 한 민간 방송 KNN에 밝힌 말입니다.

(김수암) 1980년대 중반에 어획량 최대를 기록한 뒤 그 이후에는 점점 어획량이 줄어들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연안 수자원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고등어, 삼치, 갈치 등 근해 어종이 위판되는 부산공동어시장의 최근 위판물량을 보면 가속화되는 어자원의 고갈 실태를 볼 수 있습니다. 15년 전인 2000년 28만2천여 톤에 달하던 공동어시장 총 위판 량은 2014년 16만9천여 톤으로 40%가 줄었습니다.

이 가운데 고등어는 2008년 13만5천여 톤에서 2014년 9만7천여 톤으로 28%가량 감소했습니다. 부산시가 지난 2005년 11월 말 고등어 70톤을 식량난을 겪는 북한에 무상으로 보내기란 이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어종의 변화 또한 수산업계가 새로이 직면한 문제입니다. 1970∼80년대에는 쥐치, 정어리, 갈치, 명태 등이 주로 어획됐으나 근래 들어서는 멸치, 오징어, 고등어가 주로 잡힙니다. 1980년대 한반도 연안의 대표적인 어종인 쥐치, 정어리, 명태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어획량이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어장의 변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살오징어는 1996년 최고 25만여 톤이 어획됐지만 2014년 16만여 톤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동해안에서 주로 잡히던 오징어가 서해안에서 대량 잡히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서해안을 방문한 시민의 말입니다.

(시민) 서해안에서 이렇게 오징어를 볼 수 있다는 게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많은 오징어가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실제로 2012년 서해안 살오징어 어획량은 약 740톤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배가 넘는 1천500톤으로 늘었습니다. 2014년에는 8월 한 달 어획량만 2013년 전체와 맞먹는 오징어가 잡힌데 이어 한해 약 2천500톤에 달해 '오징어 풍어'를 이뤘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제는 동해안에서 오징어 보기가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북한해역에 진출한 중국어선이 싹쓸이 조업을 하면서 어획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수산업 통계에 따르면, 2004년 144척이 처음 북상한 중국어선은 해마다 계속 늘어 지난해 1천900척으로 불어났습니다. 그 결과, 동해에서 오징어로 유명한 울릉도의 경우, 2000년에 1만 톤이 넘던 오징어 어획량은, 중국어선이 나타난 뒤부터 계속 줄어 2004년 반 토막이 나더니 지난해는 1/5인 2천 톤까지 줄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국어선의 싹쓸이 조업을 막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한국사법원의 류여해 교수가 채널A 방송에 나와 한 말입니다.

(류여해) 오징어는 회유성 어종인데요, 회유성 어종은 따뜻한 곳으로 내려오게 되어 있습니다. 북한은 인력이 부족해서 오징어를 많이 어획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3, 4월이 지나 따뜻해지면 오징어가 남쪽으로 내려와서 우리가 동해안에서 어획할 수 있었거든요. 그러나 중국에서 북한과 협정을 맺어서 불법적으로, 또 합법적으로 오징어를 잡고 있습니다. 위에서 잡는 것을 어떻게 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막을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북한과의 협약을 남측에서 하지 않는 이상은 남측이 동해안 오징어를 먹기는 굉장히 귀해질 것 같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2004년부터 중국 어선의 동해 먼 바다 오징어잡이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6월부터 12월까지, 어획고의 25% 현물을 입어료로 내는 조건입니다.

한국 어민은 10톤급의 작은 배로 낚시 잡이를 하는 반면, 중국은 80톤급 이상의 저인망 어선으로 그물을 이용해 대량으로 오징어를 잡습니다. 수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과 2013년에는 자그마치 1400여 척의 중국 어선이 한반도 남단을 돌아 동해 먼 바다에까지 와서 오징어잡이를 했습니다.

그렇다고 한반도 연근해의 어장과 어종의 변화를 중국어선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 분석으로는 동해안은 근년에 한류가 강해지는 양상으로 해황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에 따라 난류 어종인 오징어 떼가 수온이 따뜻한 남해안이나 서해안, 또는 먼 바다로 활동 수역을 이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남도와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연구소의 2013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한반도 주변 바다 온도는 0.8도 올라, 세계 평균 상승률보다 무려 4배 정도 높았습니다. 이런 수온상승은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남서해수산연구소의 최양호 박사가 한국의 SBS 방송에 나와 밝힌 말입니다.

(최양호) '빠른 수온 증가율을 보인다', 그렇게 이야기 할 수가 있겠습니다. 아열대 기후에 이미 접어들고 있지 않았나...

이 같은 해양 환경 변화에 따라 충남도의 경우, 어민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에 나서고 있습니다. 충남도 관계자는 "전문가를 초청해 해양 환경 변화에 따른 어종 선택과 양식업의 방향 등에 대해 특강을 진행하는 등 적응교육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고갈하는 연근해 어자원 보호를 위해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는 한편 어린 물고기 보호와 중국어선 싹쓸이 조업 등에 적극 대응하는 등 장기적인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