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올해 심한 장마 예상, 대책 마련 분주

0:00 / 0:00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장마 비상과 피해 대책을 들여다봅니다.

(조선중앙TV) 전당, 전국, 전민이 떨쳐나 그 어떤 큰 물과 비바람에도 끄덕하지 않도록 장마철 큰물 막아 대책을 철저히 세우자...

북한이 올해 장마가 예년보다 심각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게 나서고 있습니다. 기상수문국 리영남 부원은 최근 조선중앙TV에 출연해, "올해 장마는 7월 중순으로 예견되는데, 이때 강수량은 평년보다 더 많아지고 또 태풍과 큰물 피해 등 여러 가지 기상재해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리영남 부원은 이어 "장마철 피해대책을 철저히 세워나감으로써 200일 전투를 승리적으로 결속하도록 하는데 적극 기여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북한이 이처럼 연일 매체를 통해 피해예방 대책 마련을 강조하는 것은 지난해 한밤중 물 폭탄으로 엄청난 피해를 본 탓입니다. 지난해 8월 나온 조선중앙TV 보도, 잠시 들어보시죠.

(조선중앙TV) 지난 8월 22일 새벽 4시부터 23일 밤 22시까지 250mm 이상의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실제로, 국제적십자사 IFRC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초 황해남도와 함경남북도, 8월 말 라선 시 일대에 내린 집중호우로 2만2천여 명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또 홍수로 1백18명이 목숨을 잃었고, 1만4천5백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이밖에 6천470여 채가 부분적으로 파손 또는 파괴됐습니다.

당시 북한은 이례적으로 라선 시의 큰물 피해를 신속히 보도했습니다. 또 국제사회에 라선 시의 큰물피해 실상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국제사회의 지원 요청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집중 호우로 큰 피해가 발생하는 이유로 홍수에 대비할 수 있는 사회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점을 꼽습니다. 무엇보다 산에 나무가 없어 홍수 때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으며, 이에 대처할 틈도 없이 다른 기상재해와 산사태가 같이 일어나는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IBK 경제연구소의 조봉현 수석연구원이 한국의 YTN 방송에 나와 한 말입니다.

(조봉현) 북한은 관개수로에 대한 정비도 안 돼 있고, 산에 나무도 없어서 비가 100㎜만 와도 바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북한의 기상예보 능력이 떨어져 재난에 대비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주요 이유입니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북한의 기상장비는 상당수 유효기간을 넘겨 노후화 됐고, 관측자료 수집도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정확한 날씨 예보가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시민들이 제 때 재해에 대처하지 못해 피해가 커지고 있는 셈입니다. 탈북자 황은희 씨가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말입니다.

(황은희) 북한에서도 일기예보를 해주긴 하는데 잘 안 맞을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텔레비전을 갖고 있지 않아 일기예보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홍수 등을 제대로 대비하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은 폭우로 인한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최근 평안북도의 장마 대책을 소개하면서 "평안북도 일꾼들과 근로자들이 장마철 큰물피해 방지를 위한 투쟁을 힘 있게 벌려 연 90여 ㎞의 강하천 바닥파기와 제방보수, 해안 방조제 보수를 성과적으로 해내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이어 "이 기간 그들은 60여만㎥의 강하천 바닥을 파내여 제방을 쌓고 수천㎡의 장석 공사를 하여 수천 정보의 농경지에서 지난 시기보다 알곡을 더 생산할 수 있는 담보를 마련하였다"고 전했습니다.

이렇게 사전에 대비를 해도 집중호우 이후 신속한 구호나 복구 작업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탈북자들은 지적합니다. 탈북자 최철남 씨가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한 말, 들어보시죠.

(최철남) (구호) 자원봉사를 하고 그런 거 없습니다. 모두가 힘드니까요. 어느 지역에 홍수를 크게 입었는지도 뉴스에 잘 안 나옵니다. 이동의 자유도 없어서 다른 동네에 함부로 갈 수도 없으니까요. 북한에 홍수가 나면 오히려 외국에서 더 잘 알더라고요. 북한에 있을 때 정작 우리는 잘 몰랐어요. 어디에서 홍수가 났는지...

다행히 국제기구들이 북한의 여름 홍수에 대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국제적십자사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평양과 함흥, 덕창, 개성, 신의주에 있는 창고에 홍수 등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구호물자를 비축해 놨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담요 9천 4백여 개와 조리기구 세트 2천2백 여 개, 수질정화제 42만 개, 방수포, 물통, 위생용품, 임시 천막 등이 비축돼 있습니다.

북한의 장마철과 관련한 또 다른 우려는 홍수 지역에서 수인성 질병이 확산될 가능성입니다. 특히 장티푸스와 이질, 콜레라, 장염 등이 번질 위험이 큽니다. 실제로, 유엔 인도주의조정국은 지난해 9월 황해북도에서 홍수 피해로 25만 명이 설사병을 앓아 2014년에 비해 약 100% 증가했으며, 황해남도에서도 48만 명이 설사병을 앓아 2014년에 비해 200%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따라서 홍수가 난 후에는 음식과 물은 반드시 끓여먹고 변질된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아울러 손을 자주 씻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그럼에도 전염병이 발생하면 조기 발견과 신속한 대응으로 전파를 차단해야 집단 발생을 막을 수 있다고 탈북자 출신 동의사 강유 씨는 말합니다.

(강유) 제가 북한에서 동의사로 근무하던 1987년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10년마다 한 번씩은 강줄기가 바뀐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해도 10년 만에 홍수가 범람하였습니다. 큰물난 뒤 수원지가 있는 상류에서 수열 병이 발생하였는데 이 진료소에서는 초기에 감기로 오진하고 전염병대응이 미미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초발환자의 증세가 더 심해서야 수열로 의심하고 방역기관에 통보하였습니다. 검사결과 수열로 진단이 났습니다. 그 당시만 하여도 북한은 방역사업을 모든 보건활동의 앞에 내세웠던 때라 검찰까지 동원해서 해당지역 의료진을 검찰에 송치해서 실형을 선고하였습니다. 전염병에 대한 예방사업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편, 남한에서는 남부지역부터 시작해 조만간 본격적인 장마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남한에서는 2009년부터 장마 종료시점과 장마기간 강수량이 예보되지 않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장마전선이 소멸된 후에도 강한 비가 빈번하게 내리면서 예상치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981년부터 2010년까지 장마 기간 평균치가 32일인 점을 고려하면 다음달 20일께 장마가 남한에서 완전히 물러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상 전문가들은 내다봤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