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형태 불확실성, 환경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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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 관련 국제회의에서 나온 에너지와 환경 부분을 들여다봅니다.

(트로이 스탠거론) 서독은 동독과 통일한 지 약 5년 내에 전력체제의 구조를 조정했습니다. 이렇게 하는데 5천만 마르크가 들었습니다. 미화로 약 2900만 달러가량입니다. 이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불러일으키는 갈탄 위주의 동독 에너지 구조를 이보다 깨끗한 경탄으로 바꾸었습니다.

방금 들으신 것은 트로이 스탠거론 미국 한미경제연구소 연구원이 최근 한반도 통일을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에서 북한의 환경과 에너지를 중심으로 발표한 내용의 일부입니다. 한미경제연구소는 워싱턴에 있는 대표적 한국 관련 연구소입니다.

스탠거론 연구원은 독일 통일은 단순히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진 게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저속 붕괴 (slow-speed collapse)'이었다면서, 서독이 에너지나 환경 면에서 대응할 시간이 어느 정도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로이 스탠거론) 통일 직후 서독이 당면한 주요 문제 가운데 하나는 전력 부족이었습니다. 동독 내 발전소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때문에 이 기간에 국유화됐던 전력 시장을 자유화하고, 민간 투자를 허용하는 등 상당히 많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결과, 동독 가정의 대부분이 현대적 난방 설비를 갖추게 됐고, 65%의 동독 가정이 천연가스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쓰게 됐다고, 스탠거론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독은 점차 천연가스, 석유, 석탄, 그리고 재생에너지가 균형을 이룬 현대적인 에너지 구조로 변화할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남북한의 경우는 동서독의 사례와 많이 다를 수 있다고 스탠거론 연구원은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통일형태가 평화통일이 될지, 전쟁을 통한 흡수통일이 될지 가늠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트로이 스탠거론) 평화통일이 되면, 북한 내 성능이 저하된 전력체계라도 일단 사용하면서, 전국의 전력체계를 다시 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일 과정이 붕괴나 낮은 단위 (low-scale) 폭력을 통하거나, 만에 하나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그나마 있는 북한의 에너지나 환경이 크게 파괴되고 말겁니다. 이게 한국이 당면한 어려움입니다. 미리 계획을 하려해도, 어떤 식으로 재건할 지 실제 전후사정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현재 북한의 에너지와 환경 실태를 파악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스탠거론 연구원은 강조했습니다.

(트로이 스탠거론) 우리가 아는 것은 이겁니다. 평양 외곽이나 기타 주요 도심지는 매우 제한된 에너지를 쓰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계절에 따라 사정이 다릅니다. 때문에 상당수 가구들은 나무를 태워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오늘날 보는 북한의 산림파괴를 낳고 말았습니다.

실제로, 북한 산림의 황폐화는 이미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합니다. 가장 최근 자료인 한국 산림청의 '2015년 남북한의 숲' 위성영상자료를 보면, 남한의 산림축적은 125.6㎡/㏊에 달하는 반면 북한의 산림축적은 약 38㎡/㏊ 정도에 그쳤습니다.

산림청이 올 봄에 공개한 영상자료는 한국위성 '천리안'이 2014년 가을 촬영한 자료로, 남한지역은 영토의 대부분이 울창한 산림에 둘러싸여 있는 반면, 북한의 산림은 자강도, 양강도, 함경북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산림을 찾기 힘들 정도로 황폐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의 대기오염과 수질오염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스탠거론 연구원은 학술회의에서 주장했습니다.

(트로이 스탠거론) 일각에서는 북한의 대기 상태가 예를 들어 남한의 서울보다 그리 나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북한의 경제적 상태를 고려해봐야 합니다. 이는 경제적 활동이 남한에 비해 훨씬 적은 북한에서, 그나마 돌고 있는 석탄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이 경제적 활동이 활발한 남한과 비슷하다면 이는 북한의 대기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방증하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유엔환경계획은 지난 201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2008년 연평균 평양의 아황산가스 농도는 0.009PPM으로 자동차와 산업시설이 많은 서울 평균 농도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에너지원별 공급 구조는 석탄이 68%, 수력 20%, 석유 4.6% 등으로 대기오염을 촉발시키는 석탄을 통한 화력발전이 대부분입니다.

유엔환경계획은 보고서에서 특히 하수처리 시설 부족에 따른 대동강의 수질오염도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1999년 대동강의 평균 화학적 산소요구량은 1.25PPM으로 조사됐지만 2008년에는 2.15PPM으로 오염 정도가 심화됐습니다. 화학적 산소요구량은 물의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기준입니다. 유기물을 비롯한 오염물질을 산화제로 산화할 때 필요한 산소량으로 ppm으로 표시하고, 이 숫자가 클수록 물의 오염이 심합니다.

(트로이 스탠거론) 두만강도 여러 광산으로 심하게 오염됐고, 주변 지역도 황폐하게 했습니다. 필시 상당한 양의 폐수가 두만강으로 버려지고 있는 겁니다. 얼마 전에는 두만강을 낀 한 광산 지역의 주민 20여만 명이 건강상의 문제를 겪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백두산 남동쪽 비탈에서 시작된 천3백리에 달하는 두만강 물길은 그동안 중국과 북한에서 흘러들어오는 여러 가지 오수와 폐수로 심하게 오염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중국의 화학 섬유 공장에서 흘러드는 폐수와 북한의 무산철광에서 흘러드는 폐수가 두만강의 가장 큰 오염원으로 지적됩니다.

문제는 두만강 수질만 오염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철 성분을 추출하고 난 후 버려진 모래더미가 바람에 날려 강 주변의 식생과 농사에 영향을 주는 등 자연생태환경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겁니다. 수질개선을 위한 오염처리와 오염방지 계획을 중국이 추진하고 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이 때문에 언제 갑자기 닥칠지 모르는 한반도의 통일은 북한의 환경과 에너지면의 제반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독일 통일보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이라고 스탠거론 연구원은 강조했습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