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코뿔소 뿔 밀매 혐의를 들여다봅니다.
(코뿔소 울음소리)
방금 들으신 것은 야생 코뿔소의 울음소리입니다. 코뿔소는 코끼리 다음으로 큰 대형 육상동물인데요, 현재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코뿔소를 멸종의 위기로 몰아가는 최대의 원인은 뿔을 채취하기 위한 밀렵입니다. 코뿔소의 뿔은 약용과 조각의 재료로서 여겨져 왔기에, 밀렵꾼들은 코뿔소를 죽이고 뿔을 내다 팔아 국제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코뿔소 밀렵이 성행하는 아프리카 남동부 모잠비크에서 북한인 2명이 코뿔소 뿔 밀매 혐의로 현지경찰에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모잠비크 일간지 오파이스지와 노티시아스지는 최근 모잠비크인 2명과 '코리안' 2명이 코뿔소 뿔 밀매 혐의로 현지경찰에 체포돼 기소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의 연합뉴스에 따르면, 주 남아프리카공화국 한국대사관 관계자가 현지 경찰에 확인한 결과 '코리안' 2명은 한국인이 아니며 남아공과 모잠비크에 거주하는 북한인으로 밝혀졌습니다. 대사관은 또 이들이 얼마 전 모잠비크 경찰에 보석금을 지불하고 풀려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들은 체포 당시 거래가 금지된 코뿔소 뿔 4.6㎏과 미화 9만 3천 달러, 남아공 화폐 2천400랜드 등을 소지했으며 모잠비크 수도 마푸토 6번 경찰서와 11번 경찰서에 분리 수감됐었습니다.
모잠비크 경찰청 올란두 무두마니 대변인은 이들이 이달 초 중부지방에서 실시된 경찰 단속에서 체포됐으며 범죄수사대, 세관 등 관계기관이 이들이 소지한 현금 출처를 밝혀낼 것이라면서 혐의가 입증되면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무두마니 대변인은 이들이 코뿔소 밀렵조직의 일원이며 압수된 금품은 코뿔소 뿔 밀매로 벌어들인 것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 등으로 기존 외화벌이 수단으로 삼던 무기 수출이 어려워지자 해외 인력을 통한 외화벌이에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고가에 팔리는 코뿔소 뿔, 코끼리 상아 등 밀매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중앙정보국에서 요원으로 일했던 마이클 리 씨가 지난해 9월 한국의 TV조선에 밝힌 말입니다.
(마이클 리) 아프리카에선 코뿔소를 잡으면 현지법이 사형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북한의 외교관들은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도 코뿔소를 현지인들을 시켜서 사들였어요.
실제로,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2012년 10월 모잠비크 세관이 마푸토 국제공항에서 코끼리 상아조각 3㎏ 130점, 3만6천 달러 상당을 밀반출하려는 북한인을 적발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또 탄자니아 일간 니파쉐지는 지난 2014년 5월 정부가 상아 20㎏을 소지하고 다르에스살람 공항에서 중국으로 출국하려던 북한인 2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영국에 본부를 두고 각종 환경범죄조사를 통해 전 세계적인 환경개선 운동을 벌이는 국제적 환경단체인 '환경조사기관(EIA)'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이번에 북한이 코뿔소 뿔 밀매에 연루됐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환경조사기관의 알란 쏘튼 대표의 말입니다.
(알란 쏘튼) 북한은 1990년대에 코뿔소 뿔의 밀거래에 깊숙이 연루됐습니다. 특히 잠비아나 짐바브웨 등지의 대사관 직원들을 통해 밀렵된 코뿔소 뿔을 구입한 뒤 외교행낭을 통해 아시아로 몰래 반입했습니다. 이 가운데 상당량은 주로 중국회사에 팔렸습니다. 이번에 북한인들이 또다시 코뿔소 밀매에 연루된 점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면 최근 들어 중국 본토에서 밀렵된 코뿔소 뿔이 많이 팔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1993년 코뿔소 뿔의 판매, 구입, 수출입을 불법으로 규정한 법령을 전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미국이 중국과 대만에 대해 희귀야생동식물 거래에 관한 국제협약을 존중해, 코뿔소 뿔의 거래를 중단하라는 압력을 강화하는 한편, 협약을 위반할 경우 무역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는 관련법규를 실제 적용한 데 따른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의 효과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알란 쏘튼) 중국 정부가 법령을 발표한 뒤 약 2년간, 전 세계 코뿔소 수가 안정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때도 일부 코뿔소 개체 수는 상당히 줄어 위험했습니다. 그 후 몇 년 전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통제가 약화될 때까지 지난 15년간 밀렵이 상당히 잠잠했었습니다.
현재, 코뿔소의 세계 최대 서식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코뿔소를 보호하려고 군과 무인항공기,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밀렵꾼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모두 1천215마리의 코뿔소가 밀렵돼 전년도 1천4마리보다 21% 늘어난 최다 기록을 세우는 등 밀렵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밀렵의 3분의 2 이상이 전 세계 코뿔소의 80%가 서식하는 남아공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발생하고 있으나 밀렵꾼들이 대부분 크루거 공원과 국경을 접한 모잠비크 쪽을 통해 잠입하는 바람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연보호단체에 따르면 코뿔소 뿔은 주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약재나 장식품으로 금보다 비싼 ㎏당 6만 5천 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국제동물보호단체들은 최근 들어 코뿔소 뿔 매매에 관여하는 중국인이 점점 늘어나고, 중국의 코뿔소 뿔 소비시장이 확대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 아프리카코뿔소 전문가팀과 야생동물거래감시협회는 지난 2013년 "중국이 점점 불법 코뿔소 뿔의 밀수 목적지가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에서의 코뿔소 뿔 거래 역시 국제사회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활발하다는 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야생동물거래감시협회는 최신 보고서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코뿔소 뿔 밀거래 범죄 통계, 유럽 시장에서 중국으로 흘러들어간 코뿔소 뿔 골동품 수량, 그리고 중국 민간 제약회사가 최근 몇 년 동안 실시했던 '생체에서 뿔을 취하다' 실험 등은 모두 중국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국가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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