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반도의 서해안에서 사라지고 있는 바지락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한반도의 서해안에서 바지락이 사라지고 있어서, 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면서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한국 국립수산과학원 갯벌연구센터에 따르면, 1990년 약 7만5천톤에 달했던 바지락 생산량이 2000년에는 3만8천여톤으로 반 토막이 났고, 지난해에는 2만5천여톤으로 더 줄었습니다. 25년 사이에 66%나 줄어든 셈입니다. 바지락은 서해안 갯벌에서 양식하는 조개류 생산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어민들의 중요한 소득원입니다.
양윤정: 이처럼 바지락이 급감하는 이유가 뭡니까?
장명화: 연안매립이나 하굿둑 건설 등으로 바지락 서식처인 갯벌이 많이 사라진 게 가장 큰 원인입니다. 갯벌연구센터는 지난 20년간 서해안 갯벌의 20%에 해당하는 710㎢가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갯벌연구센터는 특히 2000년대 이후에는 '쏙'이 급속히 서식지를 넓힌 점을 지적했습니다.
양윤정: 쏙이 뭔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쏙은 절지동물 십각목 쏙과의 갑각류인데요, 생김새는 갯가재와 비슷합니다. 인천에서 전라북도에 이르는 서해안의 바지락 어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만2천여 헥타르 가운데 42%에서 쏙이 대량으로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갯벌에 구멍을 뚫어 그 속에서 사는 쏙이 많아지면 바지락 등 다른 조개류는 살 수가 없다는 겁니다. 갯벌연구센터 관계자는 "쏙은 자라면서 구멍을 넓고 깊게 파기 때문에 쏙이 대량 서식하는 갯벌은 마치 연탄처럼 구멍이 숭숭 뚫리기 때문에 쏙이 침범한 지 3년이 지나면 바지락 같은 조개류가 살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양윤정: 이 쏙이 2000년 이후 서식지를 넓혀 바지락을 밀어낸 겁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갯벌연구센터 관계자는 2000년 이후 쏙이 바지락 양식장을 침범해 왕성하게 번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시화지구, 금강하굿둑, 천수만 주변 등에서 심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매립과 하굿둑 건설로 육상에서 모래와 자갈 공급이 끊겨 갯벌이 진흙으로 바뀌면서 쏙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바지락은 진흙, 모래, 자갈이 섞인 갯벌에서 주로 삽니다. 갯벌연구센터는 쏙의 습격으로 인한 바지락 생산 피해액이 연간 135억원에 이르며, 이런 상태가 방치되면 머지않아 서해안 갯벌에서 바지락을 보기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양윤정: 바지락을 지키기 위한 방법은 없습니까?
장명화: 국립수산과학원은 한국 언론에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현재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장비로 쏙이 대량 서식하는 갯벌을 깊이 25∼30㎝까지 갈아주는 것이 그나마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어서 쏙이 사라질 때까지 해마다 반복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갯벌을 갈아주면 구멍이 망가져 쏙이 위쪽으로 올라올 때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잡아내야 하므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듭니다.
양윤정: 한국 정부가 쏙 구제사업을 시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장명화: 일부 어촌계를 대상으로 쏙 구제사업을 시행하고는 있습니다만, 비용의 20%를 어민들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쏙 때문에 바지락 생산이 줄어 어려움을 겪는 어민들이 이 돈을 매년 부담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갯벌연구센터는 "쏙 구제 효과를 높이려면 정부가 예산지원을 늘려서 어민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양윤정: 한국은 그렇다 치고, 북한의 바지락 현황은 어떻습니까? 북한의 자연산 바지락은 한때 남쪽에서 크게 각광받지 않았습니까?
장명화: 바지락은 북한에선 '바스래기'라고 불리는데요, 말씀하신대로, 북한의 자연산 바지락은 맛이 담백해서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인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바지락은 요즘 북한에서도 거의 씨가 말라서 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요즘 북한에서 생산되는 바지락은 자연산이 아니고, 대부분 중국에서 종패, 즉 씨조개를 들여다 키운 양식 바지락으로 알려졌습니다.
양윤정: 북한의 자연산 바지락이 사라지는 이유는 뭡니까?
장명화: 바지락은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출품인데요, 이 자연산 바지락은 오랫동안 마구잡이 채취를 하는 바람에 씨가 말라 구경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북한의 바지락 생산지로 유명한 황해도 옹진에서 바지락을 수입하는 중국 조선족 수산물 업자 김모 씨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요즘 나오는 북한산 바지락은 중국에서 종패를 들여다 인공 양식으로 생산된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또다른 소식통은 "북한에서는 바지락 종패를 배양, 생산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북한산 바지락을 수입하는 중국업자들이 중국산 종패를 북한 수산사업소에 넘겨주고 북한에서 양식한 바지락을 우선 수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중국에서 북한에 제공하는 바지락 종패는 중국에서도 수산물 양식업이 가장 발달한 푸젠성에서 생산한 것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양윤정: 북한의 자연산 바지락과 중국산 종패를 수입해 북한에서 양식된 바지락의 차이가 있습니까?
장명화: 네. 업계 관련자들은 북한의 자연산 바지락은 표면에 검은 점과 흰 점이 골고루 퍼져있지만 중국 종패를 양식한 바지락은 그 표면이 희거나 약간 누런빛이 나는 선명한 줄 두세 개가 보인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는 전문가가 보아야 구분할 수 있지 보통 사람은 구분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합니다.
양윤정: 몇 년 전에 한 한국인이 중국산 새우를 수입해 원산지를 한국산으로 속여 판매해 구속된 적이 있는데요, 바지락도 이런 식으로 한국에 수입되고 있지 않을까요?
장명화: 사실, 중국산 종패를 수입해 북한에서 양식된 바지락은 중국산 바지락으로 둔갑해 상당량이 한국으로 재수출 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뚱강의 한 수산물 업자는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에서 들여온 바지락은 랴오닝성을 포함한 중국 동북지역에서 생산된 바지락과 섞여 한국에 재수출되고 있다"면서 "5.24 조치로 북한상품이 한국에 들어갈 수가 없다지만 중국산으로 둔갑한 북한산 바지락을 한국에 수출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양윤정: 5.24조치가 뭡니까?
장명화: 5.24조치는 지난 2010년 3월에 일어난 천안함 침몰사건에 따라 그 해 5월 한국 정부가 단행한 대북제재조치입니다. 한국은 1999년부터 북한산 수산물을 수입해왔습니다. 특히 북한산 바지락은 겨울철 소비량의 50%를 차지할 만큼 인기품목이었습니다. 그러나 5.24조치 이후 남북교역은 중단됐고, 바지락을 비롯한 북한산 수산물 수입도 전면 금지됐습니다.
양윤정: 북한은 군부의 돈줄인 수산물 생산에 주력하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북한산 바지락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가고 있습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는 북한산 물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한 조치를 어기고 북한산 바지락을 수입한 혐의로 지난 2007년 야마구치 현의 수산회사 2곳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렸습니다. 일본은 지난 2006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 실시에 대한 보복 조치로 북한산 물품 수입 금지 등 경제제재 조치를 발동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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