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부터 두 차례에 걸쳐 최근 한국에서 나온 환경 관련 서적 <베이징, 스모겟돈>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시민) 밖으로 나오니 숨쉬기가 힘들고 목과 코가 무척 불편합니다.
한 베이징 시민이 최근 답답해진 공기에 마스크를 쓰면서 한 말, 들으셨는데요, 현지 방송의 동영상을 보면, 가까운 거리인데도 베이징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시내가 희뿌연 먼지에 갇혔습니다.
한국이라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중국의 대기오염을 바라볼 수는 없습니다. 중국의 공기 질이 나빠지면, 덩달아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진형아 예보관이 지난 2월 말 주말 내내 기승을 부린 중국 발 미세먼지를 한국의 MBC 방송에 설명하는 것과 한 남한 시민이 평소 두 세배 미세먼지 때문에 우려하는 말, 들어보시죠.
(진형아) 전일부터 유입된 국외 미세먼지에 바람이 약해 대기 정체가 심해지면서....
(시민) 미세먼지가 심한 것 같아서 저희 딸 건강 해칠까봐 걱정됩니다.
이처럼 중국 발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일상화되는 가운데,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의 김성일 교수가 <베이징, 스모겟돈>이란 제목의 책을 출간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스모겟돈'이란 대기오염물질이 안개와 섞인 현상을 뜻하는 영어단어 '스모그'와 지구 종말을 뜻하는 단어인 '아마겟돈'이 합쳐진 말입니다.
(김성일) 지난번 <북한 산림, 한반도를 사막화하고 있다>와 이번 <베이징, 스모겟돈>은 저의 지역 환경문제에 대한 조각 맞추기 작업입니다. 앞서, 지난 2010년에는 제가 한국의 전반적인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농업, 산림, 에너지 문제를 다룬 <솔루션, 그린>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한국의 환경문제를 토지이용과 에너지라는 커다란 틀 속에서 논의했는데, 재작년에는 북한 산림을 중점적으로 다루었으니까, 이제 한반도 문제에는 어느 정도 대안을 마련했다고 봤습니다. 이제는 중국의 환경문제를 거시적으로 바라보면서 우리와 어떻게 연관을 지어서 상생하는 방법이 있을까를 숙고해본 책이 이번 <베이징, 스모겟돈>입니다.
김성일 교수는 지난 2009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IUCN, 즉 세계자연보전연맹 이사로 선정돼 4년간 다양한 활동과 연구를 한 세계적인 환경학자입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세계 최대의 환경 국제기구로, 현재 84개 국가, 111개 정부기관, 870여 개 비정부기구가 가입돼 있습니다. 아울러 김 교수는 IUCN 세계보호지역위원회 아시아 지역 의장으로도 활동했습니다.
김성일 교수는 책 출간에 맞춰 가진 자유아시아방송의 인터뷰에서 "이대로 가면 중국에 '핵겨울'이 닥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중국의 대기오염이 너무 심각해져서 이제는 식물의 광합성을 늦추는 핵겨울과 비슷한 상황이 오고, 이어 국가적 식량 대란이 초래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김성일) 핵겨울은 2014년도에 영국의 가디언 지가 발표한 내용을 제가 심각하게 다시 쳐다본 개념입니다. 중국의 대기오염 심각성을 보도하면서 '스모그가 지금 상황으로 계속 된다면, 중국의 농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다'라는 경고입니다. 비닐하우스의 태양광 유입이 절반 정도 감소된다는 것입니다. 중국 농업대학에 있는 한 교수의 연구 결과인데요, 그 상황을 '핵겨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태양광이 가려지면서 식물의 광합성이 저하되고 결국 빙하기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이런 건데요, 제 생각에 '중국의 그런 현상은 이미 발견되고 있다'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 스모그의 성분은 아주 나쁩니다. 여러 검사 결과에 따르면, 중국 스모그의 중금속 함량은 매우 높습니다. 특히 카드뮴과 납은 토양 속 중금속 평균 함량에 10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중금속이 인체에 들어오면 최대 74%까지 몸에 그대로 흡수된다는 점입니다. 미세먼지 입자가 매우 작기 때문에 걸러지지 않은 입자가 그대로 폐까지 침투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은 어린이와 임산부입니다. 김 교수는 문제의 심각성을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지난해 공개된 '돔 지붕 아래서'라는 제목의 환경 기록영화를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돔 지붕 아래서'는 공개 첫날에만 200만회에 가깝게 조회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는데요, 제작자인 중국인 차이징 씨는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알리는 수치들을 제시하면서 2013년에 양성종양을 가진 채 태어난 자기 딸의 건강에 스모그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토로해 중국인 부모들의 공감을 샀습니다. '돔 지붕 아래'에서 차이징 씨가 한 말, 잠시 들어보시죠.
(차이징) 제가 사는 동네에서 중국의 심각한 스모그 현상을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한 엄마가 '스모그를 어떻게 다뤄야할지'를 묻더군요.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아이들이 스모그에 잘 적응하도록 일찍부터 스모그에 노출시켜 훈련하면 어떻겠냐구요.
이에 대해, 미국 남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의과대학 임상예방의학 교수인 에드워드 어보이 박사는 '적응'이 아니라 '손상'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에드워드 어보이) 아이를 오염에 노출시키면 그 첫째 날에 일부 기능이 손상됩니다. 둘째 날에는 손상의 정도가 첫째 날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적응'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미 폐 기능의 손상이 시작된 것이죠. 세계 각국의 연구에 따르면, 오염지역에서 자란 아이들에 비해 깨끗한 곳에서 자란 아이들의 폐 성장속도가 더 빠릅니다. 어린 시기에 폐 기능이 온전히 발육되지 못하면 성장 후에 폐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 같은 대기오염 문제가 최악인 곳은 소위 '석탄벨트'입니다. 제조업이 발달한 중국 동북부 지방은 베이징 인근 약 350킬로미터 정도의 거대한 석탄 공장 지대를 이루고 있는데요, 현재 2,300개 이상의 석탄 공장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이 중국 동북부 지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가 북한입니다. <베이징, 스모겟돈>은 중국의 대기오염이 악영향을 미치는 나라로 한국과 일본을 꼽았고, 북한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의 상황은 어떤지 추정만이라도 해달라고 요청하자, 김성일 교수는 피해는 분명히 있다고 답했습니다.
(김성일) 수년간 서울대 윤순창 교수가 이 분야에서 많은 연구를 했습니다. 그 결과, 중국 북부와 동남부 공업지대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제주도에 날라드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제주도 주변에 공해 생산지역이 없기 때문에, 유입되는 공해물질의 역 추적이 중국까지 가능해서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어디에 어떻게 흘러내려오는가를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이 모델을 북한에 적용해보면,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가 북한의 언론을 수년간 검색 해봐도, 미세먼지라든가 황사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어요. 분명히 피해가 있을 텐데요, 아마 중국과의 미묘한 정치적 관계 때문에 쉬쉬하는 게 아닌가, 혹은 그런 환경문제가 그들에게 정치적이나 민생 문제보다 중요성이 덜하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다음에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중국 측 노력과 중국이 배울 수 있는 대안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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