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백두산 폭발 대비 공동 탐사

한국 'CDP(국제대륙과학시추프로그램) 백두산 화산마그마연구그룹'이 화산분화 예측기술을 이용해 백두산 천지 아래 마그마의 거동을 예측해 그린 모식도.
한국 'CDP(국제대륙과학시추프로그램) 백두산 화산마그마연구그룹'이 화산분화 예측기술을 이용해 백두산 천지 아래 마그마의 거동을 예측해 그린 모식도.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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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과 중국의 백두산 폭발 대비 공동 탐사를 들여다봅니다.

(화산 폭발음)

한국과 중국 지질 연구진이 백두산 폭발에 대비하기 위해 공동으로 백두산 현지 탐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최근 제주도에서 만나, 오는 2018년 백두산에 시추공을 뚫고 마그마, 즉 암장(북한말)이 흐르는 지하 10km 근방을 샅샅이 조사한다는 계획에 합의했습니다. 오는 2017년까지 백두산 지하 1만 ㎦ 이상의 지역에 대해 3차원 지도를 만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도 내놨습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천지화산관측소를 세우고 백두산 천지와 그 일대의 지진 등을 감시해 왔지만 지표면 탐사에 머물렀습니다. 분화할 가능성이 있는 세계 주요 대형 화산 가운데 암장이 있는 지하 수 km 깊이까지 구멍을 뚫어 조사하는 건 백두산이 처음입니다. 앞서, 화산 폭발이 빈번한 유럽의 아이슬란드가 지난 2002년 지하 2km까지 뚫고 들어갔지만 암장 핵에 접근하지 못하고 실패했습니다.

백두산이 폭발할 경우 동북아시아 일대에 화산재가 퍼지면서 아시아 지역은 물론이고 유럽까지도 극심한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이번 한국, 중국 간 백두산 공동 탐사 사업도 백두산 폭발이 아시아 지역 안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졌습니다.

특히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2013년부터 중국과학원 지질물리연구소와 물밑 접촉을 해 지난해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공동 연구를 성사시키기 위해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 왔습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이윤수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힌 말입니다.

(이윤수) 사실은 작년에 본 연구를 위해 약 250kg의 시료를 백두산에서 가져와 본 연구를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를 파악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했습니다. 구체적으로, 2015년부터 1단계 3년이 시작됩니다. 2단계는 2018년에서 2020년, 3단계는 2021년부터 관측하게 됩니다.

이윤수 박사가 언급한 250kg의 시료를 분석한 결과, 규모 7의 대폭발이 939년, 발해가 사라져간 시기로 추정됐습니다. 또 당시 한반도 전체를 5cm 두께로 뒤덮어버릴 만한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나왔을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작년 일본에서 지진처럼 요란한 전조현상도 없이 돌연 폭발했던 온타케 화산처럼, 백두산 지하에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높은 온도의 암장이 뭉쳐있을 것으로 한국과 중국의 연구진은 보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표 분석에 머물지 않고, 시추공을 뚫어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로 한 겁니다.

한국과 중국은 올해 7월 백두산 천지에서 만나 시추 지점을 결정하는 일을 포함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해 2017년까지 기초 탐사에 들어갑니다. 이윤수 박사는 "백두산 지하 7km 깊이까지 시추공을 뚫어 지하를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라면서 "1300도가 넘는 액체 상태의 마그마를 직접 꺼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윤수) 1단계에는 백두산 화산에 관한 기초연구와 물리 탐사를 통해 마그마의 3차원 분포를 알아낼 계획입니다. 마그마 분포를 알아야 어디에 시추하고, 시추공 안에 첨단장비를 어떻게 배치할지를 정해야 마그마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이 2단계인데요, 아시다시피 백두산은 극한 환경입니다. 열도 높고 화산진 충격도 있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관련 장비가 제대로 작동해야하는데, 특히 모든 부품들이 그런 환경을 견뎌주어야합니다. 이를 검증하고 기술개발을 해야 합니다. 나아가 이 모든 것이 원격 송수신으로 가능한지도 확인해야합니다. 또 화산 마그마가 과연 어디서 터질 것인지, 어디에서 마그마가 다시 만들어지는지를 하기 위한 수치 모델링도 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류자치 중국과학원 원사는 "한국은 아시아 전역에 대한 지질학적인 이해가 매우 높고 첨단 탐사 장비도 보유하고 있어 탐사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면서 "이번 공동연구를 통한 양측의 협력이 한국과 중국 관계에 상승효과를 낼 것"이라고 한국 언론에 밝혔습니다.

이처럼 중국과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게 된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고 중요하지만, 북한과의 공동 연구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무척 아쉬운 대목이라고 이윤수 박사는 말합니다.

(이윤수) 백두산이 북한과 중국 쪽으로 나뉘어져 있잖습니까? 저희가 다양한 물리탐사를 하게 되면, 경계조건 때문에 백두산의 반쪽을 탐사하지만, 건질 수 있는 것은 30%밖에 안 됩니다. 50%가 못됩니다. 이것은 북한 쪽에서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올바르게 제대로 탐사를 하려면, 북한 쪽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게 해야 하고요. 중국 연구그룹 대표 역시 북한 과학자들의 동참을 원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남북한 과학자들이 첨단협력 연구를 통해 백두산 화산 분화를 슬기롭게 대처하기를 고대합니다.

현재 북한은 영국 연구진과 함께 백두산 화산 활동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1년 동안 백두산 일대에 광대역 지진계 6대를 설치해 화산활동을 연구했으나 조만간 대폭발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두 나라 연구진은 그러면서 백두산은 안정적인 상태라고 말하고, 앞으로도 대폭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영국 임페리얼 대학교의 제임스 해먼드 교수와 북한 지진국 화산연구소의 박길종 소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제임스 해먼드) 백두산 분화구 아래 마그마가 있는 장소 등 화산의 현재 상태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미래에 일어날 화산활동을 예측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박길종) 이 연구는 앞으로 계속 심화시켜 나가면서 백두산 지구의 암장 활동 상태를 지진학적으로 평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북한과 공동 연구를 진행했던 서양 과학자들이 앞으로 한국과 중국 간 연구 사업에 동참할 예정이라는 것입니다. 이윤수 박사의 말입니다.

(이윤수) 우선 영국의 오펜하이머 교수와 해먼드 교수와는 교신을 했습니다. 내년에 백두산 시추 지점 초안을 제출하려고 하는데, 이 두 분을 포함해서 국제 분야의 몇몇 석학이 영입될 겁니다.

아울러, 한국 측은 앞으로 백두산 탐사에 일본도 참여시켜 한국, 중국, 일본 사업으로 확대시킬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이윤수 박사는 "학계에서는 일본 열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백두산이 탄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면 백두산 폭발을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