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열린 ‘바다 식목일’

지난달 5일 제주해양경찰청 특공대원들이 바다 식목 행사의 하나로 서귀포시 앞바다에 감태를 심고 있다.
지난달 5일 제주해양경찰청 특공대원들이 바다 식목 행사의 하나로 서귀포시 앞바다에 감태를 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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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한국에서 열린 '바다 식목일'을 들여다봅니다.

(제주도 해녀) 해산물이 잘 안 나고 채취하는데 지장이 많습니다.

한반도 남서쪽에 있는 제주도에서 최근 열린 바다 속 나무심기 행사에서 한 해녀가 밝힌 말입니다. 바다 속을 들여다봤더니, 해조류가 제대로 줄기를 내리지 못한 채 듬성듬성 올라와 있고, 바닥은 온통 하얗게 변했다는 겁니다.

바로 '바다의 사막화'로 불리는 '갯녹음' 현상입니다. 갯녹음 현상은 연안의 수온이 상승하고, 환경이 오염되고, 해조류를 먹는 동물의 증가 등 여러 원인으로 해조류가 없어지고 마치 시멘트를 발라놓은 것처럼 하얗고 딱딱하게 굳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지난 1992년 제주도 남쪽 바다에서 처음 발견된 갯녹음은 20여년 만에 한국 대부분의 연안으로 확산됐습니다. 한국의 전체 어장은 5만3천여 헥타르. 26%인 만 4천여 헥타르가 갯녹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특히 동해안과 제주도가 심각합니다.

그 결과, 이곳에서 서식하던 어패류도 사라져 지난 1990년 140만 톤이던 연근해 어획량은 지난해 120만 톤으로 감소했습니다. 대신 한국의 수산물 수입량이 급속히 증가해 매년 3조 5천억 원. 미화로 31억 달러의 수산물을 외국에서 사들여오는 실정입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한국 정부는 올해부터 매년 5월 10일을 '바다 식목일'로 기념하고, '바다 숲' 사업을 본격적으로 해나가기로 했습니다. 바다 숲은 말 그대로 황폐해진 바닷 속에 해초 숲을 만드는 겁니다. '바다숲'은 육지의 숲처럼 바다 속에 서식하는 해조류 등으로 이루어진 군락과 그 안에 사는 생물을 모두 포함하는데요, 해조류에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미역, 다시마, 모자반, 청각, 김, 우뭇가사리, 파래 등이 있습니다.

최근 열린 제 1회 바닷 식목일 기념행사에 참가한 전문 잠수부 이관철 씨가 마치 묘목을 기르듯 다년생 해조류인 감태 종자를 중간 양성장에서 키워내고, 약 석 달 뒤에 이를 다시 인공어초로 옮겨 바다 숲을 만드는 과정을 한국의 MBC 방송에 설명했는데요, 잠시 들어보시죠.

(이관철) 이게 한 5,6cm정도 되는데 소라나 고동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한 20cm까지 키워가지고 어초에 이식하게 됩니다.

한국 정부가 바다 숲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입니다. 지난해까지 전국 연안 38곳에 모두 약 2천 헥타르의 바다 숲을 조성했는데요, 하지만 갯녹음은 연평균 1200㏊ 이상 확대되는 만큼, 갯녹음 확산 속도를 고려하면 더욱 많은 바다 숲을 가꿔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은 오는 2030년까지 전국 마을어장을 중심으로 3만5000㏊의 바다 숲을 조성한다는 방침입니다.

현재 목표치는 갯녹음이 심화된 해역인 동해와 제주 연안 마을어장 위주로 면적이 제한돼 있습니다. 공단 관계자는 "해조류 생장이 가능한 태양광이 투과할 수 있는 수심은 서·남해안은 20m, 동해안은 30m까지로, 이를 대상으로 넓히면 최대 200만 헥타르까지 조성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한반도 삼면의 바다 모두 바다 숲 지역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바다 숲 조성사업이 잘 추진되고 해양생태계가 살아나게 되면 한국의 어촌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의 정규귀 박사의 말입니다.

(정규귀) 바다 숲을 조성해서 해양생태계도 복원하고 해조류가 무성하면 수산자원이 몰리게 되고 어업인의 소득 증대에도 기여하게 됩니다.

바다 숲은 또 육지의 열대 우림을 능가하는 공기정화능력을 갖고 있어 온실가스를 감소시키고 지구 온난화를 방지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게다가 해조류를 이용한 깨끗한 에너지와 유용 기능성 물질의 공급원으로 개발할 수 있어 환경보호와 경제적 이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한반도와 가까운 일본에서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바다 숲 조성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도쿄만 주변의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해조류 식목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해양생태계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일부 선진국에서는 해조류를 이용한 에너지확보와 해양 신 물질 개발을 위해 바다 숲 조성이 용이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생산지를 옮겨가면서 지속적인 연구와 투자를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 1960대와 70년대에 조림사업으로 민둥산을 지금의 푸른 숲으로 만든 한국은 희망적입니다. 최근 기념행사에 참석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말입니다.

(윤진숙) 바다 숲 조성과 보전에 국민 모두가 노력한다면 우리 바다를 푸르고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