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경이다-96] 동일본 대지진·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 1주년

10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후쿠시마 대재앙 1주기 시민문화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후쿠시마 대재앙 1주기 시민문화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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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일본은 물론 전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준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 1주년을 들여다봅니다.

(사고 현장음)

대지진이 일본의 중북부 동해안을 강타했던 운명의 시간, 2011년 3월 11일. 전대미문의 대지진과 해일, 원전 사고라는 복합적인 재앙이 발생한 지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당시 규모 9.0의 지진과 지진해일로 무려 1만 5천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대피 주민은 34만여 명에 이르고 지진 고아는 2천 명이 넘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의 복지국가인 일본은 원활한 재해구조와 피해수습을 위한 인적, 물적 자본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를 조직적,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해 이재민은 고립으로 인한 생필품과 식수, 연료 부족으로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특히 후쿠시마 현을 비롯한 피해지역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2천만 톤이 넘습니다. 이 가운데 소각, 매립, 재이용 등으로 처리가 끝난 쓰레기는 약 5%에 그칩니다. 일본 정부는 2014년 3월말까지 쓰레기 처리를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현재의 추이대로라면 달성이 불가능합니다.

대지진의 악몽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거대 지진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잇따라 나와 일본인들을 불안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최근 도쿄대학교 지질연구소 연구팀은 파괴력이 큰 직하형 지진이 가까운 장래에 수도권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는데요, 도쿄대학교 지질연구소 연구팀의 히라타 교수의 말입니다.

히라타

: 앞으로 4년이라고 하면 모두 놀라겠지만 강진 발생 확률이 70%로 계산됐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30년 내 70%로 추정했지만, 도교대학교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이보다 훨씬 긴박한 셈입니다. 실제로 기상청 관측에 따르면, 작년 대지진을 계기로 수도권에서 지진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규모 3-6급 지진이 하루 평균 1.48회 발생해, 대지진 이전보다 약 5배가 증가했습니다. 여진은 주로 피해지역인 동북지역에서 발생하다가 최근엔 수도권에서도 빈발하고 있습니다.

일본 요코하마 인근에 살고 있는 아라이 씨는 "지진이 일어날 것이라는 언론의 보도에 다들 준비를 하고 있지만 완벽할 수 없다"며 "그렇다고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고 해외에서 살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 도쿄 시민의 말, 들어보시죠.


도쿄 시민

: 지난번 같은 지진이 발생한다면, 아이가 있기 때문에 무서워요.

원전 사고로 뿜어져 나온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은 먹을거리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원전 근처의 수돗물과 농산물, 심지어 우유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지만 방사선 공포는 확산됐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에 수입되는 일본산 수산물도 크게 줄었습니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량은 2010년 8만 4천t에서 2011년 5만 6천t으로 33%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수입된 수산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내 검역검사본부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 바다에 오염이 확산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방사성 물질이 대기를 타고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원전의 안전성 논란이 커졌습니다. 독일과 스위스, 베네수엘라 등은 원전 건설 계획을 폐기했고 미국과 프랑스, 한국 등은 운영 중인 원전의 안전진단을 시작했습니다.

원전 대국인 일본의 전력 수급 정책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원전에 대한 국민적 불안으로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됐습니다. 기존 원전도 정기점검을 위해 속속 가동을 멈추면서 재가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현재 가동되는 원전의 수명이 다할 경우, 자연스럽게 탈 원전으로 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자연에너지의 확보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탈 원전을 위한 시민단체의 운동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일본 전역에서는 가동 중인 원전의 폐쇄를 위한 대 국민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력 공급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원전을 대신할 전력원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일본의 고민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작년 원전 사고 이후, 원전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심각한 전력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원전 위험성을 알려준 당시 대지진,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립공원 당국은 이 나라 최대 자연국립공원인 크루거공원 직원 4명이 코뿔소 밀렵 혐의로 최근 체포됐다고 밝혔습니다. 국립공원 당국은 성명에서 코뿔소 보호 임무를 띤 공원경비원 1명과 교통통제요원 1명을 포함한 크루거공원 직원 4명이 체포됐다고 전했습니다. 성명은 이번 조치가 지난달 말 크루거공원의 프레토리우스콥 구역에서 두 마리의 코뿔소가 총에 맞아 뿔이 제거된 채로 발견돼 크루거공원과 경찰 합동조사반이 수사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크루거 공원의 프레토리우스콥 구역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모두 11마리의 코뿔소가 밀렵돼 숨졌습니다. 크루거공원 최고경영자인 데이비드 마분다 박사는 "신뢰했던 동료가 그토록 냉정하게 믿음을 저버린 데 대해 슬프다"면서 또 "파렴치한 밀렵조직의 마수가 자연유산을 보호해야 할 경비원에게까지 뻗친 데 대해 개탄한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들어 크루거에서만 모두 43마리의 코뿔소가 밀렵 당했으며 남아공 전체로는 80마리에 이릅니다. 코뿔소 가격은 암시장에서 1㎏에 1만 달러에 이르며 뿔을 매끈하게 처리하거나 가루로 만들어진 경우 1㎏에 2만-3만 달러를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햇빛이 귀한 한겨울에도 북극해 생태계는 각종 해양생물의 활동으로 분주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 탐사단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40일간 쇄빙선 힐리호를 타고 베링 해와 추크치해, 보포트해를 탐사한 결과 예상과 달리 요각류가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고래와 대구를 비롯하여, 수많은 해양 동물의 먹이가 되고 있는 요각류 칼라누스는 소금 알갱이 정도로 작지만, 해양 생태계를 지탱하는 동물성 플랑크톤의 대부분을 차지해 먹이사슬의 바탕을 이루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온종일 어둠침침한 북극의 겨울철에는 식물성 먹이가 거의 없어 요각류도 먹이활동과 성장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휴면기에 들어갈 것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두께 2.5m의 얼음을 깰 수 있는 길이 128m의 쇄빙선에 타고 최초의 겨울철 탐사에 나선 과학자들은 얼음으로 덮인 바다 속에서도 생태계가 여전히 활발하게 유지되고 있는데 매우 놀랐습니다. 칼라누스 등 동물성 플랑크톤만 활발하게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닷물 표본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도 번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