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경이다-104] 한국의 산사태 재발 방지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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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 내 산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을 들여다봅니다.

(우면산 공사 소리)

지금 서울 서초구 우면산에는 ‘위~잉’ 하는 기계음이 산 속에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굴삭기 여러 대가 부지런히 산을 오르내리며 바닥을 파헤치는 소립니다. 지난해 집중호우로 폭탄을 맞은 것처럼 황폐해졌던 산 곳곳에서 복구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공사 상황을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주민 이 모 씨는 “지금도 비만 오면 걱정된다”며 “나무라도 심어놓으면 괜찮을 텐데 여전히 흙산이라 복구 공사 중이라는 실감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우면산 인근 주민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우면산 주민) 집에서 산사태가 나던 날 다 봤거든요. 그러고 나니까 집에서 잘 때도 쾅쾅 소리만 나도 놀라서 일어나고 그러는데...

지난해 7월말 서울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을 포함해 서초구 우면산 일대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모두 15명입니다. 우면산 사망자 대다수는 산사태로 쏟아져 나온 토사가 마을과 아파트를 덮치면서 매몰돼 숨졌습니다.

지난해 최악의 산사태로 헐벗은 우면산이 새 단장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최근 우면산 녹화 계획을 확정하고 5월 말까지 60억 원, 미화로 약 520만 달러를 들여 산을 새로 꾸미고 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상수리나무·자작나무 등 뿌리가 깊은 나무들이 주로 심어집니다. 산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나무라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우면산은 한국의 대부분 산과 마찬가지로 토층이 두텁지 않아 물에 쉽게 쓸려갈 수 있는 구조인데요, 굴착기로 땅을 파면 바로 화강암 암반이 드러날 정도입니다. 모래층과 화강암 사이로 빗물이 계속 스며들면 모래층이 암반에서 떨어져 한꺼번에 쓸려 내리는 겁니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의 이수곤 교수입니다.

(이수곤) 1m 흙이 있고 밑에 돌이 있는데 물이 흙으로는 금방 들어가거든요. 돌에는 물이 못 들어가요. 그 사이로 내려가면서 부력이 생겨 (흙이) 내려가요.

이런 땅에 개발을 한다고 흠집을 내면 그 틈으로 물이 쉽게 스며들어 산사태 가능성은 커지는데요, 일각에서는 서초구청의 생태공원 조성공사를 우면산 산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우면산에는 아까시나무와 사시나무처럼 빨리 크지만 뿌리가 약한 나무들이 주로 심어져 있었습니다. 숲산사 산림기술사 사무소의 정규원 박사는 “식물들이 땅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떤 나무를 심을 것인지를 정하는 녹화계획도 복구공사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지적에 따라 서울시는 나무와 식물의 종류부터 새로 정했습니다. 효율적인 녹화계획을 세우기 위해 최근 삼림 전문가 두 명을 특임관으로 위촉했습니다.

식재 대상 지역은 산사태로 쓸려나간 약 39만㎡입니다. 산 정상과 중턱에는 안고초나 비수리·낭아초·산거울 등 식물을 먼저 심습니다. 그늘진 곳이나 메마른 땅 등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들입니다. 또 뿌리가 길어 토양 침식 방지에도 좋습니다. 나무는 상수리나무와 자작나무·청단풍·때죽·소나무 등의 묘목을 심습니다. 서울대 임상준 산림과학부 교수는 “땅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녹화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다”며 “처음부터 큰 나무를 심으면 땅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묘목을 주로 심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산사태 당시 흙더미로 뒤덮였던 남부순환로에는 3m 높이의 옹벽을 만들어 보호하기로 했습니다. 옹벽 주변에는 둔덕을 만들고 그늘사초 등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을 심을 예정입니다. 밖으로 드러난 옹벽 윗부분에는 덩굴식물인 사계절헤데라를 심어 가꿀 예정입니다.

복구공사도 순항 중입니다. 정상에서 토사와 암석이 쏟아질 것에 대비해 산 정상에는 거대한 사방댐을 세우고, 곳곳에 수로를 조성했습니다. 산 아래에는 물을 임시로 저장하는 저류조를 만듭니다. 현재 공정률은 61% 수준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기가 시작되는 6월 말까지 복구공사를 끝내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한국 산림청에 따르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한국 산사태 피해 면적은 약 7800㏊입니다. 한국이 산사태에 취약한 원인은 연평균 강우량의 대부분이 하절기에 집중되고 산지사면이 급경사를 이룬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채석이나 광산 개발, 골프장 건설 등 난개발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10년 단위로 발생규모를 분석하면 1980년대 연평균 231㏊였던 피해면적은, 2000년대 이후 713㏊로 3배 증가했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폐석탄광산 40곳 중 75%인 30곳의 주변 토양과 하천이 비소, 카드뮴, 아연 등 중금속에 오염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환경부가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지역에서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초과한 폐광산은 16곳으로, 이 가운데 3곳은 토양오염대책기준을 초과했고 전체 조사시료의 33%가 토양오염우려기준의 70% 이상을 웃돌았습니다. 수질오염우려기준을 초과한 곳은 하천수 3곳, 갱내수 20곳, 지하수 2곳 등으로 카드뮴, 아연, 철 등 4종류의 중금속이 검출됐습니다. 또 광산 2곳 주변 지하수에서는 먹는 물과 생활용수 기준을 초과한 중금속이 검출됐고, 광산 25곳 주변 하천에서는 광산에서 배출되는 산성배수로 하천 바닥이 붉은색이나 흰색으로 변하는 적화ㆍ백화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 감소는 생물 다양성 감소와 관련이 있다는 최신 연구가 나왔습니다. 미국 펜스테이트 대학 연구진은 지구상의 언어 중 70%가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에 집중돼 있으나 이처럼 환경적으로 중요한 지역이 점점 쇠퇴하면서 문화와 언어도 함께 쇠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립과학원회보 최신호에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최근 생물학자들이 밝혀낸 연간 종의 소멸 속도는 역사적인 속도에 비해 1천배 이상 빠른 것이며 언어학자들은 전 세계 언어의 50~90%가 금세기 말까지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과거 여러 연구에서도 이 둘 사이의 지리적 관계가 드러나긴 했지만 상세한 수준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으며 국가가 집계한 언어나 지도에 점으로 표시된 언어가 고작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지구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6천900여 개의 언어 가운데 4천800여 개가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에 몰려 있다면서 "매우 중요한 이런 지역이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연구 자료를 활용하면 장기적인 안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오늘날 많은 생물학자들과 생태학자들은 이전과 달리 사람을 생태계의 일부로 보고 있다"면서 이 연구가 생물 보전 활동가들과 언어ㆍ문화 보전 활동가들의 노력을 통합하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