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유엔에서 승인된 북한의 탄소배출권 사업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최근 들어 북한의 탄소배출권 사업이 부쩍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우선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 탄소배출권이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탄소배출권이란 '교토의정서'에 따라 나라마다 배출량이 지정된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6개 감축대상 온실가스의 양 보다 적게 배출할 경우 남은 양을 다른 나라에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유엔 '청정개발체제'라고 불리는 탄소배출권은 모든 나라마다 배출량이 지정돼 있는데요, 지정된 양보다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적게 배출한 나라로부터 돈을 지불하고 사들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유엔이 부여하는 탄소배출권은 해당 사업을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등록해 승인받아야 합니다.
양윤정: '교토의정서'라면 기후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국제협약 아닙니까? 북한도 이 협약에 가입했습니까?
장명화: 네. 북한은 1990년대에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으면서 새로운 에너지,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요, 북한은 2005년 4월에 교토의정서에 가입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은 현재 탄소배출권을 국제시장에서 거래하고 있습니까?
장명화: 아닙니다.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가능합니다. 북한이 유엔에 신청한 탄소배출권 시설물 승인이 지난해 말에야 완료되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탄소배출권 신청을 대신한 체코의 전력회사 토픽 에너고 사의 미로슬라브 블라젝 씨가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말, 잠시 들어보시죠.
(미로슬라브 블라젝) 지난해 말 북한의 2개 시설물이 유엔의 타당성 확인 절차를 끝냈습니다. 이로써 6개 모든 시설물의 탄소배출권 규모를 승인받았습니다.
양윤정: 북한이 탄소배출권을 승인받은 친환경 시설물에는 뭐가 있습니까?
장명화: 예성강 수력발전소 3·4·5호, 함흥 1호 수력발전소, 금야발전소, 백두산 선군청년 2호 발전소 등 수력발전소 6곳입니다. 북한은 원래 원산군민수력발전소를 포함해 7곳을 친환경 시설물로 신청했는데, 6곳만 승인받았습니다. 북한은 현재 건설 중인 수력발전소가 모두 완공되면 6개 수력발전소를 통해 연간 20만 톤의 탄소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습니다.
양윤정: 북한은 언제부터 탄소배출권 사업에 관심을 보였습니까?
장명화: 대략 2010년경부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체코의 전력회사 토픽 에너고는 북한이 이 회사의 난방 기계를 수입한 인연으로 2010년 초부터 탄소배출권 사업을 돕게 됐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거든요. 이와 관련해, 북한에서 여러 지원사업을 펼치는 독일의 민간단체인 한스 자이델 재단의 대표가 2011년 3월 중순에 북한의 탄소배출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한다는 사실이 다른 언론매체에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이 이번에 승인받은 20만 톤의 탄소배출권으로 얻는 연간 수익은 어느 정도입니까?
장명화: 미국의 경제전문매체인 블룸버그는 지난해 "북한이 24만 탄소배출권으로 매년 미화 약 130만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탄소거래권의 국제시세가 내림세입니다. 대략 1 탄소배출권 당, 3.5유로, 미화로 약 4.7달러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20만 탄소배출권이면 연간 50만 유로, 미화로 67만 달러가량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지난해 중순까지 북한이 탄소배출권 거래로 기대했던 연간 130만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양윤정: 북한의 탄소배출권 사업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장명화: 여러 가지입니다. 북한의 극심한 외화난을 극복하려는 편법이라는 의견부터 북한이 지구온난화에 대처하는 국제노력에 동참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의견까지 다양합니다. 탈북자 출신인 세계북한연구센터의 안찬일 소장은 "북한이 무기판매, 위조지폐 같은 외화벌이가 국제사회의 제재로 막히니까, 탄소배출권 같은 색다른 의도를 나타낸다"고 말합니다. 이와는 반대로, 스위스에 본부를 둔 환경단체 국제생태발자국네트워크 측은 "북한이 청정에너지체제 도입으로 삼림이나 환경 분야 등 자국 내의 기반 시설을 개선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체코의 전력회사 토픽 에너고 측은 탄소배출권의 거래는 돈이 아닌 북한 시설물에 설치된 전구를 절전형으로 교체하는 것을 비롯한 친환경 기술지원으로 합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은 탄소배출권 사업을 막 시작하려는 반면, 한국에서는 이미 많은 기업이 탄소배출권 사업에 앞 다퉈 진출해 있는데요, 이들의 최근 사업 실적은 어떻습니까?
장명화: 안타깝게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권 판매시장인 유럽이 재정위기와 경기불황을 겪으며 급락한 탄소배출권 가격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그동안 이 분야의 성장성을 기대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해 왔던 한국 기업들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탄소배출권 사업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후성의 경우 배출권 거래를 통해 지난 2008년에 미화 1,6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지만, 지난해에는 수익이 겨우 7만 5000달러에 그쳤습니다.
양윤정: 앞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의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수력발전소를 운영하고, 국제 상거래 기준을 엄수하면서 탄소배출권을 판매해, 환경친화적인 개발을 추구하고, 수익도 내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장명화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지 2년 가까이 지나도록 쓰레기 대부분을 그대로 쌓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의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대지진 쓰레기 처리 율은 후쿠시마 현이 12%, 이와테현이 24%, 미야기현은 31%에 그쳤습니다. 이와테현의 대지진 쓰레기는 525만t, 미야기현은 1천873만t으로 추정됩니다. 대부분 임시 처리장에 옮겨놓긴 했지만, 소각·매각 등 최종 처리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쓰나미, 즉 지진해일 집적물에 대거 포함된 유해한 중금속을 분리하느라 작업이 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내년 3월까지 대지진 쓰레기를 100% 처리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습니다. 이와테현과 미야기현은 중간 목표로 올 3월까지 52∼56% 처리를 내세웠지만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미야기현은 3월 말부터 쓰레기를 다른 현으로 옮겨 소각 처리하는 걸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 내 소각 시설 정비로 내부 처리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지난해 밀렵꾼에 희생된 코뿔소가 역대 최다인 668마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아공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모두 668마리가 밀렵꾼에 숨졌으며 이 중 425마리가 이 나라 최대 국립공원인 크루거공원에서 발생했습니다. 이에 앞서 2011년에는 448마리, 2010년 333마리의 코뿔소가 밀렵으로 죽었습니다. 정부 당국은 작년 밀렵 용의자 267명을 검거했습니다. 당국이 체포한 밀렵 용의자도 해마다 늘어났습니다. 환경부는 코뿔소 밀렵에 대처하기 위해 군, 경찰과 합동으로 단속을 벌이는 한편, 지난해 말 베트남과 밀렵방지를 위한 협력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국제적 노력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코뿔소 밀렵은 코뿔소 뿔이 베트남 등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장식재나 약재로 쓰이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과 맞물려 최근 수년간 남아공에서 급증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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