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서울, 파리, 런던이 함께 추진하는 '국제 자동차 환경등급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장명화 기자, 우선 '국제 자동차 환경등급제'가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자동차 환경등급제란 모델별 자동차가 실제 도로를 달릴 때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물질을 얼마나 배출하는지 측정해, 점수, 등급화해 표시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가령 A 제조사 B 모델의 ▷대기질에 미치는 영향 ▷질소산화물 배출량 ▷연료소비량 등을 등급으로 각각 매기는 식입니다.
양윤정: 세 도시는 어떻게 국제 자동차 환경등급제를 추진하게 됐습니까?
장명화: 한국의 박원순 서울 시장이 최근 유럽을 순방했는데요, 프랑스에서 안 이달고 파리 시장, 사디크 칸 런던 시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대기질 혁명을 이끈다고 선언하면서 나왔습니다. 이들은 국제 자동차 환경등급제가 대기질 개선을 위한 새로운 국제 기준으로, 소비자, 생산자, 도시 모두에 성공적인 체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안 이달고) 도시 대기 오염의 원인 가운데 매우 중요한 원인이 자동차입니다.
양윤정: 사실 자동차 배기가스는 세계 대도시의 공통 문제가 아닙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이번에 '국제 자동차 환경등급제' 추진에 나선 영국 런던의 경우 오염된 공기에 노출돼 사망에 이른 사람이 4만명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나와 충격을 주었습니다. 런던을 괴롭히는 대기오염의 원인은 자동차 배기가스에 포함된 이산화질소인데요, 특히 디젤차는 가솔린 차보다 3배나 많은 이산화질소를 내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런던시는2019년부터 4년 이상 된 디젤 자동차와 13년 이상 된 가솔린 차량이 런던에 진입할 경우 하루 24파운드. 미화 30달러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양윤정: 한국의 공기 질은 어느 정도입니까?
장명화: 세계의 대기오염 실태를 감시하는 '에어비주얼'에 따르면, 3월 21일 오전 7시 기준 서울의 공기품질지수는 179로 세계 주요 도시 중 두 번째로 대기오염이 심각했습니다. 공기품질지수는 대기 중 초미세먼지,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검댕 등 오염물질의 양을 종합해 산출하는 지표로 지수가 높을수록 대기 오염이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시각, 공기품질지수 187로 인도 뉴델리가 1위에 올랐고요, 인도 콜카타와 파키스탄 라호르가 공동 3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뒤를 중국 청두와 베이징이 이었습니다.
양윤정: 서울의 공기 질이 중국 베이징보다 오히려 더 나쁘게 나왔다니, 의외네요.
장명화: 네. 사실 3월 21일 오전 서울의 대기를 오염시킨 미세먼지 중 많은 부분은 그 전 주에 중국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국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중국 베이징의 미세먼지는 지난달 3∼15일 열린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에는 농도가 낮았으나, 양회가 끝나자마자 급증했습니다. 이 기간에 이뤄졌던 대기오염물질 배출 관리가 회의 종료 후 다시 허술해진 탓으로 풀이됩니다. 이렇게 생긴 미세먼지는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주요 지역의 대기 질을 크게 떨어뜨렸고, 이게 다시 북서풍을 타고 한국에 날아갔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3월 중순에 서울의 대기 흐름이 정체되면서 미세먼지가 흩어지지 않고 머물러 대기오염을 악화시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습니다.
양윤정: 한국의 한 대통령 선거 후보는 얼마 전 중국발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오염 문제에 대해 "중국에 할 말은 하는 환경외교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는데요, 중국발 대기오염 피해와 관련한 수치가 있습니까?
장명화: 네. 마침 중국에서 유입된 미세먼지로 한국과 일본에서 한 해 3만900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국제 공동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미세먼지 이동이 세계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는데요, 미세먼지로 인한 지역별 조기 사망자 수가 산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연구진은 2007년 한 해 동안 228개국에서 제조업으로 발생한 미세먼지 농도와 미세먼지로 인한 발병 우려가 높은 질병으로 일찍 사망한 사람 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초미세먼지로 조기 사망한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모두 345만명에 달했습니다. 이 가운데 12%인 41만1100여명은 자국 외에서 날아온 미세먼지로 인해 사망했습니다. 특히 중국발 초미세먼지 때문에 한국과 일본은 3만900명이 조기 사망했습니다. 연구진은 "값싼 노동력을 추구하는 많은 기업이 중국에 공장을 세워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며 "바람이 흘러 드는 한국과 일본에서 건강 피해가 크게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의 피해 상황은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지리적으로 중국 쪽에 가깝게 위치하지 않았습니까?
장명화: 북한도 미세먼지 피해에 노출돼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경우는 중국발 미세먼지보다는 북한의 화력발전소와 인구가 대거 모인 '이중 밀집' 구조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한국의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에 따르면, 북한 전역에 설립된 주요 발전소 8곳 중 6곳이 평양·평남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매체는 또 "평양·평남지역에 북한 인구 31%가 밀집돼 있다는 부분도 미세먼지 발생에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지역 주민들이 사용하는 취사연료 90% 이상이 나무나 석탄 등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물질이라 피해가 배가된다는 겁니다. 미국에 정착한 의사 출신 탈북자 김혜정 씨는 북한에서는 특히 봄철 황사 때문에 많은 주민이 고통스러워 한다며, 미세먼지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김혜정) 밭에 나가서 일도 많이 하실 텐데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북한 쪽으로 가고 있거든요. 미세먼지는 호흡기 점막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까지 작은 알갱이가 들어가기 때문에 모든 분들이 미세먼지를 주의해야겠습니다.
양윤정: 이런 상황에서 나온 자동차 환경등급제는 반가운 소식인데, 앞으로 어떻게 운용됩니까?
장명화: 이번에 세 명의 시장이 참석한 기자회견은 C40 기후리더십그룹 주관으로 개최됐는데요, C40 기후리더십그룹은 세계 온실가스 80% 이상을 배출하는 도시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05년 발족한 대도시 협의체로, 62개 대도시가 회원으로 있습니다. 이 C40가 국제 자동차 환경등급제 표준 등급기준 개발을 시작합니다. 기초 정보는 국제친환경교통위원회와 영국 비영리단체 에미션스 애널리스틱이 제공합니다. 에미션스 애널리스틱은 유럽연합 국가 모든 신차를 대상으로 실제 운행시 배출가스 자료를 구축해 놨습니다. 우선 런던이 이 자료를 활용해 하반기에 공개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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