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경이다-42]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는 석면

0:00 / 0:00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북한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는 석면 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캐나다 CTV 방송)

A delegation is traveling from half around the world to ask the mines shut down completely...

캐나다 최대 민영방송사인 CTV뉴스는 최근 캐나다의 신규 석면 광산 개발과 이를 중단하라는 아시아 시민사회의 반발을 집중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캐나다의 퀘벡 주정부가 지난해 12월 안에 2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석면 광산을 새로 허가할 예정이어서, 한국과 일본, 인도네시아, 인도 등 아시아지역의 환경단체, 석면피해자와 보건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캐나다에서 대대적인 항의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석면은 지름이 머리카락의 100~400분의 1에 해당하는 가는 섬유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흔히 ‘돌솜’으로 불리는데, 한때는 내화성, 절연성 등이 뛰어나 ‘기적의 광물’로 각광을 받으며 선박 재료나 절연재, 천장, 타일 등의 건축재로 폭넓게 쓰였습니다. 그러다 1960~1970년대에 이르러서 석면으로 질병을 앓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조용한 살인자’로 악명이 높아지며 지금은 국제적으로 ‘퇴출’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시위에 참가했던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말입니다.

백도명

: 전 세계적으로 서구 쪽에서는 석면을 금지시키는 추세입니다. 석면을 사용하는 나라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석면을 생산하는 공장이 서구국가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해 왔는데, 지난 10년-20년에 주로 아시아 쪽으로 와서 석면공장이 석면제품을 생산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아시아 국가가 석면을 수입하는 국가 가운데, 캐나다가 유일한 서구국가입니다. 캐나다는 서구 국가 중에 석면을 채굴하고, 여전히 사용하는 나라입니다. 캐나다가 갖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캐나다 자체에서도 다시 생각하게 하고, 아시아 국가도 이런 산업이 옮겨와 지속되는 점을 돌아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최신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는 최근 11년간 전체 수출량의 76%인 178만여 톤을 아시아에 집중적으로 수출해왔습니다. 세계적으로는 1980년대 이후 석면사용금지 국가가 늘어나면서 석면사용량이 급격히 줄어들다가 2000년대 들어 200만 톤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캐나다가 20만t 규모의 신규석면광산을 허가하면 전 세계 석면생산량이 증가 추세로 돌아서게 돼, 그동안 석면을 규제해온 국제적인 추세를 크게 거스르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캐나다를 방문하고 최근 돌아온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현지에서 캐나다 언론과 만나고, 시의회, 정부관계자, 산업계, 시민사회 등을 잇달아 방문해 석면의 수출 중단과 그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알렸다면서, 캐나다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고 말했습니다.


최예용

: 다행스럽게도 12월 크리스마스 전에 결정할 예정이었는데, 일단 1월로 연기됐습니다. 저희 활동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캐나다 지역에서는 퀘벡의 석면 광산 문제에 대해서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게 워낙 오래된 고질적인 문제고, 퀘벡의 독립을 비롯한 정치적인 문제와 맞물려서 다들 입을 다물고 있었던 문제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희가 가서 문제제기를 하고 이게 국제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게 지적되니까 그제야 이를 계기로 여기저기서 ‘맞다, 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면서 저희 활동을 지지하고 동조하는 분위기가 상당히 일어났다고 봅니다.

현재 석면은 세계노동기구, 세계보건기구 등에 의해 확인된 1급 발암물질로 매년 10만 명 이상의 노동자와 시민들이 석면질환으로 생명을 잃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최근 17년 동안 수입해온 석면 74만 톤 중 절반이 넘는 44만 톤을 캐나다에서 들여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2009년부터 모든 형태의 석면의 수입, 제조,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했습니다.


백도명

: 한국의 경우, 지금 확인되는 피해들은 일제 강점기 때 채광되기 시작해서 해방이후 잠깐 멈췄다가 새마을 운동 거치면서 다시 커졌던 석면광산이 충청남도에 주로 많이 있습니다. 거기 사는 충청남도 주민들에서 보고되고 있는 석면관련 질환들이 증가하고 있는 양상입니다. 우리나라도 사실 석면 산업은 일본으로부터 들어왔습니다. 지난 60년대에 한일협정이 맺어지면서 일본의 자본이 한국으로 오면서 석면방직업이 커졌는데, 그게 주로 부산에서 시작했고, 많이 가동했습니다. 현재 부산 지역에 있어서, 관련 산업에 일했던 분들, 주민들에 있어서의 석면관련 질환들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석면이 무서운 것은 석면 때문에 생기는 질병에 대해 현재 치료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석면에 노출된 뒤 10년 정도가 지나야 증상이 나타나므로, 유일한 예방책은 석면에 노출되지 않는 것. 백도명 교수와 최예용 소장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 환경 지킴이들이 석면 산업과 석면의 국가 간 이동을 금지하고 피해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소식입니다.

-- 독일에서 '다이옥신 계란' 파문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독일 농민협회는 피해 농가에 대한 배상을 사료업체들에 촉구했습니다. 협회의 보른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장본인들이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면서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정하기는 이르지만 수백만 유로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보른 사무총장은 또 식품과 동물 사료에 관한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공업용 지방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사료와 식품산업에서 철저히 분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에 소재한 할레스&옌취 사는 네덜란드의 한 중개상을 통해 폐식용유를 재활용해 디젤유를 생산하는 독일 페트로텍의 다이옥신 함유 지방산을 매입해 25개 사료업체에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한국의 울산해양경찰서는 작년 울산지역에서 유출된 오염물질의 양이 지난 2009년보다 약 4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울산해경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지역 바다에서는 약 8만5천ℓ상당의 오염물질이 유출됐으며, 이는 지난 2009년 약 2천ℓ보다 8만3천여ℓ, 약 43배 많은 양입니다. 이에 대해 해경은 작년 4월 온산항 달포부두에서 크레인 바지선이 전복해 폐수 약 7만2천ℓ가 유출되고, 5월 부산 기장군 대변항 동방 4마일 해상에서 화물선 침몰로 약 1만2천ℓ가 유출되는 등 중형 오염사고가 잇따랐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