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두루미 월동지 복원 프로젝트 중단 안타까워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겨울 진객 두루미들이 시베리아로 돌아가기에 앞서 먹이를 먹고 있다.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겨울 진객 두루미들이 시베리아로 돌아가기에 앞서 먹이를 먹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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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최근 한국 최초로 확인된 재두루미의 이동경로를 살펴봅니다.

(두루미 울음소리)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펴고 멋지게 하늘을 나는 두루미가 우는 소리, 잠시 들으셨는데요, 한반도에는 ‘학’자 들어간 땅이름이 2백곳이 넘을 정도로 사랑 받는 두루미는 세계 18종인데요, 그 가운데 대략 7종이 한반도를 찾아옵니다.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 검은목두루미, 시베리아흰두루미, 캐나다두루미, 쇠두루미 등입니다.

이 가운데, 특히 재두루미의 한반도 이동경로가 GPS, 즉 인공위성 추적장치를 통해 한국 내 처음으로 확인돼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재두루미는 몸길이가 약 120cm로 회색이고 눈 주변이 붉으며 머리와 목 뒤는 흰색입니다. 백명수 부소장은 경기도동물위생시험소 내 야생동물구조센터와 서울대공원이 이뤄낸 쾌거라며 그 조사방법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백명수) 지난해 3월 남양주에서 탈진 상태로 구조됐던 재두루미에게 GPS 장치와 인식표를 부착해서 방사한 후 추적한 결과입니다. GPS는 무게가 30g인 초소형 기기로 약 20만개의 위치정보를 기억할 수 있는 성능을 갖고 있습니다. 이렇게 GPS를 단 재두루미는 평택에서 방사된 후, 철원 비무장지대에서 2주간 머문 뒤 4월 24일 그곳을 떠나 북한을 거쳐 하루 만에 러시아의 연해주인 칸카호 남부에 도착했습니다. 약 6개월간 러시아의 칸카호와 달네레첸스크에서 둥지를 튼 후, 10월 21일 칸카호를 출발해서 3일 후에 강원도로 되돌아 왔습니다. 철원 일대에서 겨울을 보낸 재두루미는 올해 3월 16일 다시 북상해서 약 4일 후 러시아의 번식지인 칸카호에서 7개월을 머문 후에 다시 10월 24일 철원으로 내려와 현재까지 월동 중입니다.

