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미국 지진학회지 최신호에 실린 2010년 북한 풍계리 인근 지진의 연구 결과를 들여다봅니다.
(핵폭발음)
북한이 지금까지 알려진 5차례 핵실험 외에 2010년 5월에도 핵실험을 실시했다는 주장은 지금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관심사입니다.

이런 분석의 시초는 스웨덴 국방연구원의 대기전문가 에릭 라스 데 예르 박사입니다. 데 예르 박사는 2012년 세계적 군사과학지에 실린 논문에서 "북한이 2010년 4월, 5월 두 차례 핵실험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데 예르 박사는 한국, 일본, 러시아의 핵물질 감시 관측소와 CTBTO, 즉 포괄적 핵실험금지기구가 수집한 한반도 상공 대기 자료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많은 과학자들은 데 예르 박사의 분석에 오류가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핵실험 시 수반되는 지진파가 없었다는 이유로 결론을 유보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2010년 5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부근에서 발생한 지진파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라몬트-도허티 지구관측소와 독일 연방지질자원연구소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분석 결과를 미국지진학회지 최신호에 실었는데요, 이번 연구를 이끈 김원영 컬럼비아대학교 교수가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말입니다.
(김원영) 북한이 2006년부터 한 10년 사이에 북한에서 핵실험을 수차례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핵실험 관련 자료를 분석해왔습니다. 저는 주로 지진 관련 자료를 연구했습니다. 지진파 자료를 봐서, 이게 핵실험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지진인지를 조사하는 것입니다. 사실 함경북도 지역은 다른 곳에 비해 지진이 잘 발생하지 않습니다. 관련 자료를 비교해서 지진파가 핵실험에서 나온 것인지, 지진에서 나온 것인지를 구분해 내는 것입니다. 지난 2010년에 북한에서 자기네가 핵실험을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징후가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년 뒤에 방사능 물질이 관측됐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지진파를 봤습니다. 혹시 풍계리에서 핵실험을 했다면, 지진파가 있을 것인가 말이죠.
김원영 교수는 지진 측정 분야의 권위자인데요, 지난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테러가 발생했을 때, 항공기 충돌과 건물 붕괴로 인한 진동을 분석해 첫 번째 피랍 여객기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한 시간이 8시46분26초, 두 번째 충돌이 9시2분54초라는 사실을 밝혀냈고, 이는 미국 정부의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또 지난 2006년 10월 북한 핵실험 당시 진동을 분석해, 자연현상이 아니며 폭발력이 매우 작기는 했지만 핵실험이 맞다는 결론을 내놨습니다.
김 교수는 이번에 국제 공동연구진이 보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핵 실험장에서 멀지 않은 중국 동북부 헤이롱장성 무단장 관측소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2016년 사이에 일어난 지진파형을 모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원영) 풍계리에서 멀지 않은 백두산 지대가 화산지대입니다. 그 일대가 뜨겁습니다. 지표 아래에 용암이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1998년에 지진계를 설치해 놓고 연구했고, 2000년대 들어와서도 2011년까지 또 중국인과 캐나다 팀과 함께 지진계를 설치해 연구한 자료가 있습니다. 그 안에 마침 2010년 5월의 자료가 들어 있습니다. 거기서 관련 자료를 받았습니다. 비교적 가까운 관측소에서 관찰된 자료를 받았는데요, 북한의 핵실험 장소에서 한 150km 안쪽에서 모은 자료입니다. 자료를 자세히 보니, 그 일대에 지진파가 있었습니다. 그리 크지는 않았습니다. 지진 규모가 한 1.5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정도면 보통 사람은 감지하지 못합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느낄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는 거죠. 특별한 경우라고 하면, 지진 규모가 1.5로 작아도 지표 근처에서 발생하면 사람들이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함경북도 길주군 일대는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는데다, 그런 작은 규모로는 핵실험 장소 근처니까 사람들이 느낄 수 없죠. 물론 지진 관측소에서는 모두 관측됐습니다.
연구진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지진과 폭발을 구분할 수 있는 모형(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이 모형으로 분석하면 핵실험 폭발, 광산발파 등으로 일어난 인공지진과 자연적으로 발생한 지진의 지진파가 파형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김원영) 지진학자로서 북한이 핵실험을 해서 지진파가 나오면 이를 분석해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 했는지, 규모가 어느 정도 됐는지 규명합니다. 그 뒤에야 핵실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100%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핵실험 폭발물의 크기와 지진파는 비례하니까요. 예를 들어, 과거 히로시마 원폭이 15 킬로 톤입니다. 최근 2016년에 북한에서 한 핵실험은 10킬로톤이 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는 지진파를 보고 분석하는데요, 이 지진파가 지진에서 발생된 것 인지, 핵실험을 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인공 폭발에서 나온 것인지를 말입니다. 특히 북한과 중국 국경 부근에 광산들이 많습니다. 발파작업을 해서 돌을 깨뜨려서 철광석 등을 캐는데요, 계속 이런 작업을 통해서 국내에서도 쓰고 수출도 합니다. 석탄도 하는데, 석탄의 경우 발파작업을 많이 하지 않고, 철광석, 동, 은 등은 발파작업을 꽤 합니다. 풍계리 근처에는 이런 광산 관련 발파작업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런 광산 폭발을 해도 지진파가 나옵니다.
김 교수는 국제공동연구진의 분석작업이 중국 연구팀의 3년전 조사결과 발표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중국 연구팀은 2014년 11월 지구물리학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북한이 2010년 5월12일 소규모 핵실험을 한 사실을 '미진 검측 방식'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진은 진도 1의 약한 지진을 말합니다.
하지만, 국제 공동연구진은 지진파형을 자신들이 만든 모형(모델)에 적용한 결과, 스웨덴의 데 예르 박사나 중국 연구팀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2010년 5월 12일의 지진파는 인공지진보다는 자연지진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2010년 핵실험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지진파만을 가지고 분석한 것이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결론을 내리자면 앞으로 진원의 깊이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원영) 북한이 핵실험을 예를 들어서 500 미터 깊이에서 했다, 700 미터 깊이에서 했다고 합시다. 이 차이는 사소하지만 각각 나오는 지진파가 다릅니다. 진폭이 말입니다. 그래서 핵실험의 크기를 정할 때, 불확실성이 큽니다. 그래서 현재는 북한에서 핵실험을 할 경우에 깊이를 자세히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해서 그것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