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유엔에서 채택된 국제수은협약을 들여다봅니다.
인체에 해를 끼치는 수은의 사용과 배출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수은협약이 처음으로 채택됐습니다.
이번 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140여 개국 대표들이 스위스의 국제회의에서 최근 일주일동안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인 끝에 채택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아킴 스타이너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은 합의 직후 새 협약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아킴 스타이너) 이번에 합의된 협약은 크게 두 가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집단적 의지를 표현한 놀라운 일입니다. 우선은 수은의 배출량을 통제하고, 둘째는 어디에서건 짧은 기간 안에 수은의 생산과 사용을 줄이는 것입니다.
이번 협약은 지난 2010년 1차 협상 이후 그동안 4차례 회의를 통해 각국의 입장을 조율하면서, 협약문 초안이 마련됐습니다. 각국은 2월 제27차 UNEP, 유엔환경계획 집행이사회 보고 후, 오는 10월 일본 미나마타에서 열리는 외교회의에서 협약에 서명합니다. 외교적 서명을 마친 후에는 '미나마타협약'으로 명명될 예정입니다.
미나마타는 일본 구마모토 현 최남단에 있는 시로, 미나마타병의 발생지입니다. 미나마타병은 수은중독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과 징후를 특징으로 하는 증후군입니다. 지난 1956년 미나마타 시에서 수은이 포함된 조개와 어류를 먹은 주민들에게서 집단적으로 발생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었죠. 문제가 됐던 수은은 인근 화학 공장에서 바다에 방류한 것으로 밝혀졌고, 2001년까지 공식적으로 2,265명의 환자가 확인되었습니다.
장기간 노출 될 경우 중추신경계, 간, 신장에 치명적 손상을 입게 되며, 태아와 영유아가 수은에 더욱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각국에서 수은 관리를 해왔지만 대기를 통한 장거리 이동성과 생물농축성이 커 개별국가의 노력만으로는 자국민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어왔습니다. 유엔환경계획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육지에서 바다로 배출된 수은의 양이 100년 사이에 전 지구적으로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의 경우, 소규모 금 채굴과 전력 생산을 위한 석탄 연소로 인해 수은 배출량이 많은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아울러 아시아는 전 세계 수은 배출량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한국인의 혈액 속 수은 농도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한국 환경부가 얼마 전 전국의 성인 남녀 6천 3백 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혈액 속 수은 농도는 미국보다 3배 이상, 독일보다는 무려 5배가 높았습니다. 한국 경희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의 임신예 교수의 말입니다.
(임신예) 수은 농도가 높은 생선은 섭취를 피하고, 화학물질을 쉽게 사용하는 것을 피해야겠습니다.
북한의 사정도 더 나빴으면 나빴지 좋지 않습니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유엔환경계획의 보고서에 따르면, 평양의 공기가 서울보다 나빴습니다. 석탄 위주의 에너지 공급정책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의 석유화학도시인 함흥지역은 공장 매연에 의해 날씨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이며, 원산이나 청진지역에서는 수은연기와 이황화탄소 등의 유독가스가 배출되는 등 공업지대의 대기오염도 심각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한편, 이번 협약문은 수은 공급과 교역, 수은첨가제품, 대기·물·토양 배출, 저장과 폐기, 재정·기술지원 등에 관한 규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수은첨가제품의 경우 제품군에 따라 단계적 금지, 사용 허용으로 구분됩니다. 또한 대기배출시설의 경우 엄격한 시설관리 이행결과와 관리현황을 당사국총회에 보고해야 합니다.
아울러 수은은 임시저장만이 가능하도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친환경적인 처리를 통해 폐기해야 하며, 이행 촉진을 위해 지구환경금융을 기본으로 활용해 개도국, 최빈국 등에 특별 재정·기술지원 하도록 협약문에 규정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수은첨가제품 제조업체, 대기배출시설 보유업체 등이 주로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현행 한국법의 함량기준으로 관리를 받고 있고, 대기배출시설의 경우 한국법이 협약에서 제시된 기준보다 강해 한국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환경부 관계자는 "한국은 중국에서 대기와 바다를 통한 수은 이동과 어패류 다량 섭취로 인해 국민 노출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라며 "협약제정이 국민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과 북한이 앞으로 수은오염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건강피해를 야기하지 않도록 미나마타협약을 통해 수은오염대책 강화를 추진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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