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독일의 원자력 발전소 폐쇄 결정을 살펴봅니다.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환경부 장관
: 현재 가동 중단 상태인 7기의 낡은 원자로와 크루멜 원전은 당장 폐쇄할 것입니다.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환경부 장관은 독일이 오는 2022년까지 독일 내 모든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한다고 최근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서방 주요국 가운데 처음으로 원자력 발전소의 전면 폐쇄를 결정한 것입니다.
뢰트겐 장관이 밝힌 대로, 독일 내 17기의 원전 가운데 안정성 검사를 위해 가동을 중단한 노후한 원자력 발전소 7기와 크루멜 원전 등 8기는 더 이상 가동하지 않습니다. 나머지 원전 9기 가운데 6기는 2021년 말까지만 가동하고, 최근 지어진 3곳의 현대식 원자력 발전소는 2022년까지만 전기를 생산합니다. 뢰트겐 장관은 "이 조치는 변경 여지가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독일 정부가 이렇게 원전을 완전히 폐쇄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태입니다. 지난 3월 일본을 강타한 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서 폭발이 발생하면서, 우려됐던 방사능 오염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전 인근에서 재배된 농작물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고, 주변 지역의 수돗물에서 방사성 물질인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독일에서는 원자력 발전소와 관련해 여론이 악화됐고, 환경의식이 높아졌습니다. 다시 말해, 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다른 국가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원래 독일 정부는 2021년까지 원전을 모두 폐쇄한다는 이전 정권의 방침을 바꿔, 지난해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시한을 평균 12년 연장했었습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활황세를 보이는 독일 경제가 에너지 부족에 발목이 잡히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여론도 메르켈 총리의 결정에 동조했습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여론은 반전됐습니다. 독일 전역에서는 원전 반대 시위가 잇달아 일어났습니다. 한국 언론이 인용한 시위자의 말, 잠시 들어보시죠.
원전 반대 시위자
: 원전 폐기물은 확실하게 처리되지 않고 있으며 이를 해결한 방법도 없습니다.
그 결과, 원전 폐쇄에 미적거렸던 집권당인 기독교민주당은 지난 3월 지방선거에서 야당인 녹색당에 참패했고, 마침내 기독교민주당을 포함한 연립 정부가 원전 전면 폐쇄에 합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메르켈 총리의 말입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 미래의 전력은 안전하게 공급되기를 원합니다. 동시에 믿을만하고 경제적으로 실행 가능한 발전이어야 합니다.
독일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정계와 산업계, 환경단체 등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우선 독일 야당인 사회민주당은 여전히 많은 문제가 미해결로 남아 있다면서 정부와 이에 관해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지지도가 급상승한 녹색당은 "현상유지로의 복귀"라고 폄하했습니다. 독일산업연맹은 "이번 결정은 명백히 정치적 동기가 작용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독일이 원전을 조기에 폐쇄할 경우 기업과 가계에 엄청난 추가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에너지기업 RWE도 정부 결정을 법적으로 문제 삼을 권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2022년까지 원전을 폐쇄한다는 계획이 "지나치게 느리다"고 비판했습니다.
문제는 원자력 발전소를 완전히 폐쇄하는 정책의 앞날이 그리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당장 ‘전력 부족 가능성’이 문제입니다. 연방통신청은 전력 수요가 늘고 태양 에너지가 약해지는 겨울에 약 2000㎿의 전력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뢰트겐 장관은 “일시적으로 화력 발전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력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 대비해 '에너지세' 도입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2020년까지는 대체 에너지의 비율을 4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지만, 이처럼 신속한 전환이 가능할지도 미지수입니다. 원전 회사들로부터 거둬들이는 막대한 세금을 포기해야 하는 것도 걸림돌입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비용 조달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독일 언론과 전문가들은 연간 30억 유로, 미화로 43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 폐쇄냐 가동이냐 이것이 문제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소식입니다.
-- 중국에 서식하는 야생 백두산 호랑이가 2-3 마리 증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의 일간지 연변일보는 최근 연변 조선족자치주 '훈춘 백두산 호랑이 국가자연보호구' 관계자를 인용해 이 일대에 서식하는 야생 백두산 호랑이가 5-7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1998년 중국과 미국, 러시아 등 3개국 야생 동물 전문가들이 공동 조사를 통해 3-5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했던 것보다 2-3마리 늘어난 것입니다. 이 일대에 서식하는 야생 고려 표범도 3-5 마리로, 1998년 조사 당시 2-4 마리로 추정했던 것에 비해 1-2 마리 늘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3국 접경지역인 훈춘은 중국의 대표적인 야생 백두산 호랑이와 고려 표범 서식지로 꼽힙니다. 중국 당국이 멸종 위기에 놓인 백두산 호랑이와 고려 표범 보호를 위해 2001년 훈춘 일대 10만8천㏊를 국가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를 강화하면서 최근 들어 이 일대에서 야생 호랑이와 고려 표범이 잇달아 목격되고 있으며 꽃사슴 등 야생 동물 개체 수도 급증했습니다.
--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지구온도를 산업화 이전에 비해 2℃ 이하로 억제해야 한다는 방어선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미발표된 추정치를 통해 전 세계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선 2010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량은 1.6Gt(기가톤)으로 역대 최고의 증가폭을 기록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총 규모를 전 세계적으로 30.6Gt으로 추정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 지구 온도가 2℃ 이상 상승하는 것이 기후변화 측면에서 매우 위험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유엔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지구온도가 2℃ 이상 상승하면 피할 수 없는 재앙이 초래된다는 보고서를 채택한 바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도 2020년까지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규모가 32Gt을 초과해 배출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해 왔지만 목표시기보다 10년 먼저 목표치에 육박하게 된 겁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