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환경이다-61] 한국의 고엽제 매립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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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한국에서 관심이 높아가는 고엽제 문제를 살펴봅니다.

앵커: 최근 한국 방송을 보니,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 읍에 사는 주민들이 다른 지역에 사는 가족조차 칠곡 지역의 환경을 불신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예를 들어, 칠곡에서 담은 물김치를 가져가라고 해도 안 가져갈 정도라고 하네요.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습니까?

장명화: 왜관 읍에 있는 미군기지 캠프캐럴에 고엽제를 파묻었다는 퇴역 미군의 증언이 알려지면서부터입니다. 1970년대에 왜관 읍에 있는 미군 기지인 캠프 캐럴에서 근무했던 주한미군 3명이 지난 주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방송사와 한 회견에서 고엽제로 쓰이는 독성물질을 대량으로 땅에 묻었다고 증언했거든요. 당시 중장비 사병으로 복무했던 스티브 하우스 씨는 도랑을 파라는 명령을 받고 매몰 작업을 진행했다고 주장해 한국 사회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앵커: 고엽제가 뭡니까?

장명화: 고엽제는 쉽게 말해 강한 제초제의 일종입니다. 미군은 과거 베트남전쟁에서 울창한 밀림을 없애 베트콩의 게릴라전을 막고, 군량 보급을 차단할 목적으로 이를 대량 살포했습니다. 고엽제는 저장 드럼통을 두른 띠 색깔에 따라 '에이전트 오렌지' '에이전트 화이트' '에이전트 블루' 등으로 불렀는데, 이중 에이전트 오렌지가 가장 많은 양으로 살포되면서 고엽제의 대명사로 통하게 됐습니다. 주한 미군이 1970년대에 왜관에 묻었다는 고엽제가 바로 '에이전트 오렌지'입니다.

앵커: 고엽제로 인한 칠곡 지역의 환경오염 가능성은 높습니까?

장명화: 현재로서는 실제로 고엽제가 묻혀 있는지, 묻혀 있더라도 외부로 유출돼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켰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의혹을 제기한 하우스 씨는 한국의 일간지인 동아일보와 한 전화통화에서 "캠프 캐럴 기지에서 개천과 가까운 헬기장 안쪽에 축구장 크기만 한 구덩이를 파고 에이전트 오렌지 드럼통을 묻었기 때문에 토양이 오염되고 빗물을 통해 밖으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매립 후 중장비로 땅을 다지는 과정에서 에이전트 오렌지가 드럼통 밖으로 새 나갔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매립 당시 구덩이를 판 곳에는 모래 토양이 많았다고 하우스 씨는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에이전트 오렌지가 유출됐을 경우 쉽게 토양이 오염되고 인근 낙동강으로도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칠곡 기지에서는 23일 처음으로 민관 합동조사단의 현지실사가 진행됐다고 들었습니다.

장명화: 네. 미군은 이번에 비교적 신속하게 공동조사에 응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민관합동조사단은 이날 캠프캐럴 기지 안으로 들어가 고엽제를 묻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헬기장 주변을 우선적으로 살펴봤습니다. 잠시 현장음 들어보시죠.

조사단 관계자

: (헬기장 주변인) D구역에 고엽제를 묻었나요?

폭스 데이비드/주한 미8군 준장

: 가능합니다. 그래서 의혹을 제기한 퇴역 미군을 찾아가 직접 물어볼 예정입니다. 이 곳을 모두 파 보는 것은 시간낭비입니다.

조사단은 기지 내에 살충제와 솔벤트 등 유해 화학물질을 쌓아놨던 41구역도 둘러봤습니다. 현장조사는 앞으로의 조사계획을 세우기 위한 사전답사 형식으로 3시간 가까이 진행됐는데요, 조사단은 기지 내부와 외부의 토양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미군 측과 추가 조사 일정 등을 조율해 나갈 방침입니다.

앵커: 고엽제는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인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요, 칠곡 지역에 관련 의혹은 없습니까?

장명화: 한국 언론이 인용한 한국 통계청의 최근 시·군별 사망 원인 통계 분석을 보면, 2005~2009년 사이 칠곡군의 인구 10만 명당 암 사망률은 같은 기간의 전국 평균치보다 4.7~22명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칠곡군의 신경계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전국 평균보다 1.2~5.2명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통계와 더불어 고엽제와 같은 독극물을 묻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했던 것으로 확인돼 마을 주민들의 불안이 증가되고 있습니다.

앵커: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장명화: 한국 정부는 이번 사태의 실체 규명에 주력하는 한편, 파장이 지나치게 확산되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립암센터에서 전국의 암 발병률을 확인할 결과, 왜관 지역 주변 사람들이 다른 지역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통계가 없다”면서 “고엽제가 지하로 유출됐더라도 6년이 지나면 독성이 거의 사라져 이후론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장조사와 대책회의를 잇달아 여는 등 다방면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습니다.

앵커: 장명화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소식입니다.

-- 올해 여름 한반도는 평년보다 비가 많이 내리고 무더울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한국 기상청은 6월 후반부터 7월 후반까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형성된 기압골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강수량이 많고 8월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것이라고 예보했습니다. 6월 상순에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아 기온은 평년보다 높고 일시적으로 고온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습니다.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7월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형성된 기압골의 영향으로 전국에 걸쳐 비가 오는 날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8월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무덥겠으며, 전국적으로 폭염과 열대야가 자주 나타나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해 6~8월의 경우 92일 중 81일이 평년보다 기온이 높은 더운 날이 지속됐다"며 "올 8월도 폭염과 열대야가 자주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 호주 시드니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호주에서는 최대 피해 도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호주 연방정부 산하 독립기구 기후위원회는 최근 낸 보고서를 통해 "오는 2100년 해수면 상승으로 시드니는 매월 1차례 범람과 폭풍우, 해일 등 지구온난화에 따른 악천후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가 전했습니다. 기후위원회는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게 되면 시드니는 물론 브리즈번 등 해안 도시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기후위원회는 "해수면이 0.5m 상승하는 경우 그 자체로서는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에 따른 자연재해는 급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호주의 해수면은 1990년대 이후 매년 평균 몇 mm씩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서호주 북부의 해수면은 그동안 8mm 상승했습니다. 기후위원회는 1880년부터 2000년까지 해수면이 20cm 상승한 것을 보면 앞으로 해수면 상승과 악천후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에 따라, 뉴사우스웨일스 주와 퀸즐랜드 주 해안가 마을에서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제방 침식 등 부작용이 빚어지고 있어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