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미세먼지의 즉각적 저감방안 시행해야

서울, 경기, 인천 등 대부분 지역에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나쁨'을 기록한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일대가 뿌옇게 보인다.
서울, 경기, 인천 등 대부분 지역에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나쁨'을 기록한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일대가 뿌옇게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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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부소장과 함께 미세먼지 농도와 사망률 사이의 관계를 살펴봅니다.

(일기예보) 서울을 비롯한 그 밖의 전국은 계속해서 건조하겠습니다. 미세먼지 농도는 내일 전국이 ‘좋음~보통’ 수준으로 청정한 수준을 유지하겠습니다.

한국 연합뉴스TV의 기상예보관이 4일자 일기예보를 전하는 부분, 잠시 들으셨는데요, 한국에서는 일기예보와 함께 미세먼지 예보를 챙겨보는 게 이제 일상이 됐습니다.

미세먼지는 흔히 PM 2.5로 불리는데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물질로,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가 연소될 때, 또는 제조업ㆍ자동차 매연 등의 배출가스에서 나오며, 기관지를 거쳐 폐에 흡착돼 각종 폐질환을 유발합니다.

이런 가운데, 디첸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원팀이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국의 연방정부 사회보장제도인 ‘메디케어’ 서비스 수혜자 전원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농도와 사망률 사이의 관계를 최근 밝혀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백명수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미세먼지 농도가m³당 10μg 증가할 때마다 노약자 사망률이 1.0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인구 100만명당 하루 평균 1.42명이 추가로 사망한다는 의미입니다. 연구팀은 1년중 3개월만 미세먼지 농도가 1 μg/m³ 증가해도 미국 내에서 13년간 추가로 7150명이 사망하는 수치라고 밝혔습니다. 여러 해에 걸쳐 미세먼지를 흡입하면 피해가 더 큽니다. 연구팀이 미세먼지를 장기, 즉 평균 7년간 흡입했을 때의 영향을 연구한 결과, 장기 흡입 시 사망률은 단기의 7배인 7.4%까지 높아졌습니다.

백 부소장은 이 연구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노약자의 사망률이 기준치 이하의 낮은 미세먼지 농도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백명수) 연구팀은 미세먼지에는 안전한 수준이라는 기준이 존재하지 않고 농도에 상관없이 조금만 높아져도 노약자의 사망률을 크게 높인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했습니다. 주로 미세먼지 주의발령은 기준값에 근거합니다. 이 정도 이하는 건강에 영향이 없다는 기준이 사실상 의미가 없는 셈입니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 약 94%의 조사대상지가 미국 환경청 기준, 즉 하루 평균35μg/m³, 연평균12μg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지역에 살았는데도 사망률 증가 추세는 똑같거나 오히려 높았습니다. 이는 미세먼지가 아무리 낮은 농도일지라도,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따라서 연구팀은 대기오염 기준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습니다. 65세 이상의 노약자인 경우, 미세먼지 PM 2.5의 농도는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 따라서 이에 따른 별도의 대응책이나 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문제는 한국의 미세먼지 수준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 매우 높은 편이라는데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대기 중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m³당30.3μg으로 36개 회원국 중 칠레, 터키, 폴란드에 이어 네 번째로 나빴습니다. 백 부소장의 말입니다.

(백명수) 이는 2015년 기준입니다. 조사 기간 미국 평균 농도인 1.6μg/m³의 거의 3배에 이르는 수치입니다. 2017년 1분기 한국 도심의 PM2.5 평균 농도는 3.27μg으로 2015년에 비해 약간 높아졌습니다. 한국의 미세먼지 PM2.5의 예보기준인 50 μg/ m³을 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치인 26μg/m³ 이상으로 바꿨을 때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3년간 미세먼지 PM 2.5 ‘나쁨’ 일수가 기존 13.7일에서 141일로 약 100배 이상 ‘나쁨’ 일수가 증가한다는 기상전문업체의 분석도 있습니다.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중국이나 국내 석탄화력, 자동차 운행 등 영향 요인이 많이 있습니다. 2017년 1분기 측정자료를 살펴보면, 시간대별, 장소 별로 변동이 크지만, 심한 곳은 110 μg/ m³이 넘었습니다. 12월 31일에는 한국에서 최초로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가 발령됐습니다.

북한도 미세먼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조선중앙TV는 몇 달 전 영화를 내보내던 중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자막을 내보냈습니다. 방송은 또 미세먼지 때문에 '목과 눈 아픔,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협심증, 기관지 천식과 같은 만성질병도 심해져 창문을 열어놓지 않도록 하고, 모자와 눈 보호 안경, 마스크 착용, 물을 자주 마시고, 외출에서 돌아오면 옷을 털고, 연한 소금물로 입을 헹굴 것'을 당부했습니다. 백 부소장의 설명입니다.

(백명수) 북한도 대기 내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우려할 수준으로 보입니다. 서울 상공에서 검출된 PM2.5 가운데 9% 정도가 북한에서 넘어온 것이라는 자료가 있습니다. 지난해 말 발표된 미세먼지 지도에서도 북한 내 중국과의 접경지역이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추정됐습니다. 북한에서 2003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7.2%를 차지해, 북한도 고령화 사회로 들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의료시설과 식량상황이 좋지 못해서 노약자계층의 면역체계는 더 열악할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의 세계건강 통계서를 분석한 이화여대 여민주 교수는 2012년 북한에서 인구 10만명당 238.4명이 대기오염이 원인이 돼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같은 해 인구 10만명당 23.2명이 대기질 문제로 사망한 남한보다 열 배가 더 높은 수치입니다. 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노약자에 대한 사망률이 북한에서 구체적으로 보고되고 있진 않지만 대기질 오염 중 특히 미세먼지가 노약자 사망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미국의 연구결과에 따라, 북한에서도 상당한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미세먼지 문제는 한반도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는데요, 디젤엔진 규제, 공장 집진시설 확대, 오염물질 처리시설 개선, 석탄화력발전소 연료 전환, 한중간 협력 강화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백 부소장은 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백명수) 남북한에서 미세먼지 PM 2.5의 즉각적인 저감방안이 시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미세먼지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당면한 환경문제입니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국내외 가능한 조치들이 매우 빠른 시일 내에 시행돼야 하는데요, 특히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알려진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 한국 정책상 노후년도에 따른 퇴출이 논의됩니다. 하지만, 미세먼지 배출량으로 퇴출순서를 재조정하고 시기를 앞당기는 게 필요합니다. 북한에서도 미세먼지 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석탄화력 노후시설에 대해서도 남북한 협력방안이 논의되기를 희망합니다. 발전연료를 석탄 대신 천연가스 등 미세먼지를 덜 배출하는 연료, 즉 지속 가능한 원료 사용 정책으로의 청사진이 발표되기를 기대합니다. 남북한 미세먼지 대응 협력협의체 구성을 통해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연료로의 전환을 설계하는 기반이 구축되기를 희망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