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헐벗은 산림을 치유할 통일양묘장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일명 '통일양묘장'이 강원도에 조만간 들어선다고 해서 주목을 받고 있죠?
장명화: 네. 강원도 철원군과 아시아녹화기구는 최근 '통일양묘장 조성사업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참고로, 양묘장은 식물의 씨앗이나 모종, 묘목 따위를 심어서 기르는 곳을 말합니다. 아시아녹화기구는 국제기구와 기업, 시민사회의 동반자 관계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푸른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2014년 설립된 비정부기구입니다.
양윤정: 협약의 주요 내용을 전해주시죠.
장명화: 네. 이번 협약식에서 양 기관은 통일에 대비해 통일양묘장 조성과 운영, 종자관리 등에 필요한 행정·기술적 협력, 묘목식재, 관리 등 조림사업과 기술지원, 황폐산림 복구를 위한 사방사업 기술지도, 군민 참여를 위한 우량 양묘 공급과 농가 소득원 보급지원 등 4개 항목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양윤정: 양묘장을 강원도의 철원으로 선택한 이유가 딱히 있습니까?
장명화: 네. 철원은 남한에서 북한 기후대와 가장 유사한 지역 중 하나입니다. 접경지역의 특수성과 지리적 이점 등을 고려할 때 통일이 되면 북한에 심을 묘목을 생산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철원군은 철원군산림조합과 함께 양묘장 터를 선정한 뒤 사업비 12억원, 미화로 약 106만 달러를 들여 양묘시설하우스를 설치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묘목 생산에 나설 참입니다.
양윤정: 이번 협약을 맺으면서 양측이 밝힌 희망사항은 뭡니까?
장명화: 이현종 철원군수는 "철원에 통일양묘장이 생기고 농가에도 육묘 기술이 보급되면 벼농사를 대체할 새로운 농가소득 작목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고건 아시아녹화기구 운영위원장은 "과거 남한은 30억그루로 산림녹화에 성공한 적이 있다. 북한은 앞으로 65억그루를 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남한의 두 배 정도의 묘목이 필요한 상황이다. 통일양묘장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한반도 산림녹화의 성공모델을 만들어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습니다.
양윤정: 북한의 산림 실태는 어떻길래 그렇게 많은 나무를 심어야 합니까?
장명화: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북한의 임야는 2011년 553만 헥타르에 달했으나 김정은 집권 첫해인 2012년 541만 헥타르, 2013년 528만 헥타르, 2014년 515만 헥타르, 2015년 503만 헥타르 등으로 추산됩니다. 이 같은 북한의 임야 면적 변화 추이를 보면 해마다 평양시 면적과 비슷한 12만7천 헥타르의 산림이 사라지는 셈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식량농업기구는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25년 동안 북한 산림의 약 40%가 사라졌다며 뙈기밭 개간이나 벌목, 토양 침식이 산림 황폐화의 주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전문가인 김광인 씨가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힌 말, 잠시 들어보시죠.
(김광인) 나무를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나무를 잘 관리해서 키우는 게 중요한데요, 북한에서는 땔감이 없기 때문에 나무를 심자마자 1년도 못 가서 땔감으로 사라집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우리 속담에 있듯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됩니다. 당연히 산에 나무가 살아남을 수가 없죠.
양윤정: 북한은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산림복구 전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습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에 산림자원이 크게 훼손됐다며 전 주민이 산림복구작업에 나설 것을 지시한 바 있습니다. 또 산림녹화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임업성 부상과 최영건 내각 부총리까지 숙청했고, 최근 북한의 최고 대학 김일성종합대학에 산림과학대학까지 신설할 정도로 산림복구 작업을 다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림복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사업장을 고발하는 북한 매체의 보도가 끊이지 않는 등 주민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조선중앙TV가 전한 관련 보도, 잠시 들어보시죠.
(조선중앙TV) 보는 것처럼 거의 절반이나 되는 양묘장 면적에 나무 모가 없습니다. 산림복구전투를 순수 실무적인 문제로 대응하는 그릇된 사상 관점을 털어버리고.
양윤정: 지금까지 남한이 북한에 산림과 관련해 직접지원을 한 사례가 있습니까?
장명화: 물론입니다. 남측은 민간단체들을 중심으로 나무심기는 물론 묘목을 기르고 병충해를 방지하는 기술을 북한에 전수해왔습니다. '겨레의 숲'은 2005년 북한에 이미 양묘장을 만들어주었습니다. 2009년에는 평양시 용악산 일대 100헥타르에 잣나무와 상수리나무 묘목 30만 그루를 심었습니다. '평화의 숲'도 2007년 고성군 일대 금강산 65헥타르에 소나무와 낙엽송 묘목 25만 그루를 심었습니다. 금강산 양묘장에서 생산한 묘목을 심었습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2009년 이후 산림복구지원 사업은 중단된 상태입니다. 그러던 중, 2014년 정부차원에서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사회 기반 시설 구축'의 핵심 사업으로 북한에 산림녹화 협력을 제시했습니다. 민간 차원에서도 북한의 산림복구지원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북한과 실무접촉을 갖기도 했으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간단체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의 이운식 사무처장이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힌 말, 잠시 들어보시죠.
(이운식) 2006년부터 북한에서 산림녹화 사업을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2010년 5.24조치 이후 중단됐죠. 그 동안 산림복구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요. 역시 남북관계가 계속 어렵다 보니까 현재는 진행을 못 시키고 있습니다. 다만 산림병해충 방제 사업이라든가 양묘장 지원사업 등은 상황이 나아지면 재개할 계획입니다.
양윤정: 남북한 생태계는 백두대간으로 연결되지 않았습니까? 북한의 산림 황폐화가 지속되면 자칫 한반도의 생태계가 단절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때문에 산림녹화는 한반도의 생태계를 하나로 이어주는 중요한 사업입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통일 전에 북한의 황폐화된 산림을 복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합니다.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평양시 면적 크기의 산림이 사라지고 있는 만큼, 산림복구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복구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한반도의 산림녹화는 정치적인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우선 민간차원에서라도 북한의 산림복구 지원에 다시 나서야 할 때라는 설명입니다.
양윤정: 국제사회의 대북 산림 지원 현황은 어떻습니까?
장명화: 국제사회에서는 올해 식량농업기구를 통해 북한 산림 복구와 식량난 개선 사업에 55만 달러가 지원됩니다. 시범사업은 평안북도 운전군 포속리, 평안남도 순천시 원상리와 황해북도 린산군 봉화리가 선정됐습니다. 이를 위해, 식량농업기구 산림위원회는 지난 2015년 국제 산림 전문가가 북한을 방문해 산림 복구 산업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현지 당국자들과 논의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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