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제7차 세계 물포럼을 들여다봅니다.
(박근혜) 한국은 금년에 분단 70년을 맞습니다. 저는 70년 간 지속된 긴장 관계를 남북을 잇는 물길을 통해 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12일 대구에서 열린 제7차 세계물포럼 개회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통해 남북한 간 하천 공동관리를 전격 제안했습니다.
'물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물포럼은 3년마다 한 번씩 각국 정부, 국제기구, 물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물과 관련된 모든 사안에 대한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국제회의입니다. 세계물포럼이 아시아에서 열린 것은 2003년 일본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이번 물포럼에는 세계 170여개 나라의 정부, 기업, 학계 관계자와 시민 등 3만여 명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제 물 분쟁을 해결하고, 화해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세계적으로 216개의 하천이 145개 국가를 관통하고 있다고 한다. 물과 관련한 대부분의 국제적인 분쟁이 국가 간 공유하천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공유하천을 슬기롭게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남북을 관통하는 하천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남북이 서로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남북을 관통하는 하천으로는 임진강과 북한강이 대표적인데요, 이처럼 2개국의 국경을 통과하는 하천을 국제 공유하천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 양국 간에는 상호 수자원의 이용과 관리, 수문자료 등을 공유해야 하지만 남북한은 그렇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오히려, 남북을 흐르는 임진강 유역은 북한의 일방적인 하천 관리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특히 올해 남측 임진강의 하천 유입량은 과거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해 주변 농민들이 깊은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한국 농어촌공사의 김영범 파주지사와 경기도 양주시의 농민인 이상동 씨가 현장을 방문한 한국의 채널A방송에 밝힌 말입니다.
(김영범) 이쪽 지역의 하류부에는 염해로 인해 물을 희석 시켜줘야 하는데 그 양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됐고."
(이상동) 비 안 오면 물을 퍼 올리지 못하니. 벼가 안 돼요. 마르고. 올해는 어떻게 될지 몰라.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임진강 상류에 건설된 북한의 황강댐과 4월5일댐의 영향을 꼽습니다. 임진강 상류 지역에 위치한 북한의 황강댐은 임진강의 물을 예성강으로 유역 변경해 낙차를 이용한 발전용 댐으로, 홍수 때는 수문을 열어 하류에 홍수를 가중시킵니다. 그러나 가뭄 때는 수문을 닫아 하류로 물을 내려 보내지 않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홍수는 홍수대로 가뭄은 가뭄대로 가중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북한강의 경우, 북한이 안변청년발전소로의 유역변경을 위해 임남댐을 건설하여 운영 중에 있는 등 하천의 이용을 둘러싼 갈등이 있어 이의 해결을 위해 협력체계의 구축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런 이유로, 세계물포럼을 주관하는 세계물위원회가 올해 초 북한에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물포럼에 참가를 요청하는 초청장을 발송한 것은 상당히 시의 적절했다는 평입니다. 북한은 세계물위원회에 가입한 관련 기관이 없는 비회원국이기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지난 2월, 프랑스 마르세이유에 본부들 둔 세계물위원회는 위원장 명의로 세계물포럼 초청장을 파리에 본부를 둔 유네스코 북한 대표부를 통해 발송했습니다.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 달쯤 뒤, 한국도 나섰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3월 세계물포럼 행사에 북한을 초청하는 내용을 담은 대북 통지문을 발송했습니다. 북한은 아예 통지문 접수를 거부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국토교통부 장관 명의로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통해 제7차 세계물포럼에 북측 관계자 초청을 위한 대북 통지문 전달을 시도했으나 북측은 접수를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북한은 이번 세계물포럼 행사에 불참했습니다. 만일 성사됐으면 세계물포럼이 남북관계 개선에 전환점이 되고, 행사 흥행에도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점에서 세계 물포럼 관계자들은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권부현 본부장이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통화에서 한 말입니다.
(권부현) 임진강을 비롯해 남북한 공유하천이 많아 협력할 사안도 많다고 봅니다. 북한의 현재 물 사정은 그리 좋지 않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뭄, 홍수라든지 수질관리 등에 대해서 한국과 함께 논의하고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많은 분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남북 당사자 간에 물문제와 관련한 협력이 이뤄지기 힘들면, 일단 국제사회의 협력을 얻는 것이 훨씬 용이할 수도 있습니다. 때마침 얀 엘리아슨 유엔 사무부총장이 이와 관련해 "남북 상황 개선을 위한 역할이 있다면 뭐든지 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 물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엘리아슨 사무부총장은 13일 한국 언론에 "평양에도 유엔 대표부가 있고 유엔 인력이 파견된 상황이고 북한 정부와 여러 가지 경로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같이 언급했습니다. 엘리아슨 부총장은 "물 문제는 경쟁·갈등을 빚을 수도 있고 반대로 공유와 협력을 할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며 "상당한 진전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 사업을 펼치는 유엔 관련 기구는 세계식량계획과 식량농업기구, 세계보건기구, 유엔아동기금 등입니다. 유엔 중앙긴급구호기금은 지난해 세계식량계획에 325만 달러, 식량농업기구에 100만 달러 등 북한에서 지원 활동을 하는 네 곳에 모두 650만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올해의 경우, 유엔아동기금은 2015년 대북 사업 예산으로 책정한 1천8백만 달러 가운데, 5백만 달러를 식수와 위생 사업에 배정해 학생 20만 명에게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고 주민 2백만여 명에게 위생교육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한편, 유엔은 지난 3월 발표한 연례 세계 물 개발 보고서를 통해 물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지금으로부터 15년 뒤인 오는 2030년에는 전 세계 물 수요의 40%를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의 식수 공급원인 지하수 관리 상황도 열악해 물 부족 현상은 가까운 미래에 세계를 위협할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물 부족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데 이미 지난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겪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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