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층간소음을 들여다봅니다.
한국의 한 아파트. 조용한 방안으로 스며는 소리. 위층에서 누군가 쿵쿵 걷는 소리입니다. 낮에 들리는 일상적인 소음은 그렇다 쳐도 밤에 들리는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방금 들으신 동영상에 나오는 여성은 참기 힘들어 괴로워합니다.
이 동영상의 제목은 '공공주택, 층간소음! 해결책은?'으로 한국의 환경부가 제작했습니다. 층간소음은 다세대 주택 혹은 아파트에서 주로 발생하는 소음공해인데요, 층간소음은 화장실 물소리, 바닥충격음 소리, 피아노 소리, 오디오 소리, 대화 소리, TV 소리 등을 총칭해 부릅니다.
이런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이 한국에서 심각한 사회, 환경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언급할 정도입니다. 최근의 사례를 몇 개 들면, 경기도 인천에서는 층간 소음 문제로 다투던 집주인이 세입자 집에 불을 질렀습니다. 경상남도 부산에서는 50대 남성이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다가 윗집에 사는 모자에게 흉기를 휘두르다 검거됐습니다.
문제는 '층간소음'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한국 환경부가 운영하는 층간소음 조정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전 국민의 65%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어 층간소음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누구나 층간소음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환경부가 층간소음 분쟁 조정을 위해 지난해 개소한 '이웃사이센터'를 보면 층간소음으로 인한 현장진단 신청이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 동안 모두 1070건 접수됐습니다. 이 중 '아이들의 뛰거나 걷는 소리'가 753건으로 층간소음 원인 전체의 70%를 차지했습니다. 그 밖의 원인으로는 망치질, TV, 청소기, 세탁기 등 가전제품 사용, 가구를 끌거나 찍는 행위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아파트의 특성상 위층에 거주하는 가구의 소음이 아래층으로 전달된다는 건 피하기 힘든 일인데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환경부 산하 이웃사이센터 이선규 차장은 이렇게 조언합니다.
(이선규) 바로 올라가셔서 항의하지 마시고요. 시간대 어느 정도 강도로 층간소음이 난다고 썼다가 간접적으로 항의하셔서 좀 시정해 주십사라고 간곡히 부탁드려야지만 싸움 없이 쉽게 풀릴 수가 있습니다. 늦은 시간에 막 올라가서 문을 두드리거나 그런 행동을 하시게 되면 되레 무리한 감정 때문에 싸움이 크게 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토해양부와 환경부가 층간소음과 관련한 긴급회의를 열었는데요, 회의에서는 한국의 여당인 새누리당이 발의했던 '주거생활소음 기준 신설'에 관한 내용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했습니다.
이 개정안에는 '입주자가 주거생활에서 층간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또한 아파트의 바닥두께를 종전 180㎜에서 210㎜로 강화하고, 바닥두께 기준과 충격음 기준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는 등의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 주택건설기준 개정안으로 층간소음 분쟁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는 무리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국의 민간단체인 주거문화개선연구소의 차상곤 연구소장이 한국의 SBS방송에 밝힌 말, 잠시 들어보시죠.
(차상곤) 층간소음은 경량 충격음과 중량 충격음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경량 충격음이라면 마늘 찧는 소리, 아이들 공 떨어뜨리는 소리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카펫을 깔아버리면 100% 해결된다고 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중량 충격음으로 아이들 뛰는 소리와 어른 걷는 소리입니다. 이 부분은 건물이 지어진 상황에서는 어떤 방법으로도 막기가 어렵습니다. 중량 충격음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일단 건물을 지을 때 바닥 두께가 두꺼워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지난 1980년대 중반 이후로 아파트의 고층화가 진행되면서 하중을 줄이기 위해 무게가 가벼운 신소재를 슬래브로 사용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합니다. 층간 슬래브 두께가 얇아진 사례도 비일비재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1980년대 이전에 건설된 여의도와 강남 일대의 노후 아파트들이 층간소음 문제에서는 최근 건설된 신축 아파트들에 비해 더 낫다는 이야깁니다.
북한에서는 평양 아파트 10만호 건설이나 청진시 포항구역에 15층이 넘는 아파트 1만 세대 공사 등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아파트 층과 층의 두께를 적당히 해서 층간소음 문제를 사전에 막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