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기 질 180개국 중 ‘최하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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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공개된 '환경성과지수 2016'를 들여다봅니다.

(엔젤 쉬) 공기 질은 지나 10년간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인구 절반가량인 35억 명의 사람이 위험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3분의 일이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에 살고 있습니다.

엔젤 쉬 예일대학교 환경학 조교수가 '환경성과지수 2016'의 주요 내용을 기자회견장에서 밝히는 장면입니다. 환경성과지수는 미국 예일대학교와 컬럼비아대학교가 공동으로 환경, 기후변화, 보건, 농업 등 20여개 항목을 활용해 국가별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이 지표는 2년마다 발표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공기 질 부문에서 100점 만점에 45.51점을 받았습니다. 이는 전체 조사대상 180개국 가운데 173위 수준입니다. 한국은 2012년과 2014년 발표에서는 43위로 중상위권이었으나 2년 만에 순위가 대폭 하락하면서 환경성과가 후퇴한 것으로 평가된 것입니다.

공기 질의 세부 조사항목 가운데 초미세먼지 노출 정도에서는 한국은 33.46점으로 최하위권인 174위를 차지했습니다. 중국은 2.26점으로 꼴찌였습니다. 초미세먼지는 지름 2.5μm(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초미세 먼지입자로, 호흡기 깊숙이 침투해, 폐 조직에 붙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킵니다. '환경성과지수' 연구국장이기도 한 엔젤 쉬 조교수의 말입니다.

(엔젤 쉬) 중국과 한국의 인구 절반 이상은 위험한 공기에 노출돼 있습니다. 인도와 네팔의 경우, 이 비율은 거의 75%에 이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 '이산화질소에 노출되는 정도'가 '0점'으로 벨기에, 네덜란드와 함께 공동 꼴찌였습니다. 이산화질소는 자극성 냄새가 나는 갈색의 유해한 기체로, 공장 굴뚝이나 자동차 배기에서 배출됩니다.

이 같은 결과는 연구진이 설정한 기준연도인 1997년에 비해 공기 중 이산화질소 농도 감축 노력을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한국의 환경성과지수가 대폭 하락한 것은 탄소저감과 환경개선 노력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환경 민간단체인 '서울환경운동연합'의 이세걸 사무처장의 말입니다.

(이세걸) 현재 미세먼지 대책 발표를 한다고 하는데 이미 석탄 화력발전소가 가동 중이고요. 경유차가 계속 느는 추세거든요.

실제 한국은 온실가스 주범으로 지목되는 석탄발전이 2015년 기준 전력생산의 40% 이상을 담당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온실가스란 이산화탄소, 메탄 등의 물질로 적외선 복사열을 흡수하거나 재방출해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대기 중의 가스 상태의 물질을 말합니다.

20여개 평가지표 점수를 합산한 환경성과지수 종합점수에서 한국은 70.61점을 받아 보츠와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비슷한 수준인 80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이 속한 80위권에 유럽 국가는 단 한 나라도 없었고 대부분이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국가들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한국의 환경부 관계자는 한국의 SBS 방송에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 순위가 크게 떨어진 것은 올해부터 대기질 분야 중에서 이산화질소의 지표가 신설됐고요. 대기질지표의 퍼센티지(중요도)가 올라갔잖아요.

물론 오염 정도를 실제 측정한 값이 아닌 위성을 이용해 추정했고, 외부의 공기 질과는 달리 한국의 실내 공기 질은 세계에서 가장 좋다고 평가하는 등 이번 연구의 한계는 있습니다.

어찌됐든 한국이 이 같은 불명예를 안게 되자,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최근 이란 방문을 마치고 돌아와 처음으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란 외교성과에 준하는 분량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박근혜) 미세먼지로 뿌연 도시를 볼 때나, 국민들께서 마스크를 쓰고 외출을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제 가슴까지 답답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미세먼지를 한국인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로 지목하면서, 국가적 차원의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또 기존 화력발전소, 경유·휘발유 차량에서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신성장 산업 육성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2013년 취임한 이래 공식석상에서 미세먼지를 언급한 것은 모두 4차례입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발언이 각각 임기 2, 3년차를 시작하는 업무보고 자리에서 의례적으로 나왔던 데 반해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최근 한 달 사이에 이뤄진 것입니다. 이는 미세먼지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방증하는 셈입니다.

북한은 이번 '환경성과지수'에 포함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북한 내 소식통들은 북한도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와 황사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자유아시방송에 밝혔습니다. 자강도 출신 탈북 기자인 문성휘 씨의 말입니다.

(문성휘) 중국에서 발생해 한반도 상공까지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 북한주민들은 이러한 미세먼지와 봄철 황사를 구분 없이 모두 '황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황사'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북한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다행히 북한 당국은 황사경보를 발령하고 주민들에게 마스크와 눈 보호 안경 등을 착용하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3월 서해안 대부분 지역에서 황사 현상이 관측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올해 들어서 처음으로 나온 관련 보도로, 고비사막과 중국 황토고원, 그리고 내몽골지역에서 발생한 황사가 평안북도 창성군, 평안남도 숙천군과 문덕군, 증산군, 황해북도 린산군과 개성시 개풍지구 등에 영향을 주었다는 겁니다.

조선중앙방송은 이어 "밖으로 나갈 때 마스크와 눈 보호 안경을 착용하고, 사무실이나 방 안에 들어갈 때에는 옷을 반드시 털고 코 안과 목 안을 3∼5%의 소금물로 함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의사 출신 탈북자 김혜정 씨 역시 봄철 황사 때문에 상당수 북한 주민이 고통스러워한다며, 미세먼지에 주의해야 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과 한 통화에서 강조했습니다.

(김혜정) 밭에 나가서 일도 많이 하실 텐데 중국의 미세먼지가 북한 쪽으로 가고 있거든요. 미세먼지는 호흡기 점막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까지 작은 알갱이가 들어가기 때문에 모든 분이 미세먼지를 주의하셔야겠습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는 핀란드가 전 세계에서 환경적으로 가장 우수한 국가로 나타났고 아이슬란드와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이 최상위권을 독식했습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싱가포르가 16위로 환경적 성과가 높게 평가됐고, 일본 39위, 대만 60위, 말레이시아 63위 등으로 한국보다 순위가 높았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