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전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중국의 스모그를 들여다봅니다.
(파비오 렌지) 베이징에 업무차 2월에 왔습니다. 도착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코와 목이 따끔거리며 아픕니다. 게다가 숨쉬기가 어렵습니다.
이탈리아 기술자인 파비오 렌지 씨는 중국 최악의 스모그가 이 정도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혀를 내두릅니다. 중국에서 이제는 일상어가 된 '스모그'는 대기 오염 물질로 하늘이 뿌옇게 보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지난 1월 중순에 시작된 중국의 스모그. 2월에 들어서면 나아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확산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신경보'는 "스모그에 휩싸인 중국 중부, 동부지역 면적이 130만 평방킬로미터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130만 평방킬로미터는 한반도 면적의 6.5배, 중국 전체면적의 7분의 1에 해당합니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경화시보는 "올 들어 베이징에서 스모그가 발생하지 않은 날은 닷새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중국환경보호부도 중국 전 국토의 25%가 스모그에 뒤덮였으며, 전체 인구의 약 50%인 6억 명이 영향을 받았다고 발표해 그 심각성을 시인할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오는 2월 10일 춘절, 즉 음력설을 기념하는 불꽃놀이와 폭죽의 자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환경보호 전문가들은 특히 폭죽으로 인한 공기오염이 스모그와 만나면 더욱 심각한 공기오염이 발생할 것이라며 폭죽놀이의 제한 또는 금지를 정부에 건의했습니다. 베이징 시민의 말입니다.
(베이징 시민) 파란 하늘을 위해서 폭죽놀이 안 할 것이고 폭죽을 사지도 않을 겁니다.
하지만,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춘절 때 중국인이 가장 즐기는 오락이 바로 폭죽놀이이기 때문입니다.
(베이징 시민) 춘절을 중국의 가장 큰 경사인데 당연히 폭죽놀이를 통해 기쁜 마음을 나타내야죠.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소위 '캔 공기'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습니다. 대만의 일간지 중국시보에 따르면, 억만장자 사업가로 유명한 천광뱌오 중국 장쑤황푸 재생자원이용유한공사 회장이 얼마 전 출시한 공기 캔이 최근 10일 사이에만 800만 개가 팔렸습니다.
극심한 공기 오염 사태가 계속되면서 신선한 공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는데요, 이 상품은 중국 내 청정지역에서 모은 공기를 캔에 담아 1캔당 4~5위안, 미화로 6-8센트 가량에 팔리고 있습니다. '캔 공기'를 산 사람은 보통 음료수를 마실 때처럼 마개를 딴 뒤 입으로 공기를 마시거나, 입구에 코를 대고 공기를 흡입하면 된다고 합니다. 천광뱌오 회장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천광뱌오)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캔 공기를 팔고 있습니다. 이런 과장된 방법을 통해 우리가 환경을 지키지 않으면 10년 뒤 후손들은 방독면을 쓰고 다녀야할지 모른다는 경고하고자 합니다.
10년을 기다릴 것도 없이 이미 마스크는 외출 시 필수품이 됐습니다. 우선 중국 내 각 온라인 사이트마다 각종 특수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온라인판매사이트에서 'PM 2.5 마스크'를 검색하면 5,000여개 종류의 마스크가 화면에 뜹니다. 여기서 PM 2.5는 머리카락 지름의 20분의 1에 불과한 매우 미세한 먼지입자로, 대기 오염물질 가운데 입자가 가장 작고 위험한 물질입니다.
베이징 도심은 최근 PM 2.5 농도가 입방미터당 354 마이크로그램을 기록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기준의 14배를 넘는 수치입니다. PM 2.5는 입방미터당 300마이크로그램을 넘으면 건강한 사람도 신체 저항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질병에 걸릴 수 있는 위험한 수준으로 분류됩니다. 베이징 시민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시민) 스모그 때문에 목이 아프고 숨쉬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했어요. 공기오염이 심각합니다.
사실, 중국의 대기오염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급속한 경제발전에 비례할 정도로 공해문제가 심각합니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는 2020년까지 소득을 2배로 증대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어 경제발전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환경악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환경오염이 경제발전 단계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중국도 인식해야 될 때라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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