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된 가금류의 친환경적 처리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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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안병옥 소장과 함께 조류독감으로 살처분된 가금류의 친환경적 처리방식을 들여다봅니다.

(방역직원) 다 차단해놓고, 사람이 부족해 살처분을 못하고 있어요.

(양계농민) 마음 아플 새가 없어요. 이거를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손이 딸리니까.

방역직원과 양계 농민이 최근 한국의 SBS 방송에 밝힌 말, 들으셨는데요, 영남지역의 이 오리 농장은 간이 검사 결과, 고병원성 조류독감 양성반응이 나오자 곧바로 폐쇄됐습니다.

조류독감은 닭, 오리 등과 야생 조류에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 질병입니다.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작고 다른 생물체에 기생하는 생물을 뜻합니다. 조류독감은 100여 년 전에 나타나 전 세계로 퍼졌는데, 야생 조류를 통해 전염되므로 전파 속도가 무척 빠르며, 고병원성일 경우 조류의 치사율은 100%에 이를 만큼 무서운 파괴력을 갖고 있습니다.

안병옥 소장은 조류독감 확진 농가가 지난달 16일 조류독감 의심신고가 처음 접수된 이후 지난 26일까지 도살된 닭과 오리의 수가 2천500만 마리를 넘어섰다며, 특히 이로 인한 환경오염을 우려했습니다.

(안병옥) 왜냐하면 지금까지 약 2500만 마리가 살처분됐습니다. 이 살처분된 사체를 땅에 묻는 매몰방식으로 사후처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동물도 사체가 썩으면서 토양을 오염시킵니다. 또 비가 많이 오면 그 오염된 침출수가 바깥으로 나오면서 주변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워낙 많은 가금류를 묻고 있다 보니까, 원래 농장부지로 써야 했던 지역을 매립용도로 쓰다 보니, 농지가 부족해지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가금류의 사체에서 흘러나오는 침출수가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걱정합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부는 사체를 섬유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든 대형 수조에 담아 처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형 수조는 지하 또는 지상에 설치되며, 매몰 또는 설치 이후 6개월 동안은 월 1회, 1년 뒤에는 6개월 간격으로 3년 동안 바이러스가 남아있는지 확인합니다.

하지만 그 수가 많아지자, 매몰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원칙대로라면 조류독감 판정을 받은 농장은 24시간 이내에 모든 동물을 살처분 해야 하고, 지정된 플라스틱 대형 수조에 넣어 땅에 묻어야 하지만 모든 농장 주인이 넉넉한 토지를 갖고 있지는 않아 매몰지를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다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살처분된 가금류를 매몰 처리하지 않고 퇴비자원으로 재활용하는 방법이 쓰이면서 크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안 소장의 설명입니다.

(안병옥) 전북 고창군에서 ‘가금류 폐사가축 열처리기’라는 시설을 도입했습니다. 죽은 닭이나 오리의 경우, 분쇄를 해서 대략 섭씨 150도 정도로 열처리를 하게 되면 바이러스를 없애는 멸균 효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멸균을 한 뒤, 분쇄한 사체를 재활용 퇴비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게 나름대로 그냥 땅에 묻는 매립방식보다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기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고창군은 지난달 국비 50%를 지원받아 1억2500만원 상당의 열처리기를 도입했는데요, 이 열처리기는 분쇄·건조방식으로 1.5㎏ 육계를 기준해 1일 1만4000마리의 폐사가축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한국돈 1억2500만원은 미국 돈으로 약 10만달러입니다.

원래 고창군은 지난 2014년 1월 조류독감이 발생해 발생지 주변 25개소에 폐사가축을 담은 대형 플라스틱용기를 매몰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악취발생에 대한 민원과 사후관리에 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농장부지 역시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안아왔습니다.

그러다가 매몰 처리됐던 플라스틱용기를 다시 들어내 내용물을 자원화함으로써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열처리기를 도입했고 도입 직후 조류독감이 발생하면서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점도 있습니다. 안 소장의 말입니다.

(안병옥) ‘가금류 폐사가축 열처리기’라는 게 새로 만들어진 기계입니다. 그러다 보니, 고장이 자주 나고, 안정성의 문제가 있습니다. 가동하다가 멈추는 일도 있고요. 또 기계를 유지하고 관리하는데 많은 비용이 드는 게 단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조류독감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서는 앞으로 이 ‘가금류 폐사가축 열처리기’의 도입만이 환경보전의 해법이 될 것이란 목소리가 일관되게 나오는 상황입니다.

인근 정읍시 역시 아직 열처리기를 도입하진 않았지만 열처리기를 보유한 민간에 폐사가축의 사후처리를 위탁처리하고 있습니다. 또 당장 내년부터 도입을 추진해, 5대가량의 열처리기를 갖춘다는 계획입니다.

한반도의 남쪽과는 달리, 북한에서는 아직까지 조류독감과 관련한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예년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조류독감이 북한에서 발생한다고 해도 한 달이 넘어서야 알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병옥) 북한에서도 조류독감이 있었다는 소식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특히 2005년의 경우, 농장 3군데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해서 21만 8천여마리가 살처분됐습니다. 또 백신을 긴급 접종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금강산 지역에 방역을 강화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또 지난 2006년에도 평양 만경대 구역을 포함한 여러 곳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북한에서는 개인이 집에서 돼지나 닭을 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일단 조류독감이 발생하면, 발생 농장의 감염 동물을 살처분 하는 등 신속히 오염원을 제거할 것을 조언합니다.

조류독감에 감염된 사체를 열처리로 소각하면 바이러스를 확실하게 차단할 수 있지만, 차선택으로 매몰이라도 택해야 한다는 겁니다. 땅에 묻는 것만으로도 바이러스의 이동 경로가 차단 돼 접촉 또는 공기 중으로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이유로, 안 소장은 북한도 살처분된 가금류는 일단 매몰 처리하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안병옥) 자세한 것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현재로서는 살처분 한 뒤 사체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대량 매몰처리나 열처리기를 이용해 분쇄하는 방식 이외에는 특별한 대안이 없습니다. 때문에 북한도 조류독감에 걸린 닭이나 오리는 매몰 처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닭이나 오리를 먹을 경우, 완전히 익혀 먹으면 안전합니다. 조류독감 병원균은 섭씨 70도 이상의 고온에서 파괴되기 때문입니다. 닭이나 오리 살코기의 경우 붉은색이 모두 없어질 때까지 익히고, 계란은 노른자가 다 익어야 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