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탄 실험, 남북한 방사능 피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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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수소탄 실험의 환경적 영향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북한이 6일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는데요, 저희 청취자를 위해 먼저 수소탄이 뭔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수소탄은 삼중수소의 핵융합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에서 강력한 폭발력을 얻는 무기로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의 핵분열 에너지를 이용하는 원자폭탄과는 작동 방식이 다릅니다. 그러나 핵융합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를 원자폭탄을 이용해 발생시키는 구조로 돼 있어 수소탄 실험에서도 원자폭탄 실험에서와 같은 방사성 물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양윤정: 수소탄 실험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의 대기 중 유출 여부가 확인됐습니까?

장명화: 아직 아닙니다. 한국의 원자력안전규제 전문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전국 134개의 국가환경방사선자동감시망을 이용해 핵실험 중 발생할 수 있는 방사성 물질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이세열 비상대책단장이 한국의 MBC방송에 밝힌 말입니다.

(이세열) (동해안과 서해안에) 설치돼있는 제논 탐지기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전 국토에 깔려 있는 134개의 환경 감시망을 통해서도 혹시나 있을지 모를 방사능 감지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설을 통해 핵실험 여부를 확인하려면 핵실험에서 발생한 제논을 비롯한 방사성 물질이 바람을 타고 확산해야 하기 때문에 통상 3∼4일 정도가 소요될 전망입니다.

양윤정: 한반도의 바람을 관측하는 곳은 기상청인데요, 관측 자료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장명화: 아닌 게 아니라 기상청도 6일 오후 2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에서 수소탄 실험이 이뤄졌는지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인공지진 발생 지점 주변의 기류와 핵종 분석을 통해 차후 확인될 것"이라면서도 "핵실험이 맞는다고 해도 방사능은 한국으로 유입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핵종은 핵물질의 종류를 말합니다. 고윤화 기상청장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고윤화) 함경북도 길주군을 중심으로 바람이 약합니다. 기류 대부분은 동쪽을 지나서 일본 중부·북부 지방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양윤정: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벌써 4번째 실험인데요, 제논 검출 여부가 정확히 나올까요?

장명화: 북한 핵실험의 실체를 밝혀줄 수 있는 제논 탐지는 7일 오후 1시 1차적으로 실시됩니다. 먼저, 제논이 바람을 타고 강원도 동해상으로 이동하는 때를 포착해야 합니다. 이런 탐지 작업은 바다와 하늘, 육지에서 서너 차례에 걸쳐 계속됩니다. 8일 새벽 동해상에서 포집된 공기는 원자력안전기술원으로 이송돼 분석 작업을 거치게 되며, 이르면 오는 주말쯤 1차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핵실험 장소가 지하 갱도일 경우 가스가 밖으로 새어 나오기 어려워 제논이 검출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또 제논의 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이른바 '반감기'가 9시간에 불과해 측정 가능성도 낮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9년과 2013년 북한의 2·3차 핵실험 때도 제논은 검출되지 않았으며, 2006년 1차 실험 때는 미국 방사능 정찰기가 제논을 탐지했습니다.

양윤정: 한국뿐만 아니라 주변국들도 북한의 핵실험을 분석하고 있겠죠?

장명화: 네. 물론입니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6일 북한이 "수소탄 실험을 단행했다"고 발표함에 따라 대기 중에 방사성물질이 검출되는지 조사할 방침입니다. 항공자위대는 동해 쪽 공해 상에 항공기를 보내 먼지 등을 수집하기 위해 T4 연습기를 아오모리현의 미사와 기지 등 3곳에서 발진시킬 계획입니다. 수거된 물질은 문부과학성에 전달돼 정밀 분석됩니다. 아울러, 미국 공군의 특수정찰기가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서 동해로 날아와 북한 핵실험 때 발생돼 대기 중에 확산된 크세톤과 크립톤, 세슘 등 방사능 물질을 수집해야 합니다.

양윤정: 방사능 물질이 발견될 경우,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합니까?

장명화: 노출된 시간과 양에 따라 다릅니다. 우선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등 핵분열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인 제논은 5.27일의 반감기를 갖습니다. 방사능 물질인 세슘의 반감기가 30년이고, 요오드는 7일이니까요, 이에 비해 제논의 반감기는 짧은 셈입니다. 방사능이 효력을 갖는 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인체에 위협이 될 가능성도 낮습니다. 한국원자력기술원의 설명에 따르면, 제논은 인체에 유입될 경우 폐를 주로 통과하지만 폐 자체를 공격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많은 양에 노출되면 폐질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제논이 폐에 영향을 미친다면 방사선요오드는 갑상선에, 세슘은 근육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양윤정: 이번에 북한이 수소탄 시험을 한 것으로 알려진 곳은 풍계리에 위치한 핵실험장인데요, 이번이 처음입니까?

장명화: 아닙니다. 앞서 2006년과 2009년, 그리고 2013년 모두 3번의 지하 핵실험을 진행했던 곳입니다. 풍계리는 함경북도 길주군에 속한 곳으로 함경남도와 북도의 경계 부근에 있습니다.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내륙 깊숙한 곳에 있습니다. 핵실험장 주변은 험준한 산악지대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곳은 암반이 단단한 화강암으로 돼 있어 방사성 물질 유출을 막을 수도 있습니다.

양윤정: 북한 내 핵관련 시설의 안전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장명화: 현재 국제기준에 비추어 상당히 뒤떨어져 있습니다. 한국의 민간연구단체인 '아산정책연구원'의 신창훈 연구위원이 지난 2014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아프리카, 세계보건, 국제인권, 국제기구' 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한 내용, 잠시 들어보시죠.

(신창훈) 북한이 1990년대 초기에 핵확산금지조약과 국제원자력기구를 탈퇴한 이후, 북한 핵관련 시설 근무자들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안전기준과 근무여건에 관한 최신 정보를 20년이 넘도록 전혀 접하지 못했습니다. 핵 프로그램 같은 대단히 위해한 활동에서는 이러한 인적 요인이 매우 중요한데도 말입니다.

신 연구위원은 이어 북한 내 핵관련 시설에서 1990년대 수준의 안전문화와 안전기준이 지속된다면, 심지어 핵을 평화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도 근로자의 실수로 방사능 물질 유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양윤정: 무엇보다 길주군 풍계리 근처에 사는 북한 주민들의 방사능 피해가 우려되네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핵실험에 의한 방사성 오염으로 현지 주민들에게 피해가 발생해도 의료시설이 워낙 열악해 이게 핵실험 후유증인지 아닌지 알기조차 어렵습니다. 길주군 출신으로 현재 영국에 사는 탈북자 김 모 씨가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말입니다.

(탈북자) 저는 길주군에서 태어났습니다. 만탑산은 길주군 사람들의 생명수인 남대천을 만드는 상류에 위치에 있습니다. 북한독재정권이 길주군 주민들의 생명과는 상관없이 핵실험을 강행했는데 고향 사람들은 자신들이 방사성에 오염된 물을 마시는지 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