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잇따른 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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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산불을 들여다봅니다.

(북한 방송) 산불 감시와 통보, 군중 동원 체계를 비롯한 산불 막이 대책을 정연하게 세워 놓아야 한다.

북한 당국이 최근 들어 부쩍 조선중앙TV에서 산불 피해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에는 해마다 대형 산불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1월에는 황해도 장산곶 일대 5군데에서 불이 났습니다. 군은 물론 지역 주민까지 동원돼 화재진압에 나섰는데요, 5곳 중 2곳은 며칠째 불길이 잡히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한 달 전인 10월 중순에는 백두산 인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화재진압을 위해 주민 6만 명이 동원될 정도로 규모가 컸습니다. 또 백두산 지구 사적지 대부분이 불에 타면서 비상이 걸린 북한 당국은 중앙당 간부까지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해 파견했습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 3월, DMZ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난 불은 남한으로까지 번져 소방헬기까지 투입해야 했습니다. 당시 북한 초소에서 시작돼 비무장지대로 남하한 불은 사흘째인 3월 25일까지 계속됐습니다. 건조한 날씨와 강풍 탓에 불씨가 자꾸 되살아나면서 진화에 어려움이 컸습니다.

당시 불로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일대에 매설된 지뢰가 폭발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주민의 증언도 나왔습니다. 파주소방서 관계자가 한국의 채널A방송에 전하는 말입니다.

(파주소방서 관계자) 그쪽은 원래 지뢰가 관측됐다고 판단하는 지역이고요. 그 부근은 헬기로 진화를 하니까요.

3월의 불은 비무장지대의 임야 100만 제곱미터를 태우고 공동경비구역 대대 인근까지 번져가는 등, 커졌다 사그라지기를 반복했습니다. 특히 만 48시간이 지난 25일 오후 큰 불이 잡히기 전까지 마을 주민들은 불안에 떨었습니다.

(파주시 주민) 다시 불길이 살아나서 이 앞에서 보일 정도로 그랬어요. 눈도 맵고 속도 메스꺼울 정도였어요.

최근엔 산불로 인한 연기가 위성사진으로도 포착됐습니다. 특히 북한 동부지역에서 큰 산불이 잇따라 발생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의 지구관측위성 '테라'가 4월 27일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북한 동부지역에서 대규모 산불이 잇따라 관측됐는데요, 산불 규모가 커서 연기가 동해 쪽으로 흘러갔습니다.

함경남도에선 10여 군데에서 산불이 관측됐습니다. 리원·흥원·단천 등지에서 발생한 산불의 규모가 가장 컸습니다. 함경북도 무산군과 화성군에서도 산불이 포착됐습니다. 강원도에서도 통천군을 비롯해 10군데 가량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산불의 원인은 주로 불을 질러 밭을 일구는 화전으로 추정됩니다. 미국 항공우주국은 "경작지가 있는 강줄기 인근의 고원지대에서 발생한 산불이 많다"며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4월이면 북한에서 산불이 무섭게 번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눈이 녹은 뒤 농부들이 농사철에 대비하기 위해 불을 냈다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큰 불이 되는 경우가 있다"며 "북한이 지난해 여름 심각한 가뭄을 겪은 뒤 겨울에도 강우량이 적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충청북도 청주의 고려대기환경연구소 역시 이번 산불 발생 원인에 대해서, "최근 북한 지역에 마른번개가 발생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농사준비 과정에서 일어난 부주의로 인한 실화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습니다.

이 같은 행태는 북한 당국이 사실상 금지하고 있지만 막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불법소각 산불 검거율 역시 낮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입니다.

(탈북자) 사실 북쪽은 어떤 일을 저질러도 100의 하나나 잡힐까? 산불도 같아요. 또 어떤 산불을 껐느냐가 중요하죠. 저희가 살 때 강산 뒷산에 불이 나서 산림 보호원이 끄다 죽었는데... 그런데, 그러고 마는 겁니다.

북한에 소방헬기 등 진화 장비가 부족한 점도 일단 불이 나면 크게 번지는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산불진화에 있어 헬기의 비중이 80%, 인력·소방장비 진화가 20%를 차지할 정도로 소방헬기의 역할은 절대적입니다. 특히 산지가 많은 한반도 지형의 특성상, 산불진화에 있어서는 헬기가 유리하다는 설명입니다.

현재 한국 산림청이 보유한 산불진화 헬기는 모두 45대이며, 전국 11곳 기관별로 적게는 3대에서 많게는 5대까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민안전처는 10개기종 26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각 지방자치체 별로 보유하고 있는 헬기는 약 50여대입니다.

문제는 북한에서 발생한 산불이 남한으로 확산되는 경우인데요, 특히 비무장지대에는 불이 나더라도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소방을 위해 헬기를 띄울 수 있습니다. 헬기를 동원하더라도 군사분계선 남쪽에서만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남측은 불이 남방 한계선까지 접근하길 기다려 진화하거나, 아니면 진화를 포기하고 자연적으로 꺼지길 기다리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남북 접경 지역에서 발생하는 산불은 하루 만에 진화되는 경우가 드뭅니다.

물론 예외적인 사례도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5년 봄 강원도 고성지역 비무장지대 내에서 발생한 산불이 설악산지역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한 남측이 유엔사를 통해 헬기 진입을 요청하자, 헬기 진입을 허용하는 전화통지문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남측의 인력과 장비 접근이 불가능해 '강 건너 불구경'할 수 밖에 없었던 비무장지대 지역에 소방헬기를 투입해 산불을 조기에 진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 같은 사례가 남북 간 산불방지를 위한 협력 조치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강승규 고려대학교 교수의 말입니다.

(강승규) 비무장지대는 우리가 보존할 가치도 있고요, 또 민통선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생명도 중요하기 때문에 남북 간 실질적인 협력 조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