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구제역 침출수 문제를 살펴봅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비 오는 소리)
최근 한반도 남쪽에 많은 비가 내려 구제역 가축 매몰지가 유실되거나 구제역 침출수 유출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침출수'란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에 걸린 가축을 묻은 매몰지 안에서 사체가 분해되며 나오는 썩은 물과 핏물 등이 합쳐진 액체 상태의 오염물질을 말합니다. 음식 쓰레기가 썩으면서 나오는 물과 비슷하며 역한 냄새를 동반하는데요, 침출수에는 대장균이나 장바이러스 같은 병원성 미생물과 질산성 질소, 암모니아성 질소 등 유해 화학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비는 현재 대부분 지역에서 그친 상태입니다.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날이 따뜻해지면 사체가 분해되면서 침출수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데다, 비가 내리면 양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정승헌 건국대학교 동물.생산환경학과 교수의 말입니다.
정승헌
: 구제역이 동절기에 일어다보니 땅이 얼어 쉽게 파기도 어려웠고, 갑자기 많이 발생해서, 소나 돼지를 적정한 방법으로 살처분 할 방법도 없었습니다. 그 결과, 거의 생매립을 했습니다. 완전히 살처분돼지 않은 상태에서 말입니다. 정상적 방법, 즉 비닐을 깔고, 석회석을 넣고, 거기에 일부 가축을 넣는 등 충분한 과정을 거쳐 매립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게 지금 땅 속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나아가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밖으로 나와 하천을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이 침출수에는 병원성 세균이 들어있어 2차 오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침출수는 매몰 1주일 뒤부터 나오기 시작해 2~3개월째 가장 양이 많아집니다. 영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500~600㎏짜리 소 한 마리의 침출수는 매몰 1주일 뒤 80ℓ, 2개월 후엔 2배인 160ℓ가량입니다. 돼지에서는 같은 기간 6ℓ와 12ℓ의 침출수가 나옵니다. 한국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구제역으로 소 15만 마리, 돼지 323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돼 모두 6만2000톤가량의 침출수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에 따라 곳곳에서 '침출수 정화작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경기도의 경우, 지하수 오염을 포함한 구제역 2차 오염원을 원천 차단해, 매몰지 인근 주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침출수 적정처리작업을 시작했는데요, 보통 매몰지에서 침출수를 뽑아내 분뇨차량으로 옮긴 후, 염소소독을 재차 실시하고, 이렇게 분뇨처리장에서 1차 정화 처리된 침출수는 하수처리장으로 이동해 2차 정화 처리하고 하천에 배출됩니다. 경기도는 가축분뇨공공처리시설 처리용량에 따라 다른 상수원 지역의 침출수도 단계적으로 처리할 예정입니다.
이런 정화작업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정승헌 교수는 침출수가 일반하수보다 오염농도가 짙어 처리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서 화학제보다는 생물학 제재를 소독제로 이용하는 등의 친환경적인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합니다.
정승헌
: 구제역 침출수를 뽑아 정화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화학물질을 사용하게 되요. 벌써 세 달이 넘었잖습니까? 그러면 이런 화학물질들이 결국 어떻게 되겠습니까? 토양이나 수질로 다 들어가게 되죠. 그런데 지금 이런 부분에 대해서 누가 이야기를 잘 안 해요. 그런데 분명한 점은 단기간에 그렇게 많은 화학물질이 투여되게 되면 땅도, 물도, 공기도 미생물도 마찬가지고, 전부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겁니다. 생태계가 교란됩니다. 우선 눈앞의 문제점을 덮자고 하는 이런 방식은 실질적 치유가 아닙니다.
반면, 반면 하수처리장 등에서 감당할 수 있도록 침출수를 순차적으로 처리하면 2차 오염의 우려가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조영무 경기도팔당수질개선본부 전문위원은 한국 언론에 “매몰지에서 일시에 침출수를 뽑아내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시행하기 때문에 폐수처리에 문제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변수를 충분히 고려하겠다."라고 말합니다. 또 “침출수를 뽑아 하수처리장 등으로 옮기기 전에 소독처리를 해 구제역 바이러스를 사멸하기 때문에 2차 오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조 전문위원은 덧붙였습니다.
김진만 건국대 축산식품생물공학과 교수도 “침출수를 뽑아낸 뒤 산성화 처리하고 처리장에서 중화시켜 방류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며 “설사 유출되더라도 소독제로 쓰인 구연산·유산균 혼합제는 약산성이므로 토양 산성화를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매몰된 가축에 있던 세균이 침출수를 통해 지하수로 흘러들어가 사람에게 병을 일으킬 가능성인데요, 다행히 전문가들은 세균에 오염된 지하수라도 100도 이상에서 끓여 마시면 큰 위험이 없다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미생물은 온도가 높아지면 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변 30m 안에 매몰지가 있고 그 안에 하천이나 지하수원이 있다면 수질 오염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냄새가 나거나 꺼림칙할 때는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 오염 여부를 확인해야 할 것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소식입니다.
-- 지난해 가을부터 계속된 가뭄으로 큰 피해를 본 중국 중부와 동부 연안지역에 인공 강우에 의한 큰 눈이 내려 해갈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중앙기상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 26일 하루 동안 산시와 산둥, 허난, 안후이, 장쑤 등 중부와 동부 연안에 최고 16㎝의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이번 눈은 강수량 부족으로 오랜 가뭄에 시달렸던 밀 생산지 전역에 오랜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내려 타들어가던 밀 경작지의 가뭄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중앙기상대는 분석했습니다. 이번 눈은 기상 상황에 맞춰 비행기와 로켓, 대포 등을 대대적으로 동원해 인공 강우 작업을 펼친 끝에 이뤄진 것으로, 화베이 지역은 27일 밤늦게까지, 산시와 허난, 장쑤, 안후이 지역은 28일 밤까지 계속됐습니다.
-- 필리핀의 환경운동가들이 15분 만에 6만5천여 그루의 나무를 심어 기네스북이 인증하는 세계기록을 세웠습니다. ‘기네스북’이란 세계 최고기록만을 모아 해마다 발행하는 세계기록집을 말합니다. 산림녹화 운동 단체인 '그린 프로젝트'는 최근 필리핀 동부의 카마리네스 수르 지역에서 7천여 명이 참가해 15분 동안 묘목 약 6만 5천 그루를 심었다고 밝혔습니다. 작년 인도에서 같은 시간 동안 나무 5만 그루를 심어 수립했던 세계기록을 깬 것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