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일본의 최근 화산 폭발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봅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일본 화산 폭발 현장음)
일본 규슈 남쪽의 화산이 또 폭발해, 많은 주민이 피난 보따리를 쌌다가 풀었습니다. 14일 오전 5시7분께 규슈 가고시마 현과 마야자기 현에 걸친 기리시마산 신모에 봉이 '폭발적 분화'를 일으켰기 때문입니다. '폭발적 분화'란 일반적인 화산 분화와 본격적인 폭발의 중간 정도를 말합니다. 지난 11일 이후 사흘 만에 터진 것으로, 지난달 27일 첫 폭발부터 따지면 11번째 폭발적 분화에 해당합니다.
이번 폭발로 미야자키 자동차도로의 기리시마휴게소 부근까지 돌이 날아갔고, 일부 구간은 통행이 정지됐습니다. 이렇게 폭발이 되풀이되자 분화구 주변에 쌓인 돌과 화산재가 비에 휩쓸려 내려가며 인근 주민에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야자키 현 미야코노조시는 인근 주민 2천500여명에게 피난 준비령을 내렸다가 해제한 상태입니다.
이같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의 화산 폭발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없을까? 화산, 지진 전문가들은 북서풍이 부는 계절적인 특성상 화산재가 한반도로 날아갈 확률이 낮은데다, 화산 발생지와 400km 가량 떨어진 거리를 고려하면 폭발의 진동으로 공기가 흔들려 퍼지는 현상도 한반도에서는 미미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화산전문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이윤수 박사입니다.
이윤수: 일본이 요즘에 화산 분화로 인해 많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데요, 실제로 일본의 화산활동은 의례적인 겁니다. 물론 일본의 화산 활동이 과거 만년 정도를 보면 한국에도 수차례 일본에서 온 화산재가 쌓여 있습니다. 일본에서 화산 활동이 클 때는 특히 규슈 지방을 비롯한 지역의 화산 활동이 클 때는 한반도로 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큰 화산 활동이라는 것은 항상 있는 게 아니고, 아주 드물게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화산이 폭발하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시시각각 전해지면서, 일부에서는 백두산 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환태평양 화산대에 속하는 만큼 그 폭발 가능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환태평양 화산대는 칠레에서 알래스카에 이르는 남미와 북미 해안, 태평양 건너 일본과 동남아시아, 태평양 섬 등을 연결하는 고리 모양으로 육지와 해저를 가리지 않고 거의 끊임없이 지진활동이 계속되는 곳입니다.
지난 2004년 12월 남아시아에서 20만 명을 희생시킨 쓰나미, 즉 지진 해일도 이곳에서 발생했고, 지난해 1만7500개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섬들이 모인 지각판이 흔들리면서 아시아지역 지각판인 환태평양 화산대가 불안한 것으로 알려졌기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이윤수: 일본이나 백두산이나 환태평양 화산대에 속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일본 화산의 메커니즘하고 백두산 화산의 메커니즘은 같지 않습니다. 일본 화산활동은 필리핀판과 태평양판으로 둘러싸여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 해양판이 유라시아 대륙으로 파고 들어가면서 형성된 전형적인 판 경계부의 화산활동입니다. 반면 백두산은 대륙 지각 안에 고립된 열점이 있어서 그것이 계속 마그마활동을 하고 있는 겁니다. 따라서 일본의 화산활동은 소위 환태평양 화산대에서 나타나는 가장 전형적이고 일반적인 형태고, 백두산의 경우는 아주 독특하고 또 많은 변수를 가진 화산이기 때문에 우리가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메커니즘'이란 쉽게 말해 '작용원리'를 뜻합니다. 이 박사는 백두산 화산의 변수로 크게 세 가지를 들었는데요, 첫째는 백두산 천지 아래에 점성이 높은 거대한 마그마가 자리 잡았는데 평소 엄청난 압력의 화산가스를 잡아두다가 한계치를 넘을 때 터져 강력한 폭발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둘째, 백두산 천지에는 약 20억 톤의 물이 담겨 있는데, 평소에는 마그마의 열기를 식히는 냉각기능을 하지만 화도의 균열을 따라 마그마와 직접 접하는 순간 수증기로 기화되면서 화산활동의 기폭제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셋째, 일본열도 아래의 태평양판이 백두산 근처의 북한-중국-러시아 3국 경계부 아래에서 지진을 일으키고 있는데 여기서 제공된 에너지가 백두산 마그마를 흔들어 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를 대비해 한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관련 기관이 합동으로 연구팀을 꾸렸습니다. 과학계는 2007년 북한과의 백두산 공동연구가 논의되다 남북 경색 국면으로 중단된 사례를 거론하면서, 시급히 백두산에 관측 장비를 설치해 정밀조사를 시작해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일본의 잇단 화산 폭발, 백두산이 있기에 마냥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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