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장명화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근 한반도를 강타한 가뭄, 즉 가물을 들여다봅니다.
(한국 뉴스 보도) 104년 만의 극한 가뭄 때문에 논밭은 물론이고 농민의 마음도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가뭄피해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는데 농산물 값은 치솟고 있습니다.
목 타는 가뭄이 6월 말까지 계속됐던 한국. 한국 대부분 지역에 두 달 가까이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한국 내 주요 언론들이 이번 가뭄 사태를 수십 년 만에 최악이라며 주요 소식으로 보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북한도 이번 가뭄을 비켜가지 못했습니다. 황해북도에 사는 할머니가 북한 조선중앙통신 웹사이트에 나와 하는 말입니다.
(북한 할머니) 난 나이가 일흔이 다 되도록 살아오지만, 이런 가물은 처음 봤시요.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지난달 말부터 한반도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비가 내렸습니다. 이틀간 내린 장맛비는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됐습니다. 그러나 워낙 대지가 메말랐던 탓에 완전 해갈에는 역부족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한 기상 전문가가 앞으로 3년에서 15년 후에 큰 가뭄 피해가 예상된다며, 남북한이 주도면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부경대학교 환경대기학과의 변희룡 교수의 말입니다.
(변희룡) 2012년 올해 가물었고, 그 다음 좀 더 가문 해가 2015년이 되겠고, 아주 가뭄이 심한 해는 2025년이 될 것 같습니다. 올해는요, 6년마다 한국에 가뭄이 발생하는데, 이 주기의 가뭄입니다. 2015년에 예상되는 가뭄은 38년마다 생기는 가뭄입니다. 6년 주기의 가뭄보다 상당히 오래가는 것입니다. 2025년은 124년마다 한 번씩 걸리는 큰 가뭄입니다.
변 교수가 이렇게 6년, 38년, 124년의 가뭄주기설을 강조하는 것은 1777년부터 2006년까지 강우량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가깝게는 1988년 충청남도, 1994년 전라남도, 2001년 경기도, 2006년 전라남도와 경상남도에서 각각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38년과 124년 주기 가뭄은 지속기간이 길고 피해 규모가 전국적이란 특징이 있다고 변 교수는 설명합니다. 38년 주기 가뭄은 지속 기간이 3~10년, 124년 주기 가뭄은 25~29년에 이릅니다. 1884년 시작된 대가뭄의 정점인 1901년은 38년과 124년 주기 가뭄이 겹쳐 전국적으로 큰 피해를 봤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38년 주기 가뭄과 124년 주기 가뭄 등 두 개의 긴 주기 가뭄이 중첩돼 다가오고 있다는 겁니다. 1977년 이후 38년 주기 대가뭄은 2015년이 되는 셈입니다. 대가뭄의 시작은 중심보다 2~3년 앞서 시작되니까, 올해 가뭄이 시작되는 걸로 봐야 한다고 변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현재, 가뭄주기의 원인에 대해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 없습니다. 주로 과거 가뭄 기록을 분석한 결과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태양흑점주기, 즉 약 11년이 6년의 두 배와 비슷하기 때문에 이를 지적한 외국 논문이 많이 있지만, 한반도와의 관련성은 찾지 못했다고 변 교수는 말했습니다. 오히려 한반도에서는 정확히 6년 주기로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변희룡) 이걸 고려해 볼 때, 올해 2012년과 오는 2015년에 올 가뭄은 몸 풀기 정도입니다. 몸통은 2025년에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변 교수는 "앞으로 상당히 긴 기간 큰 가뭄이 찾아올 것이므로 크고 작은 댐을 많이 만들고 수로도 정비해 갈수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와 더불어, 홍수 예보 위주로 돼 있는 기상청 예보 체제도 가뭄을 포함한 체재로 개편하고 가뭄대책에 대한 연구와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최근 북한에 심각한 가뭄 실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북한 측 발표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질문에, 변 교수는 상당히 의혹이 든다고 대답했습니다.
(변희룡) 북한에 50년만의 가뭄이라고 말하는데, 사실은 북한보다 남한이 더 가뭅니다. 한국의 서산이 가장 심했습니다. 북한은 사리원이 가뭄이 제일 심한데, 가뭄지수로 보니까 북한은 -1.0에서 -1.2 정도 되고, 남쪽은 이보다 심했습니다. 남쪽이 더 가물었다는 말입니다. 북한은 몇 십 년만의 가뭄이라고 엄살을 부려서 외국에서 식량을 많이 얻었고, 예컨대 중국에서 30만 톤 얻었다고 전해지고, 최근에는 식량기구에서 만 톤을 받았습니다.
조선시대 같으면 나랏님이 "과인이 덕이 부족한 탓이로다, 과인이 평민으로 돌아가 백성과 고통을 함께 나누리라"하면서 기우제도 올렸는데요, 앞으로 다가올 한반도 대가뭄을 두고, 남북한 나랏님이 함께 머리를 맞대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한 주간 들어온 환경 소식입니다.
-- 고온 건조한 날씨에 강풍이 겹치면서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는 미국 서부의 산불은 기후 온난화가 가져올 재앙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라고 과학자들이 말했습니다. 마이클 오펜하이머 프린스턴대 교수는 "우리가 지금 보는 것은 지구 온난화가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를 알 수 있는 창"이라면서 "미래에 더 많이 겪을 일에 대해 생생한 모습을 제공한다"고 말했습니다. 콜로라도 주에서는 최근 산불이 몇 주간 계속되면서 4명이 숨지고 가옥 수백 채가 불에 탔으며 수천 명이 대피했습니다. 콜로라도 주를 포함해 몬태나 주와 유타 주에서도 화재는 통제 불능 상태입니다. 지난겨울 산에 쌓인 눈이 예년보다 두껍지 않아 평년보다 2주 정도 일찍 녹았기 때문에 서부에서 불이 난 시기는 평소보다 일렀습니다. 산불 확산에 일조한 고온 현상은 유엔 기후변화 위원단의 예상에 들어맞습니다. 위원단은 이런 초고온 현상이 지구 온난화로 일어나는 파괴적 상황 가운데 하나라고 했습니다. 오펜하이머 교수는 온난화 영향으로 고온 외에 폭풍과 홍수, 가뭄이 더 심각해진다고 덧붙였습니다.
-- 한국 정부가 2050년까지 국적 항공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국토해양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항공 부문 온실가스 감축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고 밝혔습니다. 국토부는 매년 국적 항공기의 연료효율을 1.3%씩 개선함으로써 2050년에는 항공기 온실가스를 30%까지 줄일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내 항공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0년 기준으로 1천600만t으로 집계됐으나 항공운송산업의 급성장에 따라 2020년에는 이 수치가 2천96만t, 2050년에는 3천500만t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토부의 이번 계획은 항공업계의 적극적 온실가스 감축이 없으면 향후 국적항공사와 항공 이용객 모두에게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실제로 유럽연합은 올해부터 역내를 드나드는 모든 항공기에 대해 탄소세 부과를 의무화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습니다. 유럽연합은 올해 1년 간 역내를 드나드는 개별 항공사에 대해 배출량 평가 등을 거쳐 내년 4월에 업체별로 부담액을 통보할 예정입니다.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명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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