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경이다-105] 임진강 습지보호구역 지정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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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가열되고 있는 임진강 습지보호구역 지정과 관련한 찬반 의견을 들여다봅니다. 질문에 양윤정 앵커, 대답에 장명화입니다.

양윤정: 북한에서 발원해 남한으로 흐르는 임진강 하구를 가운데 두고 최근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그리고 환경단체가 서로 다른 의견을 보이면서 마찰을 빚어, 언론의 관심이 몰리고 있는데요, 뭐가 문제입니까?

장명화: 한마디로 한국 환경부가 임진강 하구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부는 임진강 하구인 파주시 문산, 탄현, 군내, 장단 지역 약 17 평방킬로미터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요, 환경부는 임진강 하구에 다양한 생물이 분포하고, 여러 조류의 중간 기착지와 월동지인데다, 황보, 뱀장어 등의 주요 산란지로 보전가치가 높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양윤정: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 습지보호구역이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주시죠.

장명화: 네. 습지보호구역이란 습지 가운데 보전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해, 국가가 지정한 지역입니다. 습지란 담수, 그러니까 소금의 함유량이 적은 보통의 육지에 존재하는 물, 또는 바닷물이 표면을 덮고 있는 지역을 말합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습지는 여러 생물종의 주요서식처가 될 뿐 아니라 오염물질 정화기능까지 있어 보전 필요성이 큽니다. 한국에서는 1999년 제정된 습지보전법에 의해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높은 습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오고 있습니다.

양윤정: 얼핏 보기에 생태환경을 보호하려는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보입니다만, 정부의 습지보호구역 지정을 반대하는 측은 어떤 입장입니까?

장명화: 습지보호구역 지정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파주시와 문산읍 주민들의 반발이 아주 거센데요. 파주시는 임진강 하구 일대의 수해 예방을 위해 준설이 불가피한 사정을 들어 환경부에 여러 차례 습지 지정 반대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서 준설이란 하천이나 해안의 바닥에 쌓인 흙이나 암석 따위를 쳐내 바닥을 깊게 하는 공사를 말합니다. 문산읍 주민들은 반대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환경부를 찾아가 성명서를 전달하는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양윤정: 파주시의 설명을 들어보면, 과거 임진강 하구에 수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적이 있었나보죠?

장명화: 네. 지난해만해도 7월에 폭우로 문산천 수위가 상승해,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었습니다. 지난 1999년에는 폭우로 임진강이 범람해 2천 300가구, 7천1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요. 2009년에는 북한의 댐 방류로 임진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경기도 연천군 강가에서 야영을 하던 6명이 실종되고 3명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북한에서 4천만 톤의 물이 일시에 방류된 것으로 파악됐었죠.

양윤정: 이 지역은 원래 비가 많이 내립니까? 아니면 강우량이 근래 들어 늘고 있습니까?

장명화: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07년 약 1100mm이던 파주 지역 연간 강수량은 2009년에는 1천300mm로 증가했습니다. 지난해는 1천950mm로 늘어나는 등, 최근 5년간 파주지역 연간 강수량이 매년 15%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 지역은 국토해양부의 임진강 하천 정비기본계획에 따라 하도, 즉 강이나 시내가 흐르는 길의 정비사업과 준설작업을 앞두고 있는 곳입니다. 환경부의 습지보호구역 지정 추진을 놓고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입니다.

양윤정: 왜죠. 혹시 앞으로 정비사업과 준설작업에 지장이 있게 됩니까?

장명화: 네. 그렇습니다. 일단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흙, 모래, 자갈 등을 채취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최고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거나 2천만 원, 미화로 약 2만 달러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됩니다. 주민들은 "몇 년에 한 번씩 준설작업을 해도 토사로 인한 수해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준설조차 못한다면 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파주시가 "하도정비사업을 한 뒤 지정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주민들과 뜻을 같이 하는 이유입니다.

양윤정: 이런 주장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뭐라고 합니까?

장명화: 파주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는 "파주시가 습지보호구역 지정 반대 이유를 임진강 범람에 따른 문산 수해로 제시하고 있지만, 임진강 범람의 원인은 지천인 문산천 범람 등에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현 상태에서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도 문제가 없다"고 말합니다.

양윤정: 양측이 합의를 보지 못하면 어떻게 됩니까?

장명화: 환경부의 습지보호구역 지정은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나 동의가 없어도 주민 의견 수렴과 공청회 절차만 거치면 가능합니다.

양윤정: 지난 반세기 동안 남북 간의 대치 상황으로 천혜의 자연 습지로 보존돼온 임진강 습지를 보전하면서, 동시에 해당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고려할 방안이 절실한 시점이네요.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농작물과 골프장 등에 가장 흔히 사용되는 살균제 가운데 하나인 클로로탈로닐이 광범위한 담수 생물들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 담수 생태계를 황폐화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미국 사우스 플로리다대 과학자들은 클로로탈로닐을 미국 환경보호청의 환경 안전 기준치 미만 농도로 사용해도 양서류와 달팽이, 식물성 플랑크톤, 수생 식물 등이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에콜로지 레터스 최신호에 발표했습니다. 담수 조류를 먹는 초식동물과 조류와 경쟁 관계에 있는 식물들이 이 농약 때문에 사라짐으로써 부영양화의 효과와 같은 조류 증식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연구진은 "일부 종은 이런 농약의 영향에서 회복하지만 일단 생태계가 클로로탈로닐에 노출되고 나면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생태계에 유의미한 수준의 클로로탈로닐을 사용한 실험실 연구로 양서류 4종이 죽게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던 연구진은 일반 연못과 같은 조건을 갖춘 300갤런 들이 수조들에서 실시한 4주간의 새로운 연구에서 이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클로로탈로닐은 다세포 생물 대부분의 생존에 필수적인 세포 호흡을 방해함으로써 곰팡이와 균류를 죽입니다. 악명 높은 DDT와 같은 유기염소제 계열에 속하는 클로로탈로닐은 DDT 계열 살충제의 대부분이 사용 금지된 후에도 미국과 유럽, 호주에서 사용되는 몇 안 되는 유기염소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 한국 전라남도 영광원자력발전소에서 큰 사고가 난다면 암 사망 최대 55만 명, 경제적 피해액은 451조원, 미화로 약 3,900억 달러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는 바람이 서울 쪽으로 불었을 경우며 광주로 불 경우 암 사망 최대 약 40만 명, 경제적 피해 235조원으로 분석됐습니다. 광주에 있는 환경단체들은 최근 광주시의회로 일본 관서학원대학 종합정책학부 박승준 교수를 초청해 토론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밝혔습니다. 단체들은 사고 모델로 선택한 영광원전 1호기가 대사고, 즉 방사성 물질 방출량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 정도거나 더 심각한 거대사고, 즉 방사성 물질 방출량이 체르노빌 원전사고 정도 일으켰을 때를 가정했습니다. 이 모의실험은 일본의 핵발전소 사고평가프로그램인 ‘세오 코드’를 이용해, 경제적 피해를 추정한 일본의 ‘원자력발전소의 사고피해액 계산법’을 영광원전에 적용했습니다. '세오 코드'는 원전사고 시 인명피해를 수치화한 것입니다. 1980년대에 고 세오 타케시 박사가 개발해, 일본 전역의 원전 사고 인명 피해 조사에 사용됐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한국 내 원전은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과는 원자로형이 전혀 다르고 격납 건물이 훨씬 견고하기 때문에 모의실험은 한국의 원전에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