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반입해 외화 버는 나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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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알바니아에서 불거진 쓰레기 반입 논란과 북한의 사례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유럽에 있는 알바니아가 최근 국제적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무엇 때문이죠?

장명화: 알바니아가 얼마 전 이웃 국가들의 쓰레기 수입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알바니아 의회는 방사능 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쓰레기를 유럽 국가들에서 수입해 재활용하거나 폐기 처분하는 쓰레기 수입 법을 지난 2011년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야당은 "이미 국내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로 환경이 심각하게 오염됐다"며 강하게 반발했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이 법의 실시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청원운동을 벌였고, 6만4,000명이 서명에 참여해 이번에 성사됐습니다.

양윤정: 국민투표는 언제 치러집니까?

장명화: 오는 12월22일에 치러집니다. 이번 국민투표는 지난 1912년 알바니아가 오스만투르크에서 독립한 이후 처음 실시되는 것입니다.

양윤정: 알바니아 정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장명화: 알바니아 정부는 쓰레기 재활용 산업으로 외국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이미 3천여 개의 일자리가 생겼다고 말합니다. 알바니아는 지난 2004년에 이탈리아와 하루에 1200톤의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소각장을 건설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알바니아 정부는 최근 6곳의 재활용 공장을 새로 지었다고 밝혔는데요, 모두 이탈리아에서 반입된 쓰레기를 처리하는 시설입니다. 다른 나라들의 쓰레기까지 반입하려면 쓰레기 매립지가 더 필요합니다. 알바니아 정부는 쓰레기 재활용 산업을 육성해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선전합니다.

양윤정: 실제로 알바니아 쓰레기 처리현황은 어떤데요?

장명화: 여러 자료를 보면, 알바니아는 국내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탈리아의 조직 범죄단은 최근 쓰레기 거래에 뛰어들어 알바니아 정부 몰래 쓰레기를 들여오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셈입니다.

양윤정: 그렇군요. 알바니아는 구 공산권 국가로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인데요, 지난 2009년 4월에 공식적으로 유럽연합 가입을 신청하지 않았습니까?

장명화: 네. 하지만 환경보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유럽연합의 가입 준비 자격을 아직까지 얻지 못했습니다.

양윤정: 알바니아의 쓰레기 반입 사례를 보니, 지난 1948년에 일찌감치 알바니아와 수교한 북한의 사례가 궁금해지네요. 북한도 유사한 사례가 있습니까?

장명화: 네. 알바니아나 북한이나 당장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외국의 쓰레기를 수입하려는 태도는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대만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폐기물을 북한에 파묻으려던 일입니다. 대만전력공사는 지난 1997년 북한 당국과 6만 배럴 규모의 핵 폐기물을 황해북도 평산에 있는 석탄 폐광으로 옮겨 처리하는 계약을 체결했거든요. 하지만, 이 사업은 한국, 중국, 미국 등 주변국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됐습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폐기물 처리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채 방사성 폐기물처리장을 건설하면 방사능 오염이 확산될 우려가 있을뿐더러, 북한이 더 많은 이익을 남기려 폐기물처리장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을 경우 통일 이후에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당시 한국의 환경단체들이 대만 대표부 앞에서 대만 국기를 태우는 등 격렬하게 항의하자 대만 극우단체가 한국대표부 앞에서 맞불시위를 하는 등 양국은 단교 이후 최대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은 대만이 1999년에 자국에 처리장을 건설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습니다.

양윤정: 대만과 북한의 핵폐기물 거래는 불발이 돼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북한이 이미 수입한 쓰레기가 혹시 있습니까?

장명화: 안타깝게도 있습니다. 독일이 이미 북한에다 핵폐기물을 수출해 온 사실이 지난 1997년에 뒤늦게 알려졌는데요, 이 같은 사실은 베를린 자유대학 정치학과의 서병문 교수가 전 북한주재 동독대사의 귀띔을 받고 환경오염 가능성이 있는 물품 반입의 통과증을 발급하고 있는 독일 환경청을 통해 추적한 결과 밝혀졌습니다. 서 교수는 당시 독일의 개인회사 선박들이 함부르크와 네덜란드의 로테르담항구를 거쳐 북한에 내다버린 핵 쓰레기들이 이미 수십만 톤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핵폐기물을 톤당 8백 마르크, 미화로 540달러의 돈을 받았습니다.

양윤정: 그런 충격적인 주장에 대해 독일 당국은 어떤 입장을 보였습니까?

장명화: 독일 연방환경청은 1995년부터 1997년까지 모두 4만7천 톤의 재활용 쓰레기를 북한에 수출했다고 시인했습니다. 당시 연방환경청은 "1995년부터 모두 4만7천 톤의 재활용 쓰레기를 북한으로 반출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핵폐기물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연방환경청은 그러나 앞으로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북한으로 수출될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