백 부소장은 이번 조사의 의미에 대해 그간 베일에 가려졌던 재두루미의 이동경로가 구체적으로 파악돼, 멸종위기에 처한 재두루미 보전의 디딤돌이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백명수) 이번에 GPS 장치를 통해 밝혀진 이동경로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약 2년간 1,000km에 이르는 상세한 이동생태가 밝혀진 것입니다. 재두루미의 주번식지인 러시아로부터 주요 월동장소인 철원지역까지 재두루미의 이동경로가 자세히 파악되고 중간 기착지 등이 확인되면서 보전해야 할 주요 지점이 더욱 명확해진 셈입니다. 재두루미 이동경로를 보호하기 위한 국가간 공동협력이 더 분명해지고, 구체적으로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재두루미는 한국 천연기념물 제 203호로 지정돼 있습니다. 전 세계 개체수가 약 6천마리 밖에 남지 않은 세계적 희귀종이면서도 환경부가 정한 한국 내 멸종위기종 2급에 해당하는 보호종입니다. 개발로 인해 습지가 감소되고 서식지가 파괴됨에 따라 재두루미의 월동장소가 점차 사라지는 시점에서 구체적인 서식지 보호와 같은 보전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북한 역시 남한과 마찬가지로 두루미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국가적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북한에서는 두루미를 ‘흰두루미’로 부르면서, 명승지, 천연기념물 보호법에 따라 천연기념물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남한은 두루미를 천연기념물 202호, 재두루미를 203호로 각각 지정하고 있는데, 북한은 두 종류의 두루미와 더불어 서식지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서해안에 위치한 문덕 겨울새 살이터(서식지의 북한 식 표현)는 904호, 남동쪽의 근야 겨울새 살이터는 275호, 안변 두루미 살이터는 421호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북한의 여러 두루미 월동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제일 큰 두루미 월동지역은 서해안 쪽인 황해도 룡연군 일대입니다. 룡연군 일대에서 두루미는 대동만을 낀 원천리와 곡정리의 간석지, 그리고 그 주변의 밭에서 겨울을 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몇 년 전 흰 두루미 주요 월동지역을 습지 보호구로 지정하는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두루미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세우기도 했는데요, 두루미 월동지 복원활동이 활발히 전개됐던 안변 지역을 2010년 7월 안변 두루미 보호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철원에서 북쪽으로 70km 거리의 북한 강원도 안변은 ‘고난의 행군’ 이전엔 겨울을 나는 두루미가 240 마리나 됐다고 합니다. 그 수가 급격히 줄자, 국제두루미재단을 포함한 국제 비정부단체들은 안변에 두루미들이 계속 머물 여건을 되살기리 위해 지난 2008년 일명 ‘안변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국적으로 치면 미국, 캐나다, 중국, 러시아, 일본과 독일, 북한, 그리고 남한의 소수 전문가들이 참여했습니다. 안변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백 부소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백명수) 안타깝게도 북한의 두루미 월동지 복원사업인 안면 프로젝트는 현재 중단된 상태입니다.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국제두루미재단은 안면 프로젝트 지원을 재작년에 중단했습니다. 몽골학자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참여하던 북한 내 다른 지역 두루미 월동지 보호사업도 미국 정부의 권고에 따라서 지난해 중단됐습니다. 안변 지역은 두루미들이 한반도에서 겨울을 나기에 이상적인 조건을 가진 지역이었습니다. 그러다1990년대 후반 들어서 월동하러 오는 두루미가 한 마리도 없게 된 상황에서 2008년 국제단체와 남북한, 일본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화학농업을 유기농업으로 대체하고 퇴비로 땅을 살려서 농민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더불어 두루미가 먹을 수 있는 작물도 재배하면서 이 지역에 북한 당국도 63 헥타르에 이르는 지역을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이런 노력 끝에, 한 마리도 날아오지 않았던 곳에 2013년에 60마리 이상이 월동하는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영향으로 현재 이 사업이 중단됐고, 두루미 월동지역인 안변 지역을 둘러싼 현재까지의 노력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동북아시아 두루미 서식지 보전을 위한 ‘철원 두루미 국제 심포지엄’이 최근 강원도 철원에서 열려 눈길을 끕니다. ‘심포지엄’은 여러 강연자가 한 주제에 대해 다른 입장에서 강연한 뒤, 청중들이 질문이나 의견을 내 넓은 시야에서 문제를 생각하고, 결론을 이끌어 내려는 집단토론 방식입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두루미 관련 한국, 중국, 일본 전문가, 민간 협회, 철원 주민협의체 관계자 등 120여명이 참석했는데요, 안변 지역의 두루미 서식 현황도 소개됐습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심포지엄은 두루미 번식지, 중간 기착지, 월동 지역 국가들의 전문가들이 모여 동북아시아 두루미 서식지 보전을 위한 국제협력과 생태관광 자원화를 통한 지역 주민간의 상생방안이 주요 의제였습니다. 특히 한반도 두루미 생태통일 방안에 대해서, 재일본 조선대의 정종렬 교수가 작성한 자료를 이범회 박사가 발표했는데요, 정 교수는 남북한 현상에 대해서 북한에서 당면한 조류문제는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이라는 국제단체와의 공동연구는 인정되고 있기 때문에 이 단체가 주최하는 연구사업에는 남북이 함께 참가가 가능하지만, 그 밖의 다른 야생동물 보호 관계는 별다른 협력방안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남북한에 동물교환이나 야생동물 보호 공동연구 합의서 조인을 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