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생태 관광지로 떠오르는 백령도와 강화도를 살펴봅니다.
(물범 우는 소리)
북한의 장산곶과 마주한 서해 최북단 백령도 앞바다 바위섬에는 흔히 볼 수 없는 바다 생물이 살고 있습니다. 추운 곳에서만 사는 물범입니다. 물범은 북위 45도 이북의 한대기후지역에서 주로 서식하지만, 이 물범들은 번식기인 겨울철만 빼고는 백령도에서 삽니다.
백령도 물범은 10월 말 쯤 번식지인 중국 리아오동만으로 북상해, 새끼를 낳은 뒤 3월경에 백령도로 돌아옵니다. 왜 이렇게 백령도에 떼 지어 살까요? 한국 국립환경과학원의 양병국 연구관이 한국의 SBS 방송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양병국
: 접경지역이다 보니까 보다 안정적인 휴식공간이 있고, 어류나 갑각류, 게류 등 다양한 먹이자원이 있어서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백령도 물범은 한국 전쟁 당시에도 목격된 만큼 한국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서식해왔습니다. 한때 8000천 마리까지 있었던 물범은 현재 200~300마리로 개체수가 줄어들었습니다.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와 산업화에 따른 서식환경, 인간의 무자비한 사냥입니다. 그렇기에 2005년에는 멸종위기2급으로도 지정되었습니다.
이런 백령도 물범 서식지가 최근 보호구역 지정을 통한 생태 관광지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토해양부와 환경부는 백령도 물범 서식지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생태관광지로 꾸민다는 구상입니다. '해양보호구역'이란 해양생태계와 해양경관 등 특별히 보전할 필요가 있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관리하는 구역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을 실행에 옮기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어업에 종사하는 백령도 주민들로서는 그물을 찢거나 통발을 뜯어 물고기를 가져가는 물범을 좋아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조업을 하지 못하게 되면 생계에 치명적인 타격이 온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로서도 매우 고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를 위해 국토해양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은 '백령도 물범 보호와 생태관광'을 위한 국제회의를 최근 개최했는데요, 이 회의에서는 전문가,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주민들과 함께 '백령도 점박이물범 보호와 생태관광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가 마련됐습니다. 간담회에서는 백령도 물범 서식지의 보호구역 지정과 관련된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안과 사업 등이 소개됐는데요, 특히 국토해양부는 백령도 물범바위 일대의 바다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어업 활동에 규제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최근 들어 생태 관광지로 부각되는 곳은 백령도뿐만이 아닙니다. 강화도 갯벌 역시 국립공원 지정을 통한 생태 관광 적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저어새 울음소리)
강화도 갯벌은 지역적으로도,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철새도래지입니다. 강화도 갯벌은 한국에서는 천연기념물 제419호로 지정되어 있고, 세계적으로는 아마존, 지중해, 일본해와 더불어 세계4대 갯벌 중 하나입니다. 특히, 강화도의 남단갯벌에는 많은 종류의 물떼새, 도요새, 두루미, 그리고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검은머리물떼새 등이 찾는 서식지입니다.
이와 같이 강화도에서 여러 천연기념물 급 철새가 번식하는 이유는 이곳이 군사분계선과 인접한 민간인 출입통제지역으로, 천적이 없고 썰물 때 드러나는 넓은 갯벌에서 풍부한 먹이를 얻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생태환경연구소의 이기섭 씨의 말입니다.
이기섭
: 강 하구 지역은 육지에서 많은 유기물이 흘러내리기 때문에 그것을 먹는 많은 저서생물들이 먹을 것이 많이 생기고 새들이 찾게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 강화도 갯벌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경우 국가 차원의 생태관광 사업 개발과 연구센터 설립, 생태 감시 등 국비 지원이 가능해 체계적인 관리와 관광이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나무로 만든 다리 탐방로를 설치하고 썰물과 밀물을 따라 움직이는 갯벌 탐사선을 운영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는 “갯벌국립공원으로 편입될 육지 부분에 대한 보상과 어업권 문제 등 주민들의 이해관계 부분만 해결되면 지정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는 육상공원 16개, 해상공원 2개, 해안공원과 사적공원이 각각 1개 등 모두 20개의 국립공원이 지정·관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갯벌국립공원은 없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경상북도 구미에 멸종위기 1급 동물로 세계적 희귀종인 독수리가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최근 구미시 선산읍의 한 돼지축사 주변에 천연기념물 243호인 독수리 30마리가 나타나 돼지고기 부산물을 뜯어먹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이 독수리들은 지난 1월부터 거의 매일 날아온다고 주민들은 전했습니다. 그동안 구미지역에 독수리 한두 마리가 다녀간 적은 있었으나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나타난 것은 이례적입니다. 독수리는 주로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에서 겨울을 난 뒤에 3월께 몽골로 돌아갑니다. 독수리는 경북도내에선 고령에서 월동하는 장면이 목격됐을 뿐 다른 지역에서 포착된 적은 거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선산읍 주민은 독수리를 보호하기 위해 돼지고기 내장 등 부산물을 먹이로 주고 있습니다. 주민 한태덕 씨는 "주민이 먹잇감을 갖다 주니 독수리가 거의 매일 찾아오고 있다"며 "철원이나 파주 등 주로 청정지역에 나타나는 독수리가 구미를 찾은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 중국 상하이에서 가까운 창장 하류에서 페놀 오염 사건이 발생해 인근 주민들이 생수 사재기에 나서는 등 식수 안전 문제가 또 불거졌습니다. 페놀은 수지, 합성섬유, 살충제, 방부제, 염료, 소독제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유독 물질로, 심한 경우, 중추신경장애, 암 등 신체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반관영 통신 중국신문사에 따르면, 장쑤성 전장시는 최근 통지문을 통해 관내 수돗물이 페놀에 오염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확인했습니다. 전장시는 지난 3일부터 수돗물 맛이 이상하다는 주민들의 신고를 받아 조사에 나선 결과, 수돗물에 페놀이 함유돼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페놀 농도는 기준치를 넘어서지는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페놀 오염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 당국은 4시간에 한 번씩 하던 수돗물 사업소 내 수질 검사를 시간마다 하는 등 수질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페놀 오염 소식이 알려지면서 하류의 난퉁시와 상하이시 등에서는 주민들이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으로 주민들이 생수를 몇 상자씩 사들이면서 많은 대형 할인매장의 생수 진열대가 텅텅 비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