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 1년

부산국제금융센터 내 탄소배출권 한국거래소 본사에서 직원들이 거래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부산국제금융센터 내 탄소배출권 한국거래소 본사에서 직원들이 거래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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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한국의 안병옥 시민환경연구소장과 함께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개장 1년을 맞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살펴봅니다.

(개장 카운트다운) 2, 1, 개장. (폭죽 및 음악)

2015년 1월 한국에서 처음 문을 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의 개장식 현장음, 들으셨는데요, 온실가스란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메탄, 이산화질소 등을 이르는 말입니다. 아시아에서 국가 단위의 제도는 한국이 처음 도입해 상당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ETS)는 정확히 말해 기업이 정부로부터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부여받아 그 범위 내에서 생산 활동과 온실가스 감축을 하되, 허용량이 남거나 부족할 경우 배출권을 판매 또는 구입하는 제도입니다.

시행 첫해의 실적은 다소 초라합니다. 주관거래소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5년 12월 15일까지 누적거래량은 약 444만 3천 톤입니다. 한국거래소에서 유통된 거래량 110만 6천 톤과 장외거래인 외부사업 인증실적 333만7천 톤을 합한 총 거래량은 할당량인 5억4300만 톤의 0.8% 수준에 그쳤습니다. 현재 할당 업체는 23개 업종에서 525개 회사입니다.

이 같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 1년 실적을 두고,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안병옥 소장은 전반적으로 거래제에 참여하는 기업의 열기가 높지 않았고, 거래량도 많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안병옥) 첫 번째 이유는 제도 시행 1년차이기 때문입니다. 유럽에서도 첫째 해에는 기업들이 관망했습니다.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고, 배출권을 살 것인지, 팔 것인지를 결정하게 되는데, 유럽에서도 첫 번째 해였던 2005년에는 12,000개 산업장의 참여는 활발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배출권 가격을 톤당 만 원 정도 선으로 기준을 정해서 그 기준을 초과하게 되면 정부가 개입을 해, 가격을 낮추겠다는 정책을 펴왔기 때문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금 이 낮은 가격에 배출권을 팔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한국 정부는 아직 '실적 부진'을 이야기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입니다. 안 소장이 지적했듯이, '시행 초기 거래량 부족은 당연한 현상'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올해 상반기에는 제도의 활성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업체들은 3월까지 배출량 명세서를 보고하고, 정부는 5월까지 배출량을 인증해 등록부에 기록합니다. 기업들은 6월까지 인증 받은 배출량에 상응하는 배출권을 제출하게 됩니다.

(안병옥) 그동안 기업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너무 적게 할당된 것인지, 아니면 많이 할당된 것인지 분명히 드러나면서 배출권 거래제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서 많은 의견이 쏟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탄소 배출권을 한국의 배출권거래 시장에서 허용하는 방안이 거래 활성화의 바람직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신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0년에 6,570만 톤으로 1990년의 1억 9,350만 톤의 34%에 불과합니다. 한국 정부도 북한 탄소배출권의 한국 시장 거래 가능성에 대해 법률 검토를 벌이고 있습니다.

(안병옥)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이 필요한데,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기후변화나 환경 분야는 정치적, 군사적 개입의 여지가 적기 때문에 협력 사업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또 하나는 남측이 국가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데, 국내에서 하기 어려운 경우 국외의 활동을 인정받는 방식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아시아의 다른 국가에 가서 한국의 기술력을 가지고 감축 활동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은 에너지난으로 산림이 상당히 황폐화된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인도적인 차원에서도 그렇고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측면에서도 북한의 조림사업을 통해서 탄소배출권에 대한 접근을 남북이 공동으로 하는 것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안 소장의 말처럼, 2015년 말 체결된 파리 신기후협정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은 한국의 당면 과제입니다. 한국은 2030년 배출전망치에 비해 37% 감축을 유엔에 제출한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안병옥) 신기후체제에서는 한국이 개발도상국이기 때문에 감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가 통하지 않습니다. 한국도 구속력을 갖는 감축활동을 해야 하는데, 한국은 거의 60% 이상을 산업계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기 때문에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산업계가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배출권 거래제입니다.

한국에 이어서,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전국적으로 시행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중국 베이징배출권거래소는 지난달 한국거래소와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베이징배출권거래소는 2013년부터 배출권, 대기오염물질 등을 거래하고 있습니다. 양 거래소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시장정보 교류와 시장 운영 경험 공유, 시장간 연계와 회원 확대에 관한 협력 등에 적극 나설 예정입니다.

(안병옥) 중국은 몇 년 전부터 주요 성과 시에서 배출권 거래제 시범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상당히 성공적으로 시범사업이 진행됐습니다. 그 결과, 중국은 이제는 전국 단위로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할 단계에 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2017년부터 시작될 것이냐, 아니면 조금 더 뒤로 미뤄질 것이냐는 것은 불확실합니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권의 최대시장은 유럽연합의 배출권 거래시장입니다. 중국이 배출권 거래제 시장을 열게 되면, 이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큰 시장이 형성되기 때문에 한국에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안병옥 소장은 이어 새로운 기후체제 하에서 이 같은 양국의 움직임은 앞으로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협력이 촉진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안병옥) 남북한과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협력할 경우에도 가장 핵심은 서로 가진 기술적 장점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협력을 넓혀나가는 것입니다. 북한은 굉장히 어려운 사정입니다.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접근, 게다가 최근 수소탄 실험으로 긴장감이 높아졌는데, 이런 부분도 해결해나가야 하겠지만, 기후변화 협력을 통해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켜나가는 측면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협력이 기후변화 대응 쪽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