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전 세계적으로 점차 퇴출되는 ‘비닐 쇼핑백’을 들여다봅니다.
(검사)
"피고인은 폭발물을 수령하여 어디에 넣었는가요?"
(김현희)
"비닐쇼핑백에 넣었습니다."
(검사)
"비닐쇼핑백이라는 용어는 북한에서도 쓰는 용어인가요?"
(김현희)
"북조선에서는 전혀 쓰지 않습니다."
(검사)
"그런데 비닐쇼핑백이라는 용어는 어떻게 알았는가요?"
(김현희)
"영어, 일어 등 외국어를 하였기 때문에 그 용어를 많이 썼습니다."
2007년 공개된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의 수사와 공판 자료에 나오는 한국 검사와 폭파사건의 범인인 북한 공작원 김현희 씨 간 문답입니다. 대충 짐작하셨겠지만, 이 대화에 나오는 ‘비닐 쇼핑백’이란 쉽게 말해 비닐로 만든 장바구니입니다. 중국에서는 ‘수지를 주원료로 만들어져 판매장에서 상품을 포장, 휴대가 편리하도록 사용하는 주머니’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비닐 쇼핑백은 1960년대부터 주로 물건을 담기 위해 사용돼왔습니다. 가벼울 뿐만 아니라 종이봉지에 비해 생산할 때 에너지가 더 적게 들기 때문에 굉장한 발상으로 여겨졌습니다. 지금은 잡화점이나 시장에서 많이 쓰이지만 그 외에도 생활 전반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비닐 쇼핑백을 써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비닐 쇼핑백이 점차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편리성을 앞세워 사랑받던 일회용 비닐 쇼핑백의 운명이 갑자기 바뀌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적 민간 환경운동단체인 시에라클럽의 짐 도허티 국장의 설명, 들어보시죠.
짐 도허티
: Plastic bags tend to blow into the waterways...
(더빙)
비닐 쇼핑백은 하수구를 막아버리고 있습니다. 특히 원유나 천연가스 부산물로 만들어진 비닐 쇼핑백은 쓰레기 매립지를 채우고 강에 떠다니는 것을 비롯해 많은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매립돼도 잘 썩지 않습니다. 비닐이 토양에 방치되면서 수분의 이동을 방해하고 작물이 뿌리를 뻗지 못하도록 해 결국 땅이 황폐해지고 맙니다. 한번 사용된 비닐 쇼핑백은 완전히 분해되기까지 최소 20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게다가 비닐 쇼핑백을 제작할 때,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량 발생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비닐 쇼핑백의 사용을 금지하는 운동이 확대되고 있는데요, 최근 재미 한인이 가장 많이 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여러 지방정부는 일회용 비닐 쇼핑백의 사용을 일절 금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앞서 로스앤젤레스 군은 올 7월부터 군 내 자치도시 관할 지역을 제외한 곳에서 비닐 쇼핑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례를 통과시켰습니다. 환경단체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에서 연간 190억 개 가량의 비닐 쇼핑백이 유통돼 이를 거둬들여 처리하는 비용으로 매년 2천500만 달러가 듭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대형 유통업체 매장에서 일회용 비닐 쇼핑백을 일체 볼 수 없습니다. 2010년 현재 한국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비닐 쇼핑백은 한해 약 160억장으로, 국민 1인당 연간 소비량이 자그마치 320여장에 이르기에 취해진 고육지책입니다.
프랑스 의회는 5년 전 생물 분해되지 않는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아일랜드에서는 비닐 쇼핑백에 세금을 15센트 부과해 비닐 사용의 90%가 감소되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지중해 섬나라인 몰타도 환경을 깨끗하게 보호하기 위해 비닐봉투에 환경세를 매겼습니다. 그에 힘입어 일회용 비닐 쇼핑백이 2년 내에 2,500만 장 감소하는 등 큰 효과를 얻었습니다.
짐 도허티
: Well, I think it is a trend. More and more jurisdictions have adopted laws like these...
(더빙)
이제는 전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더 많은 도시들이 비닐 쇼핑백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유럽과 북미 지역분만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 환경 문제의 주범으로 꼽히는 비닐 쇼핑백의 사용 증가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비닐봉투 사용이 범죄인 곳도 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얇은 비닐봉투의 사용을 불법화해 만약 이를 어기면 미화 약 1만 4천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징수하거나 징역 10년을 선고하는 중형을 내립니다.
자주 애용했던 비닐 쇼핑백. 사용 중단으로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으로 건강한 지구를 후세에 물려줄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