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미국의 민간연구소인 CSIS가 최근 공개한 '한반도 통일을 위한 접근'이라는 제목의 보고서 가운데 환경 부분을 들여다보는 두 번째 시간입니다.
북한의 환경 실태에 관해 외부사회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그리고 통일 이후 환경개선의 우선순위와 경로는 어떠할 것인가? 남북통일에 대한 장기 과제를 연구하기 위해 북한과 유사한 공산주의, 권위주의 정권에서의 몰락 과정이 주는 시사점을 살펴본 전략문제연구소, CSIS의 보고서 환경 편은 이 두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대기오염, 수질오염, 산림파괴로 대표되는 북한의 환경 문제 가운데, 수질오염에 특히 주목했습니다. 주요 수역의 수질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강이란 강은 심각한 수질 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평양의 젖줄인 대동강에는 오수와 분뇨 등 절반 정도가 정화되지 않은 채 그대로 유입되는가 하면, 물고기가 죽어 떠오르는 광경이 수시로 목격됩니다. 성천강은 함흥의 염료공장, 가죽공장의 폐수와 가정의 생활하수가 유입돼, 회복 불능의 강으로 전락한지 오랩니다. 압록강은 혜산, 중강, 만포, 신의주, 중국의 장백, 남강, 단동 시 등의 산업폐수와 생활오수가 유입돼, 그 수질이 식수로 사용하기 곤란한 하천 3급수 이하로 악화됐음이 판명됐습니다.
남북통일 과정에서 이런 북한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무엇을 우선해야하는가라는 질문에 보고서의 환경 편을 쓴 숙명여자대학교의 변진석 교수는 이렇게 답합니다.
변진석
: 처음에 제일 중요한 게 planning 단계입니다. 즉 계획을 세우는 단계인데, 계획 단계에서 환경이 제외되면, 그 다음에 환경이 아무리 아우성을 쳐도 적정한 관심과 예산을 받을 길이 없습니다. 처음에 국방 계획을 세울 때나, 경제재건 계획을 세울 때 환경이라는 요소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핵심 가치 중의 하나로 집어넣어서, 처음에 정책목표를 설정하거나 그걸 달성하기 위한 접근법을 만들거나 할 때 마다 환경을 항상 고려해 넣어야합니다. 그러니까 디폴트로 환경을 넣으라는 거죠. 그렇게 해야 환경이라는 요소, 문제가 포괄적으로 다뤄질 수 있을 것이고, 다른 정책 목표와 서로 상충하거나 서로 다른 정책 목표를 희생시키거나 하는 방법으로 환경문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변 교수가 언급한 '디폴트'란 어떤 값이 미리 정해져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특별히 그 값을 변경하지 않는 이상 미리 정해져 있는 값이 기본 값으로 사용되는 것을 말합니다.
변 교수가 굳이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과거 서독이 통합하는 과정에서 동독의 환경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취한 여러 조치의 한계점 때문입니다. 서독 정부는 당장 급한 물, 공기, 토양 등의 오염 문제를 해결하는데 온 힘을 쏟았습니다. 통일 후 10년간 이런 임시적 사업에 쓴 돈만 무려 2000억 마르크화, 미화로 약 1520억 달러 가량입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낮은 도시화 정도, 에너지를 절약하는 공공교통체제 등 동독의 환경적 장점이 급속하게 사라지고 말았다는 지적입니다.
변진석
: 동독을 통일하면서 서독이 했던 여러 가지 정책 가운데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급하니까, 준비 없이 당한 통일이니까 쉽게 생각하고, 우선 서독과 똑같은, 모든 것을 서독 수준으로 끌어올려야겠다고 접근한 게 바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런 점은 정책을 계획하고 집중하는 과정에서 약간 여유를 갖고 생각을 하면 피해갈 수 있는 일입니다. 지금 북한의 쓰레기 발생정도가 낮아 적은 자원을 들여서 개선할 수 있는 그런 정책적인 분야가 있다든지, 이런 것을 우리가 잘 고려해서 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북한의 환경오염 여부를 진단하고, 오염원을 제거하는 방안보다는, 무에서 시작한다는 전제아래 북한을 생태학적으로 재건할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게 변교수의 판단입니다.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북한의 환경 재건을 위한 장기적 고민과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라는 설명입니다.
변진석
: 우리가 노력하기에 따라서는 앞으로 많이 건설할 것이고, 많이 바꿀 것이고, 그럴 가능성이 열려있는 땅이고 환경이기 때문에, 우리가 잘 계획을 세워서 아주 근사한 우리 국토의 나머지 반을 지금의 남한보다 훨씬 근사한 멋진, 소풍가고 싶고, 살고 싶고, 우리가 쉽게 생각할 때 북유럽의 아주 깨끗한 전원도시를 생각했을 때 갖게 되는 환상 같은 것 비슷하게, 그런 비전을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북한을 '아, 근사하게 만들겠다!'하면 한국 사람도 조금 어려운 것을 참을 용의가 있고, 세금을 올리더라도, '야, 우리가 10년 세금을 내면 나중에 근사한 땅을 갖게 되고, 여행을 갈 수 있고, 휴가도 갈 수 있고, 심지어 거기에 살 수 도 있다" 이런 희망을 갖게 하는 비전을 심어주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소식입니다.
-- 수입 상품 속에 숨어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공식 집계에는 포함되지 않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환경단체인 국제기후환경연구센터는 각국이 발표하는 공식 통계에는 ‘내재적 배출가스’, 즉 수입 상품 제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포함되지 않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이의 공개를 의무화해야 할 것이라고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실린 연구보고서에서 주장했습니다. 연구진은 “선진국이 내세우는 이산화탄소 절감 성과에는 이런 착각이 숨어 있다. 이들 국가가 과거 국내에서 생산하던 상품을 외국에서 수입하기만 한다면 실제 배출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연구진은 "이제는 모든 국가가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이든 교역을 통해 외국에서 들여오는 것이든 온실가스 배출량을 빠짐없이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토양에서도 플루토늄과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발견됐지만, 과거 측정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영향은 없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최근 12개 지방방사능측정소에서 채취한 토양 시료의 방사능을 조사한 결과, 군산·제주·안동·수원 등지에서 방사성 세슘과 플루토늄이 검출됐다고 밝혔습니다. 농도는 세슘이 1kg당 1.45~16.0 베크렐(Bq), 플루토늄이 1kg 당 0.0316~0.477베크렐 범위였습니다. ‘베크렐’은 방사능 강도와 양을 나타내는 단위로, 1초당 원자 한 개가 붕괴하면 1베크렐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