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방사능 유출이 우려되는 영변 원자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장명화 기자, 우선 청취자들을 위해 영변 핵시설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영변에는 북한에서 가장 큰 핵시설이 들어서있고, 북한 최초의 원자로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연료 제작 공장, 5MW 실험용 원자로, 다 쓴 핵연료의 단기적 저장시설, 다 쓴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시설, 그리고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시설 등이 있습니다. 특히 영변 원자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핵 시설 가운데 하나입니다.
양윤정: 요즘 영변 핵시설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는데요,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장명화: 미국 내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가 영변 핵시설을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를 얼마 전에 내놓았는데요, 상당히 우려할만한 수준이어서 그렇습니다. 38 노스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산하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인데요, 최신 분석 자료를 보면 최근 재가동을 시작한 영변 5MW 원자로가 올해 초 냉각시스템 고장으로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했거나 낮은 전력 상태로 운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양윤정: 어떻게 그런 고급 정보를 얻었을까요?
장명화: 미국에 있는 상업위성업체 '디지털 글로브'의 기술력 덕분입니다. 이 업체의 위성이 지난 2월 9일 영변 원자로 지붕에 눈이 쌓여있는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38 노스의 핵 전문가인 닉 한센 연구원은 "가동 중인 원자로는 상당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같은 모습은 당시 영변 원자로가 가동을 멈췄거나 낮은 전력 상태로 운용됐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윤정: 영변 원자로의 가동이 멈춘 까닭이 뭡니까?
장명화: 38 노스는 지난해 7월 영변에서 발생한 집중 호우와 홍수를 주요 이유로 꼽았습니다. 한센 연구원은 "지난해 7월 영변 일대에 집중호우로 구룡강에 홍수가 발생하면서 핵시설 물탱크에는 모래가 가득 찼고, 핵시설에 물을 공급하는 구룡강의 지형도 대거 바뀌면서 강바닥에 매설된 냉각수 파이프가 부서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양윤정: 북한 당국이 그런 심각한 사태를 보고 마냥 손 놓고 있지는 않았을 텐데요.
장명화: 네. 맞습니다. 북한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핵시설 물탱크에 쌓인 모래를 치우고 냉각수로와 댐을 급하게 조성했습니다. 하지만 한센 연구원은 "새로 준설한 수로와 댐도 모래로 돼 있어 앞으로 또 홍수가 발생하면 다 쓸려나갈 수 있다"며 영변 핵시설 냉각시스템이 냉각수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지 않은 상태라고 우려했습니다.
양윤정: 만일 핵시설에 물을 공급하는 구룡강에 홍수가 발생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장명화: 한센 연구원은 홍수가 발생할 때 영변 핵시설이 제때 가동을 멈추지 못하거나, 냉각시스템 고장으로 작은 화재가 발생할 경우 영변 원자로의 밀폐력이 부족해 방사능이 누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민간단체인 자주국방네트워크의 신인균 대표가 한국의 케이블 방송사인 채널A에 나와 한 말, 잠시 들어보시죠.
(신인균) 냉각수가 부족하면 원자로가 열을 받게 되고 결국 터지게 됩니다. 여기서 나오는 낙진, 죽음의 재가 바람을 타고 멀리 퍼져 엄청난 인명을 살상할 수 있습니다.
양윤정: 38 노스의 분석은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와 한 회견에서 북한 핵시설의 안전성에 우려를 표명한 직후 제기돼 더 주목을 받은 거군요.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당시 박 대통령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죠.
(박근혜) 영변에 너무나 많은 핵시설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한 건물에서만 화재가 발생해도 체르노빌보다 더 큰 핵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도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말한 체르노빌은 흔히 체르노빌 참사로 불리는데요, 지난 1986년 4월에 당시 구소련 연방이던 우크라이나 내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난 폭발에 의한 방사능 누출 사고를 말합니다. 이 사고로 발전소에서 누출된 방사성 강하물이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 등에 떨어져 심각한 방사능 오염을 초래했었습니다. 무엇보다 사고 후 구 소련 정부의 대응 지연에 따라 피해가 광범위화되어 사상 최악의 원자력 사고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박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한센 연구원은 "영변 핵 시설은 규모가 작아 체르노빌 수준의 사고는 발생할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대신 주변 공기와 강물이 방사능 물질에 오염돼 북한 내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양윤정: 그래도 방사능 오염에 의한 피해는 적은 양은 적은 확률, 많은 양에는 많은 확률로 암과 각종 유전질환에 걸린다는 의학계의 이야기도 있는데요. 장명화: 사실 한센 연구원은 규모나 양보다도 북한 당국의 태도로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영변에서 방사능 누출이 발생할 경우 자국 내 사고를 은폐하려는 북한 때문에 주변 국가의 국민을 공황 상태에 빠뜨릴 수 있다는 거죠. 이런 이유로 38 노스 측은 영변에 방사능 누출이 일어나면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요구하는 주변국과 은폐하려는 북한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주변국들이 영변의 사고 위험에 대비한 방안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중국 정부가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로 철강 산업의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중국 국무원은 최근 2018년까지 철강 생산능력 중 8,000만 톤을 철거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중국 내 전체 생산능력의 약 8%에 해당하는 규모로 생산능력이 밀집된 허베이와 산동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이와 관련해 허베이성장 '장칭웨이'는 허베이의 철강 생산능력 중 올해 안으로 1,500만 톤, 2018년까지 약 7,000만 톤을 철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철강/시멘트 생산능력이 단 1톤이라도 증가한다면 허베이성장직을 사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환경규제에 대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 하버드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기부금을 보유한 대학입니다. 지난해 보유 기부금이 323억 달러로 2위 예일 대학교를 멀찌감치 제쳤습니다. 하버드는 이 돈을 기업들에 투자해 불립니다. 이런 하버드에서 2012년 '하버드 투자 철회'란 학생 조직이 생겨났습니다. 이들은 "몇 백 년간 지성과 봉사의 횃불이던 하버드가 눈앞의 이익을 미래의 생존과 맞바꿔선 안 된다"며 엑손모빌, BP 등 화석연료 생산. 거래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하버드는 200대 '화석연료 기업'들에 직접 투자만 3,260만 달러를 하고 있습니다. '하버드 투자 철회'는 교정에서 정기적으로 시위를 벌이며 주장을 알려 나갔습니다. 학교 이사회가 열릴 때마다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이사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설득 작업을 벌였습니다. 결국 드루 파우스트 하버드대학교 총장이 최근 손을 들었습니다. 학내 서한을 통해 미국 대학 최초로 유엔 책임투자원칙에 가입해, 하버드의 투자 결정에 친환경적 자문을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기후변화, 신재생에너지 연구 기금 2000만 달러를 조성해, 교내 관련 연구에 지원키로 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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