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공개된 각 나라의 '2012 환경성과지수'를 살펴봅니다.
한국의 EPI, 즉 환경성과지수 순위가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환경성과지수는 미국 예일 대학교 환경법ㆍ정책센터와 콜롬비아대학교 국제지구과학정보센터가 2년마다 발표하는 국가별 환경개선 성과를 평가하는 종합 지수입니다.
전 세계 132개국을 대상으로 한 종합 순위에서 한국은 43위로 평가됐습니다. 지난 2010년 평가와 비교하면 무려 51계단 상승하며 2006년의 42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2010년 163개국 대상으로 실시됐던 평가에서 한국의 성적은 94위였습니다.
한국은 물위생과 식수접근성, 환경성 질병부담 등 주요 지표 순위가 올라 종합순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물 위생은 2010년 68위에서 1위로, 식수접근성은 77위에서 50위로 올랐습니다. 영유아사망률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환경성 질병부담은 37위에서 23위가 됐습니다.
2010년에도 1위로 평가됐던 실내공기오염, 입목축적변화, 농약규제 등의 지표는 여전히 순위를 유지했습니다. 여기서 '입목축적'이란 1헥타르에 있는 나무의 밀집도를 말합니다. 1인당 이산화황 배출량, 국내총생산당 이산화황 배출량 등 한국이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지표들이 평가 기준에 새로 포함된 것도 순위 상승에 기여했습니다.
반면, 상당한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지적됐습니다. 예일대학교 환경법/정책센터의 에인젤 쑤 국장의 말입니다.
에인젤 쑤
: 한국은 초미세먼지 농도, 신재생에너지,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농업보조금 등에서 132개국 가운데 평균 112위의 낮은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1인당 온실가스배출량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한국은 기후변화, 농업보조금 등의 분야에서도 낮은 순위를 차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우선 좁은 국토, 높은 인구밀도, 급격한 산업화 등의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물, 대기, 산림 등 그간 한국의 환경개선 노력이 높게 평가받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예년과 달리 이번 평가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를 쑤 국장에게 물었습니다.
에인젤 쑤
: 북한도 원래는 포함시키려 했습니다. 환경질병, 대기오염, 기후변화 등 모든 지표에 관한 통계 자료를 어렵사리 마련했거든요. 그런데 각 지표별로 자료를 최종적으로 평가해보니, 자료의 질(quality)에 일관성이 없음을 발견했습니다. 통계자료 자체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상태에서 단지 자료를 확보했다는 이유로 평가에 포함시키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외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0년 환경성과지수 평가에서는 조사대상 1백63개국 가운데 147위에 그쳤습니다. 북한은 당시 1백 점 만점에 41.8점을 받으면서, 적도 기니와 캄보디아, 이라크 등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습니다.
북한은 대기오염과 삼림, 기후변화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었는데요, 특히 기후변화와 관련해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북한의 공장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받았습니다.
북한은 이보다 앞선 2008년 조사에서는 자료 부족으로 지수 선정대상에서 제외됐었습니다.
쑤 국장은 북한의 환경 관련 자료를 구하기도 어렵지만, 확보한 통계 자료의 품질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북한이 앞으로 토양, 물, 공기 등을 조사하고 감시(monitoring)하면서, 신빙성있는 자료 축적을 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에인젤 쑤
: 저희와 함께 일하는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나온 통계 자료는 일단 믿을만하지 못하다고 말합니다. 확보한 북한의 환경 관련 자료를 들여다보면, 수치 사이에 너무나 많은 불일치가 보입니다. 저희가 이년 뒤에 공개할 환경성과지수에서는 북한의 통계자료가 개선돼 적절한 평가를 받기를 기대합니다.
한편, 올해 환경평가지수에서는 스위스가 76.69점을 얻어 1위를 차지했고 라트비아,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코스타리카가 뒤이어 5위 내에 포진했습니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영국, 독일 등 유럽 나라들이 상위권에 올랐고, 일본은 23위, 미국은 49위를 기록했습니다. 러시아와 중국, 인도 등은 하위권으로 처졌습니다. 꼴찌는 25.32점을 받은 이라크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과거 한반도 전역에 서식했던 호랑이가 시베리아 호랑이와 한 핏줄이라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서울대학교는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연구진이 20세기 초 외국으로 반출된 한국 호랑이의 표본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비교·분석한 결과 호랑이의 아종 가운데 '아무르 호랑이'와 일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종은 생물 분류학상 종의 하위단계로, 같은 종이지만 주로 지역적으로 특정한 차이를 나타내는 집단을 말합니다. 연구진은 일본 도쿄 국립과학박물관과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서 문헌·자료를 통해 과거 한반도에서 포획된 것으로 추정되는 호랑이의 두개골과 뼈 표본 등을 발견하고, 이로부터 모두 4개의 유전자 시료를 얻었습니다. 연구진은 "아무르 호랑이와 한국 호랑이가 같은 혈통이라는 것은 결국 한국 호랑이가 멸종되지 않고 아직 살아있다는 의미"라며 "현재 극동 러시아 연해주 야생 서식지에 약 400마리 정도의 아무르 호랑이가 살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관계자는 "극동 러시아에 살아있는 야생 호랑이 보전에 성공해 이들이 번성하고, 러시아·중국·북한 사이에 호랑이 이동이 가능한 생태통로가 만들어진다면 아무르 호랑이가 백두산으로 돌아오는 것도 가능하다"고 전망했습니다.
--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지난해 코뿔소 밀렵과 관련해 모두 232명을 검거했다고 밝혔습니다. 남아공 환경부는 최근 케이프타운 국회 환경위원회에 출석해, 이같이 보고했습니다. 환경부는 검거된 232명 중 194명은 코뿔소 밀렵에 직접 가담한 혐의이며 24명은 뿔을 소지한 혐의로, 12명은 뿔 운반 혐의로, 나머지 2명은 해외 밀반출 혐의가 적용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환경부는 또 지난해 모두 448마리의 코뿔소가 밀렵꾼에 의해 희생됐다고 말했습니다. 남아공에서는 지난 2010년에는 333마리, 2009년 122마리가 각각 밀렵에 희생됐습니다. 환경부는 코뿔소 뿔이 주로 아시아의 베트남과 태국, 그리고 중국으로 밀반출된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이에 따라 밀렵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국들과 여러 단계의 양자 협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한편 환경부는 이 나라 최대 사파리 관광지인 크루거국립공원의 모잠비크 국경지대에 전기철조망을 설치하고 전자감응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지난해 크루거공원에서만 252마리의 코뿔소가 밀렵 당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