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본위화폐’, 북 에너지· 비료 부족 해결책!

‘꿀’이라는 이름의 사이버 화폐.
‘꿀’이라는 이름의 사이버 화폐. (사진-조재원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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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인분으로 돈을 벌고 환경오염도 막는 연구사업을 들여다봅니다.

(수세식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방금 들으신 것은 수세식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입니다. 수세식 화장실은 인간이 배설하는 오물을 집 밖으로 내보내는 장치인데요, 변기를 거쳐 정화조에 들어간 후 생활하수관으로 들어가게 되죠.

한국에서 이런 인분, 즉 사람의 똥을 바이오 에너지로 바꾸고 그 가치만큼 화폐처럼 사용하는 사업에 국가 연구개발 자금 100억원, 미화로 무려 894만 달러가 투여돼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바이오 에너지는 태양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식물과 이를 먹고 살아가는 미생물, 동물을 포함하는 생물계 유기체로부터 회수할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말합니다.

한국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똥본위화폐'란 개념을 제시한 울산과학기술원의 '사이언스 월든' 연구사업에 올해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연구비 1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조재원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연구사업의 핵심인 똥본위화폐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조재원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조재원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

(조재원) 똥본위화폐는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으니까 물이 절약되고, 하수를 통해서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습니다. 심지어 똥을 새로운 에너지로 만드니까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지 않습니까? 물을 아끼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에너지까지 만드니까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는 분께 정당하게 그 가치를 돌려드리는 개념이 '똥본위화폐'입니다.

울산과학기술원은 지난 2016년 문을 연 야외체험 실험실에 인분을 분해해 에너지로 만드는 '비비 화장실'을 설치했는데요, 비비 화장실은 물을 쓰지 않고 양변기 아래 설치된 건조기와 분쇄기를 통해 대변을 가루로 만듭니다. 그런 다음 이를 미생물 에너지 생산시설에서 난방과 식당 조리기구의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메탄가스로 변환시키는 친환경 화장실입니다.

비비 화장실 사용자에게는 '꿀'이라는 이름의 사이버 화폐가 지급됩니다. '비비'란 이름은 벌을 뜻하는 영어단어 '비(bee)'와 미래를 뜻하는 영어단어 '비전'의 첫 음절을 따서 만들었습니다. 한 번 화장실을 이용하면 10개의 꿀을 받습니다. 10개 꿀의 현재 가치는 500원, 미화로 45센트입니다.

울산과학기술원은 에너지 효율성 증대를 통해 오는 2020년까지 10개 꿀의 가치를 3600원으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습니다. 똥본위화폐는 현재 울산과학기술원 교정 내 일부 찻집에서 화폐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조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에 한 사람이 하루 한 번 배설한다고 가정하면 한국인이 창출하는 가치는 9조원에 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돈 9조원은 미화로 80억 달러입니다.

(조재원) 현재 경제적 가치로 보면, 한 사람이 하루에 누는 똥을 화폐단위로 환산하면 약 500원 정도가 됩니다. 모든 한국인, 즉 5천만 한국인이 다 똥본위화폐에 참여하면, 일년으로 치면 9조원 정도가 됩니다. 물론 9조원이 다 만들어지진 않겠지만, 이게 활용만 될 수 있다면, 그리고 거기서 나온 에너지가 도시의 난방이나 다른 에너지, 혹은 물 절약, 마을버스나 식당의 연료로 쓰이면 그 가치가 엄청나게 불어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 연구사업에 투자한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팀은 지난해 비비 화장실에 이어 올 하반기까지 학교 안에 '생활형 실험실'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생활형 실험실은 주거가 가능한 연구실로, 비비 화장실이 설치된 약 5평 크기의 주거 공간 3실과 인분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장비를 갖춘 시설과 식당 등으로 구성됩니다. 연구자는 이 공간에서 사람의 똥이 난방, 온수, 연료로 활용되는 것을 직접 경험하며 연구합니다. 또 비비 화장실 변기에는 소변의 산도 점검, 당·단백질 농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감지기를 설치해 건강상태도 점검할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연구사업의 우선 목표는 똥본위화폐의 개념을 보다 정밀하게 설정하고, 시범 운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연구팀이 바라는 꿈은 훨씬 더 큽니다. 그 꿈은 연구사업의 이름인 '사이언스 월드'에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영어 단어 '사이언스'는 과학을 말합니다. '월든'은 미국의 자연주의적 철학자인 데이비드 소로가 지은 수필집의 제목입니다.

(조재원) 과학을 중심으로, 인문학과 예술이 합쳐져서 우리사회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자 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바탕 위에, 저희 연구사업의 최종목표는 똥본위활페로 우리 사회를, 나아가 우리 세상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자는 겁니다. 그러자면 새로운 환경경제가 일어나야 되고, 환경보호도 일어나야 됩니다. 그 가치 자체를 사람에게, 본연의 사람의 가치로 돌려 놓아야 한다는 꿈이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행복해지는데 저희 최종목표가 있습니다.

이처럼 에너지와 삶이 순환하는 환경, 경제 체제의 가능성에 북한 주민들도 장차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조재원 교수는 희망했습니다.

(조재원) 북한에서 탈북한 새터민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북한에는 전기와 물이 부족합니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사이언스 월든'의 똥본위화폐가 기여한다고 봅니다. 처음에 물을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를 만드는 사이언스 월든의 똥본위화폐의 개념이 북한에 들어간다면 물 문제뿐만 아니라, 에너지 문제를 함께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또 거기에서 나올 수 있는 여러 가지 새로운, 북한사회에 혈액과 같이 흐를 수 있는 똥본위화폐의 가치, 혹은 경제가 살아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이 지난 2008년 실시한 인구조사 결과, 북한가구의 55%는 수세식 화장실을 구비하고 있습니다. 수세식 화장실이 있어도 그림의 떡에 불과합니다. 상수도 사정이 나쁘고, 고층에서는 수압이 낮아 물을 공급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평양 출신 탈북자가 지난 2015년 한국에 있는 북한 전문 매체인 '배나TV'에 나와 밝힌 말, 잠시 들어보시죠.

(탈북자) 평양이니까 집에 화장실이 있는데, 전기가 없으니까 밑 펌프장에서 물을 퍼 올리지 못하는 거예요. 고난의 행군 때에는 광복거리, 통일 거리같은데는 엄청나게 층수가 높은데 물이 안 나와요. 아이들은 비닐 봉지에 변을 보고 들고 내려가요. 아침에요.

조 교수는 특히 사람의 똥을 에너지로 사용한 뒤에는 퇴비로도 사용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습니다.

(조재원) 퇴비화 과정을 거쳐서 퇴비가 되면, 비료가 부족한 북한의 농업에도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북한주민들을 돕는 일에도 이 개념이 이용될 수 있고, 또 장차 통일된 조국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바뀌냐에 대한 상상을 '똥본위화폐'를 통해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