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미국의 민간연구소인 CSIS에서 최근 공개한 '한반도 통일을 위한 접근'이라는 제목의 보고서 가운데 환경 부분을 두 차례에 걸쳐 전해드립니다.
("더 늦기 전에")
생각해보면 힘들었던 지난 세월 앞만을 보며 숨차게 달려 여기에 왔지 가야할 길이 아직도 남아 있지만 이제 여기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네 어린 시절에 뛰놀던 정든 냇물은 회색거품을 가득 실고서 흘러가고 공장 굴뚝에 자욱한 연기 속에서 내일의 꿈이 흐린 하늘로 흩어지네 하늘 끝까지 뻗은 회색빌딩숲 이것이 우리가 원한 천국인가...
환경 보호를 위해 한국의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모여 만든 노래, '더 늦기 전에'입니다.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사회의 급격한 발전과 개발로 자연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되고 오염. 훼손되어 가는 현실을 우려하면서, '더 늦기 전에' 자연을 지키고 가꾸며 환경을 개선하자는 내용이죠.
그런데 '더 늦기 전에' 진짜 우려해야 할 것은 한반도의 북쪽이라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즉 CSIS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과 유사한 공산주의, 권위주의 정권에서의 몰락 과정이 주는 여러 시사점을 찾아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환경오염입니다.
보고서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환경오염과 파괴상황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동유럽의 사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의 환경 편을 맡은 숙명여자대학교 변진석 교수의 말입니다.
변진석
: 1980년대 후반에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들이 붕괴됐을 때, 서방세계에서 가장 크게 충격을 받았던 게 환경오염에 관한 점들이었습니다.
실제로 막상 냉전이 끝났을 때, 동유럽 산림의 3분의 일은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황폐돼 있었습니다. 또 동유럽 국가를 접한 발트 해와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있는 바다인 흑해는 산업폐기물, 하수 오물, 기름 등으로 오염됐습니다. 광활한 농지는 산업단지에서 뿜어 나온 발암성, 중금속 물질로 더러워진지 오래였습니다. 폴란드를 포함한 동유럽 국가의 대부분 하천 수질은 마시기는커녕 산업용수로도 쓰기에 부적합했습니다. 루마니아, 불가리아, 체코, 슬로바키아, 유고슬라비아를 거쳐 흘러가는 다뉴브 강은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 이르면 오염도가 너무 높아 수영이 금지될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과거 공산정권 아래 있던 동유럽 국가에서 현저하게 나타나는 환경오염과 파괴의 원인은 바로 그 체제에 구조적으로 내재돼 있다는 게 보고서의 판단입니다.
변진석
: 정부 구조를 비롯해 사회 전체가 폐쇄적입니다. 민간인이나 시민사회에서 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피드백이나 input을 넣을 통로가 일단 차단돼 있다는 점이 굉장히 큽니다. 게다가 경제 체제가 명령형 경제에서 중앙에서 이러이러하게 생산하고, 이러이러하게 소비해라 하면, 그걸 그대로 따르는 것, 또 이데올로기적으로도 공산주의를 건설하기 위해서 과거 70년대에는 공산혁명을 통해서 공산주의를 건설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에 대한 도전세력을 전혀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일을 허용하지 않았던 성격들이 있습니다. 그 결과, 20세기 초반에 환경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을 때, 선진국이나 후발 산업국가가 관심을 갖고, 국가적인 어젠다로 채택해서 해결할 수 있었는데 반해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속으로 곯아 터져도 아무도 거기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점이 가장 중요한 원인입니다.
여기서 '피드백'은 평가를 하고 나서 그 결과를 알려주는 것을 뜻하고, '인풋'은 의견을 뜻합니다. 또 '어젠다'란 의제를 말합니다.
변 교수가 지적한 바처럼 구조적인 이유로 동유럽의 중앙계획관들은 자신들의 5개년 계획의 대가로 치러야 하는 생태적 희생을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었고, 그들의 거대한 용광로와 제련소가 파괴한 멀리 떨어진 논밭과 마을주민의 항의에 굴복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동독 정부는 자국의 화학 산업이 방출하는 치명적인 오염실태와 그것을 줄일 방법에 대해 정기적으로 통고 받았음에도 동베를린의 공산당 관리들은 수치를 비밀에 붙였을 따름이었습니다.
변 교수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환경오염이 동유럽 국가들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자국이 '환경손상과 공해를 모르는 인민의 지상낙원'이라고 선전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는 겁니다. 노래 제목처럼 '더 늦기 전에' 북한의 환경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 지, 남한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다음 시간에 전해드립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소식입니다.
-- 라오스가 경제개발을 위한 수익원의 창출을 위해 메콩 강 하류에 수력발전댐 건설을 추진하면서 환경파괴와 생태계 교란 등의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라오스는 자국 북부 지역에 있는 메콩 강 하류에 38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해, 약 1천 300메가와트 규모의 사야부리댐을 건설해 이 댐에서 나오는 수익을 경제개발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라오스와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 메콩 강 위원회 4개국은 최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회의를 열고 라오스 댐건설 문제를 논의했으나 환경파괴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태국 등은 사야부리댐이 건설되면 어류 이동이 어려워지고 열대 어종의 서식지가 파괴되는 등 환경파괴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충분한 환경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댐 건설 계획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중국이 급격한 도시화와 경제성장으로 물 부족, 환경오염, 교통난 등의 심각한 도시병을 앓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중국환경단체인 '자연의 친구'는 최신 보고서에서 "도시병은 인민의 삶의 질과 행복감을 크게 낮춘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이 단체의 리보 총간사는 "앞으로 30∼40년 내에 중국의 도시화 율은 9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이에 맞춰 도시병 해소를 위한 포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리보 총간사는 이어 "중국에서 도시들이 에너지의 주요 소비자들로 부상하게 될 것이고 그만큼 오염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그와 관련한 대책들이 나와야 한다"면서 "정부는 저탄소 경제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