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중국, 한국, 북한의 미세먼지 농도를 살펴봅니다.
미국의 비영리 환경연구단체 ‘버클리 어스’가 최근 동아시아의 초미세먼지 농도 지도를 공개해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초미세먼지는 지름 2.5μm 미만의 아주 작은 먼지 입자로 황산염을 비롯한 이온 성분과 금속화합물을 포함한 유해물질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호흡기 깊숙이 침투해 폐 조직에 붙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혈관으로 흡수돼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을 일으킵니다. 백명수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중국 대륙 대부분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위험’ 수준으로 나왔습니다. 이는 중국인이 매일 담배 3개를 피우는 것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지도에서 한국은 대체로 보통 단계인 노란색이나, 남부 지역은 좋은 상태인 초록색입니다 중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일본은 초록색으로 좋은 상태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자료가 없어서 지도에 표기되진 않았지만, 주변 상황을 고려해보면 남한과 같은 보통 단계로 추측됩니다. 하지만 중국과 근접한 경계지역은 민감한 계층에는 영향을 줄 수 있는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초미세먼지 농도 지도가 소위 ‘미세먼지 중국 원인론’에 힘을 실어주는 분석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백 부소장은 그나마 한국이 ‘보통’ 수준을 보인 것도 이번 달 맹추위 덕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백명수) 한반도 수준은 보통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한파가 커튼 역할을 하면서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를 막아줘 보통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상청은 12월 1일부터 10일까지 서울 평균 기온이 영하 0.3도로 평년의 2.1도보다 2도 넘게 낮았고, 같은 기간 전국 평균 기온은 1.1도로 평년의3.0도보다 1.9도 낮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북극의 한기가 남쪽으로 이동하다 우랄산맥-카라해 부근에서 형성된 상층 고기압에 막히면서 한반도로 몰려왔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으로 북쪽에서 찬바람이 불어와 미세먼지 농도가 줄어들었다고 분석합니다. 같은 기간 서울 미세먼지 PM 10의 평균 농도는 7 제곱 미터당 28.43 μg이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농도인 43.15 μg보다 약 34% 정도 줄어든 수치입니다. 만일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따뜻한 바람이 한반도로 유입됐다면, 내몽골 고원과 중국 등을 거쳐서 미세먼지가 많이 들어왔을 겁니다.
마침, 한국 환경부와 중국 환경보호부가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 직후 두 나라가 앞으로 5년간 추진할 ‘한국, 중국 환경협력계획’에 서명했는데요, 백 부소장은 미세먼지 대응이 핵심 협력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백명수) 이번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 한중 환경협력센터를 공동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센터 내에는 대기질 공동연구단과 환경기술 실증화 지원센터를 설치해, 미세먼지를 비롯한 양국 간의 모든 환경분야 협력사업이 검토될 것으로 보입니다. 환경부는 이 계획에 따라 양국이 현재 중국 산동, 하북 등에서 추진 중인 제철, 석탄화력 분야 대기오염 방지 실증 협력사업을 석유화학, 시멘트 등 미세먼지가 다량으로 배출되는 산업 전반으로 확대해 시행할 예정입니다.
양국 환경부 국장급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센터 운영위원회는 이 기구의 업무 계획과 예산 검토·승인, 활동성과 점검 등을 수행할 예정입니다. 또 양국은 내년 상반기에 실무연수회를 열어 협력 상황을 평가하고, 이번에 합의한 계획에 따른 세부 사업들을 발굴·확정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양국 회담에서는 지난 8월 한국, 중국, 일본 환경 장관회의에서 합의한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보고서’의 발간 시점을 결정할 예정이었는데요, 백 부소장은 이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보고서 발간 시기와 관련한 이야기는 없다며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백명수) 당초 양자회담에 앞서 환경부는 미세먼지 관측 분석 결과보고서의 발간 시점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보고서 발간이 정해졌다는 보도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조사는 1995년 시작해서 현재 4차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한중일 3국간의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 물질 공동연구는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 특성과 국가별 역량을 파악하는 공동연구입니다. 중국은 그간 한국과 중국 양국 환경 당국간의 기후변화 유발 물질의 배출량을 산정하고 월경성 미세먼지 저감방안 등을 공동으로 연구해놓고도 그 결과를 발표하기를 거부해왔습니다. 왜냐면 중국이 한반도 미세먼지의 원인제공자라는 점을 인정하려 하지 않아섭니다. 조만간 논의가 진전돼 내년 한중일 환경장관 회의 이전에 보고서가 발간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중국은 28개 도시에서 초미세먼지 수치가 평균 22.6% 감소했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요, 정작 북쪽 8개 도시에서 미세먼지 감축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에 대해 한국 측에 설명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앞서, 중국 환경보호부는 지난 11일 “가스 값 인상으로 석탄 보일러를 교체하지 못해 북쪽 8개 도시에서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 중국 간 대기오염 협력은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북한의 초미세먼지 건강 피해는 중국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국제 의학전문지 '란셋'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서 초미세먼지로 인한 연간 조기 사망자 수는 2015년 기준 인구 100만명당 750명 수준입니다. 조기 사망은 초미세먼지 오염으로 인해 호흡기나 심혈관계 질환 등이 악화해 수명이 단축되는 것을 말합니다. 중국은 인구 100만명당 700명 수준이었고, 한국은 380명 정도로 추산됐습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북한과 중국은 초미세먼지 배출량 중에서 석탄 화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이런 미세먼지를 감축하기 위한 중국과 북한 간 대기오염 협력은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또 중국은 자국의 미세먼지 배출이 동북아시아 대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중일 공동 조사보고서 발간도 합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기오염 저감 협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대기오염 장거리 이동 파악을 위한 한국, 중국, 일본 교류는 있지만, 정작 인접한 남북한 간에 환경정보에 대한 교류가 전혀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말합니다. 깨끗하고 안전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선 같은 공기를 호흡하는 북한과의 대기오염에 대한 신속한 정보교류와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공동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