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손전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영향을 들여다봅니다.
평양을 다녀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평양 거리에 나가보면 당 간부들은 물론 일반 시민까지 손전화를 가지고 다니는 것을 자주 봤다고 말합니다. 최근 평양 시민 사이에는 '손전화가 없는 건 개하고 나밖에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손전화가 유행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홍콩의 주간지 아주주간 최신호는 평양에 사는 20~50세 시민 가운데 60%가 손전화를 사용하는 등 북한 사회가 손전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손전화 가입자 수는 이미 2012년 2월에 100만 명을 돌파했으니 과언은 아닙니다.
한국 역시 이제는 손전화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가 불가능합니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 찻집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지하철로 집에 가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 모두 손전화만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서울에 사는 김진한 씨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김진한)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시간이 나기도 하고, 무료하기도 해서, 제가 전화를 하기도 하고, 마침 전화가 오기도 합니다. 자주 하는 편입니다.
이렇게 남북한에서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손전화에서 나오는 전자파의 유해성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이 최근 한국에 있는 손전화를 대상으로 조사해봤더니, 달리는 지하철이나 차량 안, 그리고 엘리베이터 같은 밀폐된 장소에서는 되도록 손전화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차가 멈춰있거나 개방된 장소에서 통화할 때보다 전자파 세기가 평균 7배나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2011년 이후 발매된 한국 기업 삼성, LG, 팬텍 등 3개사의 손전화 7개 제품에 대해 '사용 환경에 따른 전자파 발생 현황'을 조사한 결과, 엘리베이터 내에서 통화할 경우 전자파 강도가 0.15~5.01 V/m(볼트퍼미터)로 측정돼, 개방된 공간보다 평균 7.5배 증가한 것으로 측정됐습니다. 볼트퍼미터는 플러스, 마이너스 양 전극이 1m 떨어져있을 때 형성되는 전기장의 세기를 의미합니다.
시속 50~70㎞ 속도로 달리는 지하철에서 통화할 때는 정차 상태보다 전자파 강도가 평균 5.3배, 최대 7.3배 커졌습니다. 특히 신호음이 울리는 '통화 연결 중' 상태가 '통화 중'이나 '대기 중' 상태보다 전자파 강도가 더 증가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이우석 과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말, 잠시 들어보시죠.
(이우석) 통화할 때 가장 가까운 기지국을 수시로 검색에 들어가게 돼있습니다. 기기 출력이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색도 냄새도 없는 손전화의 전자파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몸에 해롭기 때문입니다. 유엔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지난 2011년 손전화를 비롯한 무선통신기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발암 유발 가능물질'로 분류한 바 있습니다. 당시 국제암연구소는 "매일 30분씩 10년 이상 손전화를 사용하면 뇌종양이나 청신경증, 즉 청각신경에서 종양이 자라 청각 손실 등을 일으키는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40%가량 높을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손전화 전자파의 '안전기준'은 없지만, 전자파 강도가 증가할수록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그만큼 더 커진다고 말합니다.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손전화 전자파 노출을 피하려면 사용 시간을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특히 어린이는 성인보다 전자파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장시간 사용은 금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세계보건기구는 손전화 뇌종양 위험성을 지적하기 전에 이미 전자파를 줄이기 위한 사용법을 권장하는 '손전화 지침서'를 제정한 바 있습니다. 지침서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가능하면 긴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손전화를 사용하지 말 것 ▲손전화는 가능하면 몸 가까이 두지 말 것 ▲장시간 통화할 때는 유선전화를 이용할 것 ▲전자파 방출이 적은 손전화를 골라 사용할 것 ▲웬만하면 문자통신을 활용할 것 등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한국 내 한양대학교병원 산업의학과 김윤신 교수는 "외출 시에는 옷 주머니보다 가방 안에 넣어 다니고, 잠잘 때도 멀리 놓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아주대학교 이비인후과의 김현준 교수가 MBC 방송에 전한 말입니다.
(김현준) 통화 버튼을 누르고 나서 통화되기 전까지가 가장 전자파의 세기가 세기 때문에, 가능하면 손전화와 얼굴의 거리를 멀게 하고....
매일 손전화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 손전화의 전자파를 막을 뾰족한 대책은 없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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