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 1세대 환경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김정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환경문제를 들여다봅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한국 내 환경 전문가들은 온산 공해병,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 시화호 사태를 환경오염에 관한 '3대 악의 축'으로 꼽습니다. 온산 공해병은 울산시 온산공단에서 발생한 한국 최초의 공해병으로 1980년대 농작물과 양식장 피해로 시작돼 지역 주민 1만 명 가운데 1,000여명이 병원 신세를 졌던 것을 말합니다.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은 1991년 경상북도 구미공단에서 페놀 원액이 취수장으로 흘러들면서 수돗물을 오염시킨 사건을 말합니다. '시화호 사태'란 1996년 4월부터 3달 동안 썩은 시화호 물이 서해로 무단 방류돼, 인근 양식장의 물고기가 다 폐사하고, 연안어장의 막대한 재산 피해와 함께 엄청난 생태계파괴가 발생한 일을 일컫습니다.
이런 굵직굵직한 환경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현장에 뛰어들어 문제점을 알려온 과학자인 김정욱 서울대 교수. 김 교수는 최근 '국토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데 크게 기여한 공로'로 한국의 민간단체인 한국환경기자클럽이 선정한 '올해의 환경인'으로 뽑혔습니다. 이 단체는 특히 김 교수가 꾸준히 환경운동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여온 데 대해 "물질만능·개발주의 시대에 불굴의 용기로 환경 약자 편에 서온 양심적 과학자"라고 평가했습니다.
김 교수는 1984년 환경청 용역으로 울산 온산 지역 공해병 역학조사를 담당했는데요, 정부가 조사 내용을 은폐하자 이를 직접 언론에 공개하면서 환경운동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김정욱
: 사실 70년대부터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됐습니다. 산업화가 되면서 큰 문제가 나타난 게 산업단지에 일어난 공해 문제입니다. 특히 울산, 온산, 여천 등 지역에 공업단지가 들어서면서죠. 초창기에는 공해방지시설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런 피해가 난 게 1970, 80년대 이야기입니다. 공단이 들어오면서 한국은 산업화가 되고 경제발전에 초점을 맞추었는데요, 지역주민에게 병이 많이 나타나고, 농사도 못 짓고, 어업 분야에서도 사람들이 많은 피해를 봤습니다. 이 사실은 당시 언론에 보도를 못하게 해서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런 병이 나타나게 된 것을 알게 되니까 정부는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주민들을 이주시켜버렸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사실이 보도되니까 사람들의 관심이 커졌습니다.
1980년대만 해도 바른 말을 하면 정부와 학계 양쪽에서 따돌림을 받던 시절이라고 말하는 김 교수는 학자의 환경운동 참여는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매운 어려운 문제였다고 회고합니다. 제한적인 활동이었지만, 그 결과 이제는 정부에서 환경과 관련된 법률을 통해 기업이 공해방지를 위한 시설을 갖출 것을 강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또 공해형 산업에 공해방지 시설을 의무화함에 따라 정부에서는 공해방지 시설을 위한 지원 대책까지 세웠습니다.
김 교수는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환경문제에도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환경문제는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경을 초월한 문제가 많기에 그렇습니다. 아시아태평양환경회의의 명예회장이기도 한 김 교수의 말, 들어보시죠.
김정욱
: 아시아 태평양지역에는 경제발전 단계가 아주 다른 나라가 많이 있습니다. 전혀 발전이 안 된 국가로부터 일본처럼 아주 잘사는 나라도 있습니다. 경제발전 단계에 따라서 환경문제가 자주 저개발국가로 이전되고 있습니다. 예전에 한국이 겪었던 환경문제가 중국이나 베트남, 몽골 등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서로 협력할 사안이 많습니다. 동북아시아의 경우, 중국, 북한, 한국, 일본을 거쳐서 보면 대기오염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습니다. 예컨대 몽골이나 중국에 나타난 황사가 이 지역을 다 덮고 있습니다. 황사뿐만 아니라, 중국이 세계의 제조공장으로 등장하면서 대기오염도 함께 높아가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우, 인도네시아에서는 삼림을 태우면서 거기서 일어나는 매연이 주변 지역을 다 덮고 있습니다. 삼림이 이 지역에서 급속히 황폐되고 있는 겁니다. 세계 평균보다도 동남아시아 열대우림이 없어지는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특히 북한은 완전히 삼림이 완전히 황폐됐고, 몽골이나 중국의 경우 사막화 속도가 상당히 빠릅니다.
김 교수는 특히 ‘성장’이 최고의 목표인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들은 더 늦기 전에 물의 중요성을 깨닫고 공유자원인 물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합니다. 물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라 한정된 자원이기에 더더욱 그렇다는 설명입니다.
김정욱
: 경제개발이 엄청나게 빨라지면서 연안습지, 갯벌의 파괴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동북아시아의 경우, 황해 인근에 갯벌이 많이 없어지고 있고, 동남아시아의 경우, 맹그로브 숲을 없애면서 거기에 새우양식장을 짓는다, 다른 도시 개발을 한다 등의 계획이 많아서 이론 인한 해양 오염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동북아시아 지역, 특히 중국은 물이 태부족이어서 북쪽 지역에서 모자란 물을 남쪽에서 가져가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물 오염이 심각합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비소 오염된 물을 마시는 인구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지금 약 1억 명 정도의 인구가 이런 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이런 물 오염과 물 부족 문제가 아시아 지역에서 서로 협조하고 풀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한 주간 들어온 소식입니다.
-- 지난해 아마존 삼림지역이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 사태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브라질의 일간지 폴랴 데 상파울루는 미국의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에 실린 영국 리즈 대학과 브라질 아마존 환경조사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지난해 아마존 삼림지역 가운데 가뭄 피해를 입은 면적이 300만㎢에 달해 100년 만에 가장 넓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2005년의 190만㎢를 크게 뛰어넘는 것으로, 지난해 가뭄이 어느 정도나 극심했는지를 알려준다고 신문은 말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가뭄으로 인해 고사한 나무들이 내뿜은 탄산가스가 지난해 50억 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고,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도 수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 북대서양에서 북극으로 유입되는 바닷물 온도가 2천여 년 이상 동안 가장 높이 올라갔습니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그린란드와 노르웨이군도 사이 멕시코만류의 수온이 지난여름 평균 6℃에 달해 로마와 중세시대 자연 상태에서의 최고 온도보다 높았다고 최근 보도했습니다. 과학자들은 급격한 해수 온도 상승이 수년 내에 얼음 없는 북극을 유발할 수 있고 생존을 위해서는 얼음이 필요한 북극곰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수온의 변화는 전 세계의 해수면 상승과 환경의 재앙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