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경이다-97] 한국 고리 원전 1호기 정전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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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고리 원전 1호기 정전사고의 중간조사 결과를 들여다봅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경상남도 내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정전 사고를 처음 알게 된 건 한 달이 지난 이달 10일입니다. 소문을 들은 외부에서 사고 여부를 문의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달 초 발생한 고리 원전 사건에 관한 조사결과를 21일 발표했는데요, 한 달여간 은폐됐던 고리 원전의 정전 사고가 작업자의 부주의와 비상 발전기의 결함, 사고의 고의적 은폐 등 총체적 결함이 빚은 결과였다고 밝혔습니다.

사고는 발전기의 보호 장치를 시험하는 과정에서 작업자가 감독자의 지시와 절차를 따르지 않아 외부 전원이 차단되면서 발생했습니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자동 작동해 전력을 공급하도록 돼있는 비상 디젤 발전기는 공기 공급 밸브의 결함으로 움직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조직적 은폐는 당시 제1 발전소장 주도로 현장 간부들이 회의를 갖고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위원회는 이에 따라 보고 은폐 등 안전규정 위반자들을 사법처리하기로 했습니다. 강창순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의 말입니다.

강창순

: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일부 원전 관계 종사자들의 안전의식 결여에 있었습니다. 사건 발생 즉시 관계 법률이 정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안전위원회와 관련 기관에 보고만 이뤄졌더라면 국민 여러분의 불안과 의혹을 많은 부분 해소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원전 소장을 비롯한 종사자들이 한 달이 넘도록 이런 사실을 숨겨왔던 것이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로 밝혀졌습니다. 안전의식 책임을 엄정하게 묻겠습니다.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은 관련법 따라 처리하겠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다만 핵연료의 안전성에는 영향이 없었고 방사능 누출도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위원회는 유사 사태를 막기 위해 원전 현장 정보와 보고사항에 대해 안전규제기관의 24시간 감시 체제를 구축하고 전체 원전의 비상 발전기를 특별 점검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할 방침입니다.

그러나 원전 사고의 보고 지연과 은폐, 축소 등은 반복되는 고질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월성 1호기의 냉각수 누출사고는 국정감사 때까지 은폐됐고, 지난 2004년 영광 5호기는 방사성 물질 누출이 감지됐지만 재가동을 강행하며 일주일간이나 사고 사실을 감췄습니다. 서균열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의 말입니다.

서균열

: 원자력위원회에 필요한 것은 보고가 아니고요, 실시간으로 3차원적으로 각각 본부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체제가 하루 바삐 구축이 돼야 합니다.

사고 보고를 하지 않는 것이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한국 내 원전 운영 문화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원전 협력업체 관계자는 “무사고 원전을 최대 성과로 보기 때문에 경미한 사고는 어지간하면 숨기려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한국의 동아일보에 털어놨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어지는 작은 사고와 안전 불감증이 대형 사고를 부르는 만큼 원전의 감시에 정부 기관만이 아닌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체재 도입 등 보다 실질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한편, 강창순 위원장은 “고리 원전 1호기를 폐쇄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고 밝혀 정부가 고리 원전 1호기를 재가동시킬 방침임을 확인했습니다. 강 위원장은 “현재 진행 중인 안전 점검을 철저히 하고 가동에 필요한 안전조건이 완전히 충족되면 재가동하겠다”며 “재가동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강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올해로 운영기간이 34년이 돼 노후화된 고리 원전 1호기를 이번 계기로 폐기해야 한다는 지역시민단체와 환경단체, 전문가들의 주장에 대한 한국 내 원전 안전 최고 감독기구 수장의 첫 공식 반응입니다.

부산지역과 환경단체들은 1978년 가동을 시작한 고리 원전 1호기와 1983년 가동되기 시작해 올해로 설계수명 30년이 끝나는 월성 원전 1호기가 안전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며 두 원전에 대해 폐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가장 오래된 1호기가 먼저 폭발하고 오래된 순서대로 2,3,4호기에서 연쇄적으로 문제가 일어났다"고 지적했고, 이재기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도 "노후 원전을 무조건 운영하겠다고 할 게 아니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미국인 370만 명이 바닷물에 잠길 수 있는 지점에 살고 있으며 앞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 피해가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비영리단체인 ‘클라이밋 센트럴'이 최근 환경전문지에 발표할 2편의 논문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습니다. 논문은 해수면 상승이 현재 예상되는 속도로 진행될 경우 과거에는 극히 드물게 발생했던 저지대 해안가의 침수 피해가 앞으로는 몇 년 단위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가장 취약한 지역은 플로리다 주로 지목됐습니다. 이 지역 해안가는 다공질성의 석회암 지대로 해발 고도가 상당히 낮은데 전체 370만 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이곳에 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루이지애나와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등도 특별히 취약한 지역으로 분류된 가운데, 사실상 미국의 모든 해안 지대가 어느 정도는 침수피해의 위험을 안고 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습니다. 해수면은 19세기 말부터 점진적이긴 하지만 꾸준히 상승해 왔습니다. 지구 전체로 보면 1880년 이후 평균 8인치가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루이지애나 등과 같이 땅이 내려앉는 지역에서는 정도가 훨씬 심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해수면 상승 속도가 100년에 12인치 정도로 빨라진 가운데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심화되면서 상승 속도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 전 세계의 꿀벌들이 떼죽음하는 이른바 '꿀벌 군집붕괴현상'이 옥수수 파종에 사용되는 농약 표면 처리 기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탈리아 파도바 대학 연구진은 봄철에 일어나는 이 현상이 농약으로 옥수수를 표면 처리하는 새로운 파종 기술과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다고 환경과학과 기술지 최신호에 발표했습니다. 1990년대 말부터 파종할 옥수수를 `네오니코티노이드' 농약으로 표면 처리하는 기술이 도입된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광범위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네오니코티노이드는 곤충의 신경을 마비시켜 죽이지만 다른 동물에게는 독성이 낮아 전 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농약 가운데 하나입니다. 네오니코티노이드 표면 처리 기술은 압축공기 드릴로 종자를 강제 흡입해 고농도 농약 표면 처리제를 함유한 공기를 살포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연구진은 이때 공중에 퍼지는 상당량의 농약 입자가 꿀벌들을 집단 폐사시키는 것으로 의심해 왔습니다. 이들은 관찰 결과 3월 중순부터 5월 사이에 옥수수 파종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농약 구름 사이를 날아다닌 꿀벌들이 죽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양봉업자들이 파종기 옥수수 밭에 설탕물 공급기나 벌통을 놓아두어 꿀벌들이 농약에 노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