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물 부족 문제와 관련한 최신 보고서를 들여다봅니다.
이르면 10년 뒤부터 전 세계가 '물 전쟁'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가 나왔습니다.
미국 국가정보국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오는 2040년까지 전 세계 담수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정치적 불안, 경제성장 둔화, 식료품 시장 교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요청으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국가정보국을 비롯한 미국 정보기관들의 기밀정보를 토대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보고서가 발표된 날, "물이 무기화하거나 테러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면서 취약한 물 관련 사회간접시설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 이러한 어려움은 개별 국가 내에서, 그리고 국가 간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킬 것입니다. 일부 국가는 이로 인해 금새 곤경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국가 간에 지역 분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수역을 공유하는 국가 간에 물과 관련한 문제가 악화돼 심지어 폭력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이런 위협은 실제적이어서, 심각한 안보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국가정보국은 "앞으로 10년 내에 '물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물 수요는 물 공급보다 40%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개별 국가들이 어떤 조치를 취하고, 국가 간에 어떻게 이 문제를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설명입니다.
지역별로는 남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등의 물 문제가 심각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보고서는 구체적인 국가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보고서가 특정 국가를 거명하지 않았어도, 국가 간의 물 전쟁 시대는 사실상 시작됐습니다. 단적인 예는 적도 부근에서 발원해 지중해까지 6671㎞를 흐르는 나일 강입니다. 나일 강 상류에 위치한 아프리카 우간다, 르완다, 탄자니아, 에태오피아 등 4개국은 나일 강 하류 국가인 이집트와 수단의 강한 반발 속에 지난 2010년 나일 강 수자원의 동등한 재분배를 규정한 새로운 조약에 서명했습니다. 새 조약은 국가별로 나일 강 물 사용량을 새로 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수자원 분쟁은 나일 강 유역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요르단 강이 지나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는 이미 수자원 갈등이 재앙에 가까운 상황으로 발전했습니다. 최근 이 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국 내 물 전문가인 로널드 로더 RWL Water 대표의 말입니다.
로널드 로더
: 심각합니다. 물은 곧 평화입니다. 제가 중동 지역을 방문해서 여러 사회계층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물 문제로 이미 전쟁도 벌어졌고, 갈등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미래에는 더욱 심각해질 것입니다.
최신 자료에 따르면, 1960년대만 해도 13억 입방 미터였던 하천의 수량이 최근에는 1억 평방미터로 90% 이상 감소했습니다. 이스라엘, 요르단,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 4개국이 매년 엄청난 양의 강물을 농업용수와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원인입니다. 각국이 건설한 파이프라인, 수로, 댐, 수중보는 강의 수량과 유속을 크게 감소시키고 있습니다. 일부 구간은 이미 폭이 3m도 안 되는 개천수준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 유역에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최상류국 터키의 유프라테스 강 유역 개발로 시리아와 이라크가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터키는 이미 1990년 아타튀르크 댐을 완공했고, 서너 개의 댐을 더 지을 예정입니다. 티그리스 강의 경우도 많은 지류가 이란에서 시작되어 이라크로 흘러 들어가고 있어 향후 충돌이 예상됩니다.
한국도 더 이상 물 부족 문제에서 예외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유엔도 한국 역시 조만간 리비아, 모로코, 이집트 등과 함께 ‘물 부족국가군’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미 수자원을 놓고 지방자치단체 간, 정부와 지역 주민들이 갈등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영월군과 충청북도 제천시가 두 지역의 젖줄인 상수원 평창강을 사이에 두고 물 분쟁을 벌인 일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제천 시는 주천강의 취수장 수원은 부족해지는 반면 물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상수도시설 확장계획을 수립하고, 정부의 인가를 받아 1992년 착공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영월군은 유수량 부족으로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에 따른 각종 규제로 지역 주민들의 불이익이 우려된다며 승인을 거부했습니다.
이처럼 지구촌의 ‘물 재앙’ 경고음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이 같은 심각한 현실을 재인식해, 국가적 반성과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수자원 관리대책을 마련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하고 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지구 기온이 오는 2050년까지 20세기 말보다 최고 3℃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의 BBC 뉴스가 최신 연구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BBC 기후변화실험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기후 체재의 다양한 매개변수를 반영한 기후 모의실험을 약 1만 차례 실시한 결과 온난화 폭이 기존 조사보다 높은 1.4~3.0℃로 나타났다고 과학 잡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지에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연구가 불확실한 기후 체재에 유연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더욱 광범위한 미래 영역을 탐사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면서 미래에 대비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중간 정도일 경우에도 3℃까지 기온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이 제시한 수치는 지난 50년간의 기온 변화를 정확하게 재현해 낸 자료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이 가운데 하한선은 유엔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가 지난 2007년 제시한 전망과 비슷하지만 상한선은 연구진의 분석 결과보다도 높은 것입니다.
-- 벨기에 브뤼셀 국제공항이 항공기의 연료를 절감하고 온실가스 배출과 소음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이른바 ‘녹색착륙’ 시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벨기에 일간지 드 스탄다르트와 공영 VRT 방송 등에 따르면, 브뤼셀 공항은 최근 항공사들을 대상으로 '지속적 하강'이라는 새로운 착륙 기법을 선보였습니다. 기존에는 공항이 가까워 오면 항공기가 계단식으로 고도를 낮추다 마지막에 사선으로 착륙합니다. 새 착륙법은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예컨대 고도 3천500m 지점에서부터는 계단식 하강이 아닌 일정 각도의 사선식으로 계속 하강하는 것입니다. 브뤼셀 공항과 벨기에 항공관제청이 지난해 1월~10월 시험 운영한 결과 새 착륙법을 사용하면 연료 소비량은 항공기 1대 당 기종에 따라 50~150kg,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60~470kg 줄었습니다. 아울러 공항 반경 15~50km인 주거지역의 항공기 소음이 2~3데시벨 낮아졌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