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붕괴 위기에 처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장명화 기자, 우선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탄소배출권 거래제'란 국제환경협약인 교토의정서에 명시된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도입됐는데요, 한마디로 국가 또는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 권리를 사고 팔 수 있는 제도입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관련된 당사국은 1990년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2008년에서 2012년까지 평균 5%를 감축해야 합니다. 이를 이행하지 못한 국가나 기업은 탄소배출권을 외부에서 구입해야 하며 주식, 채권처럼 거래소나 장외에서 매매가 가능합니다. 국가나 기업은 할당된 탄소배출 허용량을 초과할 경우,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고 탄소배출량을 감축하여 허용량이 남으면 그 만큼을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이나 환경적으로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윤정: 현재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많습니까?
장명화: 전 세계 32개국 정도입니다. 일본, 미국은 국가차원이 아닌 주 또는 지역 단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지난 2005년 세계 최초로 탄소거래소를 설립해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입니다.
양윤정: 북한은요?
장명화: 북한은 지난 2011년부터 탄소배출권을 얻기 위한 절차를 밟아 왔는데요, 작년 말에 유엔에서 최종 승인이 났습니다. 탄소배출권을 승인받은 시설물은 모두 6곳으로 예성강 수력발전소 3, 4, 5호, 함흥 1호 수력발전소, 금야발전소, 백두산 선군청년 2호 발전소입니다. 수력발전으로 인한 탄소배출량 감소를 인정받은 거죠. 북한은 이로써 연간 20만 톤의 탄소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습니다.
양윤정: 탄소배출권 가격은 1톤당 얼마 정도합니까?
장명화: 최고 톤당 30유로, 미국 돈으로 약 40달러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톤당 3유로, 미국 돈으로 4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양윤정: 가격 폭락의 원인이 뭡니까?
장명화: 유럽의 경제위기가 주요 원인입니다. 경제위기가 계속되다보니 공장이 덜 돌게 됐거든요. 그 결과, 온실가스 발생 자체가 줄었고, 탄소배출권의 공급만 크게 늘어 수요를 압도하다보니 배출권 거래시장이 고사지경에 이르게 된 겁니다. 유럽 국가들이 사전에 이미 배출권을 많이 할당해 놓은 것도 문제입니다. 이에 따라, 탄소배출권 가격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양윤정: 환경보호에 기치를 둔 유럽연합이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되살리려고 애를 쓰겠군요.
장명화: 맞습니다. 실제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는 지난해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개혁해 탄소배출권 시장을 인위적으로라도 정상화하려는 개혁안을 준비했습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개혁안에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30%로 높이고, 2013~2020년까지 기업에 새로 배정토록 돼 있는 배출 허용량을 없애고, 회원국별로 배정되는 허용량 상한선을 매년 조금씩 낮추는 방안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개혁안은 최근 유럽의회에서 부결됐습니다.
양윤정: 유럽의회 표결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장명화: 부결된 소식이 전해진 날에는 탄소배출권 시장이 폭락세를 나타내 사상 최저 가격을 경신했습니다. 한 시장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시장이 사실상 빈사 상태에 빠졌다. 당국의 명확한 개입 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하다"고까지 말했습니다. 환경운동 단체들 역시 유럽연합 기후변화 대책의 신뢰성이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크게 우려했습니다. 반면, 탄소배출권 구매 가격 상승 우려를 던 기업들은 유럽의회 표결 결과를 환영했습니다.
양윤정: 유럽의회가 배출권의 시장 붕괴를 이대로 방치할까요?
장명화: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의회는 최근 표결과는 별도로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개혁 방안을 관련 상임위원회로 반송해, 논의를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유럽연합 전문매체들은 유럽의회가 장기 감축 목표치를 상향 조정해 배출권 수요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양윤정: 경제적으로 당장 살기 어려운 지금은 환경에 관한 정책적 재고가 필요하겠네요.
장명화; 사실, 이번 일을 계기로 유럽의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예컨대,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즈는 유럽은 어떤 면에서 스스로의 성공에 희생양이 된 셈이라고 평했습니다. 유럽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능가하는 미래 연료 개발에 있어 눈에 띄는 발전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 문제가 초래됐습니다. 대부분의 청정 전력원은 비싸기 때문에 석탄, 천연가스 등과 경쟁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보조금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결국 청정 전력을 더 많이 생산할수록 더 많이 비용이 들게 됩니다. 일례로 영국은 법을 통해 전기요금을 올려 신재생에너지 투자 자금을 만들고 있어 서민 부담이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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